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약을 수퍼로 빼냈을 때 빠른 시일 내에 유통 시스템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희생양이 되어줄 약이 필요했을 것이고, 내가 생각키엔 그 약이 박카스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광고하고, 가장 널리 알려진 전국민의 피로회복제(자양강장제)라 상징성 차원에서 어거지로 끼워넣은 것 같은 인상이 짙다. 카페인 함유에 대한 그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넣어버렸으니까. 사실 박카스는 애초에 시발이 된 '국민불편'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약 아닌가? 그런데도 얘를 희생양 삼은 것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박카스는 그 큰 그림의 '신호탄'일 뿐이란 것.
약사법 개정 없이 즉각 장관 고시로 전환할 수 있는 약 48품목. 이에 대해 보건 복지부는 '의약외품 범위 지정' 고시를 하고 형식상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다. 대약에서는 문제가 되는 몇 품목의 성분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었고, 이것을 표준 양식처럼 만들어 회원들에게 알렸다. (데일리팜 기사라도 보고 약사회 홈페이지라도 보고, 몇 개 단체에서 활동하는 약사들에게나 알려짐) 이 내용을 참고로 해서 회원 각자가 의견서를 작성해 복지부에 팩스로 넣는 운동을 했고, 대략 1천여명 회원이 팩스를 넣은 걸로 추정된다. 왜냐면 그 의견서를 받은 복지부는 일일이 답변을 해야 하는데 답변을 일괄로 보냈고, 그 답변서의 수신자 명단을 대략 셈해 보니 1천여명이다.
의견서를 낸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의견을 낸 것도 아닌데 수신자에 그 많은 명단을 적어 똑같은 답변을 보냈다는 건, 그들로선 잔머리를 잘 굴린 것이고, 약사들로선 복지부 골탕 먹이려다(이게 목적은 아니고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게 목적) 오히려 약만 오르고 농락당한 꼴이 되었지만, 그것보단 복지부가 얼마나 성의없이 형식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가를 확인한 셈이다. 어떤 약사는 팩스를 두 번 넣었더니(다른 내용으로) 똑같은 답변서가 두 개 왔단다.
그렇게 해서 입법 예고 기간이 끝났고, 고시는 확정되었으니 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 품목은 수퍼든 어디든 약국 외에서 팔아도 된다.
봉팔러 중에서도 수퍼 유사 자영업자가 있을 테니 정확히 알고 있으란 의미에서 그 품목들을 다시 한번 나열해 보겠다. 아래에 소개하는 것 외의 것은 현재 미생산품이나 허가가 살아 있으니 언제든 의약외품 신고 하고 다시 생산해 팔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발빠르게 움직인 회사도 있다.
*주의-이런 제품은 약국에서도 잘 취급하지 않는 제품이다. 배탈 설사가 나면 우선 급하게 '지사제'를 많이 쓰게 되는데 지사제가 함유된 것은 의약품이니까 수퍼에서 팔면 안된다.
3. 외용제(연고 크림제) : 안티푸라민(유한양행), 마데카솔연고(동국제약)
*주의-'안티푸라민 로션'은 의약품이니까 팔면 안된다. 특히 '마데카솔연고'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데 확실히 알아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마데카솔연고'는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티비 광고에 나오는 그 마데카솔이 아니다. 티비에 나오는 것은 예전엔 '복합마데카솔연고'였고, 최근엔 '마데카솔 케어 연고'로 나오는데 이건 의약품이니까 팔면 안된다.
웃기는 것이 의약외품이 되어버린 '마데카솔연고'는 처방을 받아 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보험 등재품이란 거다. 약이 아닌 것을 보험 급여를 한다??? 이렇게 복지부가 졸속이란 거다. 언 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걸 광고하고 있더라. 대한민국 최초로 보험이 되는 의약외품이라나 뭐래나? 기가 차고 코가 찰 노릇이다. 게다가 의협에서는 '복합마데카솔연고'를 전문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나 뭐래나?
*주의-모두 박카스류이다.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고 비타민류, 타우린이 함유 되어 피로회복제로 쓰이는 '약'이었던 제품들.
웃긴 게, 박카스D와 유사하면서 카페인이 빠진 박카스디카페(동아제약)는 의약품이란 거다. 외품으로 뺄려면 이걸 빼야 말이 되는데 거꾸로 해놨다. 웃음만 나온다.
그리고 포털의 기사에서도 오류가 보이던데 '영진구론산바몬드액'을 판다고 했더라. 미생산품목 중 '영진구론산바몬드에스액'이 있으나 이건 영진약품에서 생산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생산 계획이 없는 제품이며, '영진구론산바몬드액'은 현재 의약품이니 수퍼에서 팔면 안된다.
