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진보진영에서 곽노현교육감의 진퇴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곽교육감 일은 주민투표 승리 후라 체감 충격파가 더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나 다를까, 소위 진보언론과 야당의 지도자들은 일제히 곽교육감의 사퇴를 주문했다. 아마 승리에 도취되었던 야당과 진보진영에 찬물을 끼얹은데다가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었기에 곽교육감 문제가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운전 중에 라디오 뉴스로 곽교육감이 박명기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뿔사 했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트윗을 열었다. 곽교육감에 대해, 실시간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트윗은 곽교육감의 사퇴를 거의 기정사실화 하다시피 하고 있었다.(그렇게 느껴졌다) 진보성향의 트위터들까지도 이 주장에 가세했다.
'엇? 이게 아닌데...'
사퇴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곽교육감 스스로 2억원 건넨 것을 시인했으니 더 볼 것도 없다는 생각마저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 필이 작동했다.
'아하, 꼼수군...'
당연히 어떤 큰 그림이 느껴졌다. 절묘하게 타이밍을 포착했지만 타이밍이 절묘할수록 인위적인 연출의 냄새가 느껴지는 법이다.
아, 이것은 저들이 던진 프레임이다. 곽교육감의 사퇴는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곽교육감에 대한 도덕적, 법적 잣대가 아니다. 곽교육감의 사퇴다.
곽교육감의 팩트는 나중 일이다. 수사를 하고, 1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가서 진실을 밝히는 일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한명숙 총리에 대한 공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진보진영의 사퇴 주장을 수용해서 곽교육감이 사퇴를 하면 그 자체로 그들의 프레임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일단 곽교수는 검찰과 언론이 뿌린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보다 못해, 일단 나도 트윗을 날렸다.
"아, 곽노현... 이미 엎질러진 물은 돌아볼 필요없고, 솔직하게 정면돌파 부탁드립니다. 나는 2억원을 그냥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게 돈이 있고 지인이 어려운 처지라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워낙 험한 세상이라 그런 일이 이해돼지 않고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 슬프네요. " (8월28일 늦은 저녁)
그리고 2억원을 줬다고 먼저 시인한 곽교육감에 주목했다. 일단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회피하려는 사람들 하고는 달랐기 때문이다.
"진보에게 도덕성이 흠이 가는 일은 치명적이다. 그리고 보수는 그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이제 보수는 '거봐 너도 별 수 없어.'하며 진보를 공격한다. 그러나 보수가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솔직함, 진정성 이런 것들이다." (8월29일 새벽)
어느새 내 트윗에 탄력이 붙었다.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분을 끄집어내 비판하는 것은 거의 100%에 가까운 오류가 있다. 이제 검찰과 언론은 일부분의 팩트를 쥐긴 했는데 맥락을 만들어내는 일에 몰두할 것이다. 교육감의 진정성을 믿어야 이런 장단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다." (8월29일 새벽)
"이번 일은 수순을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정치적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 쿨하게 시인하는 것을 보고 곽교육감의 진정성을 봤다. 이번에 정면돌파하면 검찰과 언론의 허술한 그물망은 찢겨지고 그들 스스로 그물망에 갇혀 허우적댈 것이다." (8월29일 새벽)
"진보는 무엇입니까? 진보는 보수의 프레임을 뚫고 올라서야 합니다. 곽교육감의 일을 보수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보수가 가질 수 없는 솔직과 진정성으로 정면돌파하면 보수는 스스로 무너질 겁니다." (8월29일 새벽)
"보수는 혼자 잘 살자고 하고 진보는 함께 잘 살자고 합니다. 혼자 잘 살겠다는 사람들의 논리로 함께 잘 살자고 하는 사람을 같이 공격한다면 노무현, 한명숙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납니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잘 살자는 소중한 사람을 또 잃게 됩니다." (8월29일 새벽)
이렇게 트윗에 열중하는데 비슷한 취지의 멘션이 왔다.
"노대통령님, 한 전총리, 곽노현교육감까지의 일들을 학습하며 알아지는 사실은 검찰과 언론이 여론몰이용으로 흘리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들에 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맹목적으로 편들지 않고, 그저 진실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려준 후에 판단하겠습니다. 누가 자신의 안위 만을 생각하고, 누가 우리 모두의 안위를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들의 덫에 걸린 것은 세 분 뿐이 아닙니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만큼 미워했고 그를 보냈습니다. 그들 탓이 아니라 제 탓인 것입니다. 기다려주겠습니다. 진실을 확인한 후에 행동하고 마음먹겠습니다."
좋은 글이고, 나에게 힘을 주는 멘션이다. 나의 트윗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다큐프로그램 연출자답게 맥락과 핵심을 짚고자 했다.
"앗, 뜨거워라 하지만... 전체 맥락을 살펴라. 연출이 보인다. 그 장단에 춤추면 지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선 냉정한 시청자가 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손들의 연출 보기 시작하면 이번 일은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다행히 곽교육감 일은 많이 진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 쪽에서 스텝이 꼬여가는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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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교육감의 2억원 제공에 대해선 나중에 법적으로 가려야 될 일이지만, 보통 이런 일들의 저변에 숨어있는 것은 인간 본성 간의 싸움이다.
또 팩트를 알지 못하는 3자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예단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곽교육감이 사퇴를 하면 3자는, 특히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3자들은 아프기는 하지만 편해진다.
어렵고 위험한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믿는 일은 항상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다.
검찰과 언론이 여론몰이용으로 흘리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들에 혹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맹목적으로 편들지 않고, 그저 진실을 지켜볼 것입니다. 그렇게 기다려준 후에 판단하겠습니다.
누가 자신의 안위 만을 생각하고, 누가 우리 모두의 안위를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들의 덫에 걸린 것은 세 분 뿐이 아닙니다.
존경하고 사랑했던 만큼 미워했고 그를 보냈습니다.
그들 탓이 아니라 제 탓인 것입니다.
기다려주겠습니다. 진실을 확인한 후에 행동하고 마음먹겠습니다."
불과 2년 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리던 분들이
또 다시 한 사람을 바위 위로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무늬만 진보인 척 하는 분들
검찰의 생중계 장단에 또 다시 칼 춤을 추며
주어지지 않는 사법권 행사에 열을 올리며 처벌을 강요한다
아직 죄가 성립되지도 않았는데도 피켓들고 물러나라는 수구 꼴통 단체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