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속된 말로 '뜨고' 있다. 그에 대한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그가 뜨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이제 그가 왜 뜨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기사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그의 이름이 회자된다. 좀 규모가 된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제 문재인의 이름은 적어도 요즘엔 야권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름이 되었다.
나는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로서뿐만 아니라, 인격이나 세상을 보는 눈,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상품 가치나, 야당의 구심점, 나아가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나 자질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유시민이 공인한 바 있다. 유별스럽게 길었던 장문의 인터뷰에서, 그는 문재인의 지도자적 성품과 자질에 대해서 한마디로 답변한 바 있다. (문재인이 지도자적 자질을 가졌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유시민의 평가이다. 공식적인 인터뷰 석상에서 다른 정치인(혹은 기타 정치인급 인물들)에 대해 늘 높은 평가를 하곤 하는 유시민이지만, 문재인에 대한 평가처럼 군더더기가 없는 경우도 드물기에, 그만큼 문재인은 리더로서 상당한 자질과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문재인이 뜨고 있는 것은 일단 그가 꽤 좋은 자질을 갖춘 인재라는 점이 가장 크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게 내 글의 요지이다.
일단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는 그가 기존의 손학규나 정동영은 물론, 우리의 유시민도 갖고 있지 못한 특출한 장점 하나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은 사분오열되어 있는 야권 세력 전체에 상대적으로 비토를 덜 받고 있기에, 어차피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한 현 시점에서 모든 세력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이런 특장점이 여러 세력들이 그를 '차순위'로 올려 놓고 저울질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현재 분위기는 바로 이런 야권의 '오월동주격' 속내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쉽게 말하자면, 민주당측에서는 '유시민은 절대 안되지만, 문재인이라면 그래도'라는 정서가 있고, 참여당 지지파쪽에서는 '유시민이면 최선이지만, 안되면 문재인이라도'라는 정서가 분명 있으며, 심지어 민노당 쪽에서도 '문이사장이라면 그나마' 정도 아닌가 싶다. 이런 속내들이 표출되고 있는 게 그의 부상이 가시화된 또다른 이유라고 나는 본다.
끝으로, 불편하지만, 외면해서 안되는 한 가지 이유는, 문재인을 '유시민 주저 앉히기용'으로 써먹으려는 불순한 의도 또한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차례 문이사장 스스로 밝힌 것처럼, 그는 야권내에서 공개적으로 유시민이 노무현을 가장 잘 계승하는 후보라고 말한 사실상 최초이자 유일한 '거물급' 인사이다. 즉, 거물급 중 유일한 유빠인 셈이다. 그의 이런 발언이 유시민을 비토하는 세력들에게 좋게 들릴 리 만무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그들 중에 일부가 현재 문재인 띄우기(?)에 동참하는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여러 질낮은 '언필칭' 진보 언론들이다.
장담하건데, 지금 문재인을 띄우는 언론들 중 상당수는 막상 문재인이 진짜 야권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기세가 나타나면 바로 돌변해서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그들은 문재인이 좋아서, 그를 띄우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른바 친노표를 유시민으로부터 다 뺏어서 문재인에게 몰아줌으로써, 유시민을 더 이상 잠재적 대권후보로 간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잘 알고 있다. 만약 혹시라도 문재인 대망론이 현실이 되어, 문재인이 야권 대표 주자가 될 경우, 문이사장은 반드시 유시민을 중용하게 되어, 유시민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통령 유시민에 그토록 경기를 일으키는 자들이, 국무총리 유시민 혹은 청와대 비서실장 유시민, 경제부총리 유시민인들 용인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들이 여권 실력자 유시민을 용납할 것 같은가?
나는 문재인이 곧 유시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재인이 정치권 전면에 등장해서 그네꼬와 맞설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데 조금의 불만도 없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유시민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아직도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창창히 젊어서 차차기도 얼마든지 기대주로 남아 있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만 잘할 사람이 아니라, 정부에서든 국회에서든 공직에 나가면 속된 말로 밥값 이상 하고 남을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어느 포스트에서건 더 경험을 쌓고, 더 기여를 할 수 있는 5년이라면,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문재인이 뜨고 있는 이면에, 내가 말한 세번재 이유가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걸 목도하고 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 못지않게 걱정이 크고, 기분이 사납다.
굳이 이 글을 적은 이유는 문재인이 뜨는 것을 사시눈으로 보자는 뜻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추어진 일부 '정치화된 저질 언론'의 속셈을 똑바로 보고, 그들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고, 우리들 페이스로 문재인과 유시민을 함께 지키자는 것 때문이다. 나중에 뒤통수맞지 말고.
문재인의 운명을 읽어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적어도 문재인 스스로가 유시민 주저앉히기용에 사용될 만큼 만만하지도 않거니와 유시민이 그렇게 주저 앉지도 않는다.
만일 서로 경쟁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우리가 진정 염원하던 멋진 진검승부를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기쁨도 있겠다. 물론 지원자들 간의 훌리건 짓거리가 있겠지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