이상으로 수퍼판매약 간단 소개와 주의 사항은 끝내겠다. 이하는 박카스류에 대한 "이의 있습니다!"에 관한 내용이다.
도대체 이게 왜 '의약외품'이 된단 말인가? 의약외품의 범위에 드는 것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미미'하거나 인체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 기구나 고무 제품 등인데(약사법에 그리 나와 있다), 피로회복제니 자양강장제니 이름이 붙었단 것은 이미 우리 인체에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거 아닌가? 이 얘긴 하도 많이 해서 입만 아프니 패스.
박카스D, 원비디액, 구론산바몬드액에는 모두 무수카페인이 100ml 병 당 30mg씩 들어 있다. 그런데 박카스D는 의약외품이고 원비디와 구론산은 의약품이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복지부 답이 이렇단다(나도 들은 얘기다). 박카스는 용법이 '1일 1병'이라고 되어 있고 원비디와 구론산은 '1일 1~2병'이라고 되어 있어서란다. 1병만 마시면 무수카페인이 30mg이라 약이라 칠 수 없지만 2병을 마시게 되면 60mg이 되니까 약이란 거다.
웃기지 않나? 현재 마트에서는 박카스를 낱병 단위로는 팔지 않고 10병들이 통 단위로만 팔고 있다. 이걸 사가는 사람들에게 박카스는 의약외품이 될까(하루 1병만), 의약품(하루 2병)이 될까?
그럼 왜 1병은 괜찮고 2병은 안될까? 포털에서 어떤 이가 카페인은 하루 300mg까지 괜찮다면서 박카스가 위험하다면 콜라, 커피도 약국에서 팔아야겠다고 비아냥대더라. 콜라, 커피에 들어가는 카페인은 천연 카페인이고 의약품에 들어가는 카페인은 화학합성에 의한 화학물질인 '무수 카페인'이라는 의약품 원료이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안될 것 같다. 일설에 의하면 둘의 흡수율이나 강도 차이가 자그마치 6배나 된단다. 이에 근거해 박카스와 원비디/구론산을 비교해 보면 일리가 있고 맞아 떨어진다.
무수카페인 30mg이면 천연카페인으로 환산시 180mg 정도이고, 두 병에 해당하는 60mg이면 환산시 360mg이 되니 식품으로서 카페인 300mg 한도를 넘어가지 않는가? 그러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거다.
이 넘의 무수카페인은 일반 두통약이나 감기약에도 많이 함유가 되어 있으니 봉팔러들은 이런 일반약들을 사먹을 때 잘 보고 먹기 바란다. 예를 들면 애용 두통약 게보린정에는 무수 카페인이 1정당 50mg이나 들어 있는데 이걸 박카스D액과 함께 먹는다면 무수카페인을 한꺼번에 80mg이나 먹게 된다는 거다.
여기에 감기 기운 있다고 화콜캅셀 2알을 또 먹는다면 무수카페인이 20mg 또 추가된다. 이런 식으로 먹으면 무수 카페인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은 게보린정에 300mg, 화콜캅셀 2알에 400mg 해서 한꺼번에 총 700mg을 먹을 수도 있다(하루 최대량은 4000mg). 약국에서 이 두 약을 산다면 약사는 두 약을 동시에 같이 먹지 말라 말해주지만 수퍼에서 산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약을 굳이 드링크와 함께 먹으려는 사람들도 문제라, 가끔은 말해줘야 한다. 약은 물과 함께 먹으라고, 특히 복합 성분의 두통약 먹을 땐 박카스와 먹지 말라고.
이 정도로만 얘기해 줘도 앞으로 일반약 수퍼판매가 확대된다면(감기약, 해열진통제류 등) 무수카페인이나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의 위험성이 피부에 와닿지 아니한가? 괜한 걱정거리를 미리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니란 거다. 이미 다른 나라의 오랜 역사에서 나온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건데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골머리 앓고 있는 걸 따라 하려고 한다. 의약품 중독 사고 '청정 지역'이었던 대한민국이 머잖아 중독 국가에 등록될 걸 생각하면 갑갑할 뿐이다.
벌써 미래 카페인 중독의 원흉이 될 테이프가 끊어졌다. 이게 다 '박카스 수퍼 판매'를 허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나쁜 일은 이것이 '신호탄'이었다는 것을. 심지어 '영리병원' 문제 조차도.
아래 기사, 필히 읽어 보시라. 우리들이 안전성과 중독성을 끝없이 제기하며 우려하는 것이 지나친 것인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