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에서 25.7%의 투표율로 개표가 무산되었다. 오세훈 곧 전 시장 (soon to be a former mayor)이 발의했던 주민투표가 무산되어 야권, 특히 민주당은 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25.7%의 투표율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여러 사실들이 드러난다.
압구정동 투표소, 은마아파트 주민으로 봐도 무방한 대치2동 투표소, 타워팰리스 주민만 투표하는 도곡2동 4투표소의 투표율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보인다. 공식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59%, 압구정동 60%, 대치2동 40%대라고 한다. 강남구 35.4% 투표율과 비교할 때 타워팰리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투표율이 같은 강남구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척 높게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은마아파트의 투표율은 강남구 평균과 비교해서 약간 높은 정도였다. 이 차이는 주민들의 연령대와 자가소유 비율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령이 높을수록, 자산이 많을수록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뜻이다.
강남 3구를 대상으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 + 지상욱 후보의 특표수와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자수를 비교해 보면 6.2 지방선거에서 412,177명 대비 8.24주민투표 457,559명, 여기서 유권자 수의 증가율 1.83%를 감안하면 단순 비교로 약 9.0%의 한나라당 지지 유권자가 지난 6.2 지방선거에 비해 더 결집한 셈이다. 물론 8.24 주민투표에 참여했다고 100% 오세훈 곧 전 시장을 지지하지는 않았겠지만 개표를 하지 않아서 알 수 없는 일이니 5-6% 정도의 무효표, 반대표는 있다고 볼 때, 오차범위 내에서 6.2 지방선거와 이번 주민투표에서는 보수층 결집도 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강남지역 35%의 한나라당 골수 지지층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실제로 8월 24일 저녁에 투표에 참여했던 강남구 도곡동, 청담동, 서초구 반포동 주민 등 8명의 취재를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령층은 53세 - 60세 사이로 학력은 대졸, 8명 모두 그 지역 아파트 자가 소유.
"새벽에 투표했다. 처음부터 안 되는 일이었는데 오 시장이 무모하게 대들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지난 번에도 찍어줬으니 이번에도 찍어줘야지."
"나도 새벽에 투표했다. 이것은 애들 밥 먹이는 문제가 아니다. 거지떼들이 내 지갑 털려고 덤비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여기서 밀리면 무상 의료하겠다고 덤빌 것이고 나라에 돈이 없으니 세금 올릴 것 아닌가? 간신히 종부세 문제에서 풀려났나 싶었는데 또 세금 올리려고? 그렇게는 못하지. 당장에는 세금을 안 올리는 것 같아 보여도 건강보험료라도 올릴 것이 아닌가?" 이분은 부동산 관련 세금만 2010년에 1,100만원을 세이브했다고 한다. 세금 때문에 오 곧 전 시장을 위한 투표에 기꺼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나도 투표하기는 했지만 이번 투표는 말이 안된다고 봐. 부자니까 돈 내고 밥 먹으라고? 그깟 몇 만원이 아까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부자들은 세금 많아 내잖아? 그 돈으로 애들 밥 먹이는 건데 왜 또 돈을 더 내라고 그래. 그리고 복지 확대 한다고 나라가 망한다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는 인간들이에요. 복지에 들어가는 돈은 국내에서 다 도는 돈이라고. 일자리도 늘고 좋지 뭐."
서울대에서 경제학 전공하고 헤외유학을 거쳐 경제연구소에 근무했던 분이라 사실 관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 투표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유를 물어봤다. "TV뉴스에 돼도 않은 인간들 나와서 설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간단한 설명이었다. 사실 관계와 지식 수준과는 관계없는 특권의식이 그를 투표장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위 세 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1) 증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투표소로 향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지긋지긋했던 종부세로 인한 공포에 아직도 떨고있는 타워팰리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자가 소유자들과 세입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은마아파트 투표소의 투표율 차이가 뒷받침해준다.
(2) 오세훈 곧 전 시장으로 대표되는 멋있어 보이는 기득권 층에 대한 동질감 혹은 그 집단에 속하고 싶다는 희망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 자기가 그 집단에 속하고 있다고 믿는 자기기만 현상이 이들을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층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논현동 20년된 빌라에 전세사는 사람. 은마아파트에 전세사는 사람들.
(3) 특권의식이 이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금천구가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물었더니 금천구가 어디에 있는 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예전 시흥 근처라고 답했더니 거기는 시골이 아닌가라는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이번 주민투표 투표율 25.7%의 의미는 예전부터 인구에 회자되던 서울의 한나라당 절대 지지층 23%라는 수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였다. 투표소로 향하게 하는 동인이 무엇이든 간에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는 숫자는 총 유권자의 23%-25%다. 투표율이 50%라면 이 수치는 득표율 46%-50%라는 뜻이고 투표율이 80%라면 득표율 29%-31%라는 뜻이다. 여기에 부동층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인이 더해지면 (지난 총선에서는 뉴타운,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개발 등) 80%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50%를 넘는 득표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결과를 보면 다음 총선이나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다. 간단한 셈법이다. (1) 세금 올린다는 공약을 내걸지 않는다. (2) 일류대 출신, 사법시험 통과한 사람, 고위 공직자 출신, 미국 박사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한다.
이 두가지 조건만 만족시킨다면 60%대 투표율을 가정할 때 득표율 40%는 확보한다. 아직도 조금 부족하다. 10% 정도 더 득표를 해야 안심이 된다. 따라서 부동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개발해야한다. 한나라당 지지층 25%, 범 야권 지지층 25%를 뺀 나머지 부동층 50% 중에서 꼭 투표할 사람 6%만 끌어올 수 있으면 무조건 당선이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것이 한나라 방식의 보편적 복지 담론이다. 반값 등록금, 무상 보육 등이 부동층 중에서 6%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우 좋은 미끼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책은 야권의 분열이다. 셋이 출마하면 40%만 가지고도 여유있게 당선될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야권 통합을 저지해야만 정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계산을 해보면 2012년 총선은 해보나마나 한나라당의 승리가 점쳐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총선은 지역구별로 서로 다른 투표 행태를 가지기 때문에 싸움이 된다, 강남 3구는 무슨 짓을 해도 한나라당 당선이 기정사실이다. 득표율 54% (고정지지층 35% / 투표율 65%)가 선거도 하기 전에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강남3구는 버린다. 무슨 소리를 해도 그 지역에서 먹힐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른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 23%-25%의 역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투표율을 80%까지 높이면 한나라당 득표력은 30%가 된다. 그러면 승산이 있다.
또한 부동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복지담론은 한나라당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점이 잘 안보이는 게 사실이다. 비즈니스에서 1등은 무조건 2등의 전략을 따라하기만 하면 1,2 등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은 복지 담론에서 범야권의 주장을 비슷하게 떠들기만 해도 된다. 범야권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줄기차게 부르짖는다고 해서 부동층이 투표소로 오지 않는다. 기슴에 콱 박히는 "메시지"가 없으면,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부동층은 투표소에 오지 않는다.
2) 오세훈 곧 전 시장으로 대표되는 멋있어 보이는 기득권 층에 대한 동질감 혹은 그 집단에 속하고 싶다는 희망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 자기가 그 집단에 속하고 있다고 믿는 자기기만 현상이 이들을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층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논현동 20년된 빌라에 전세사는 사람. 은마아파트에 전세사는 사람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