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만을 고수해선 안 돼"> 노근/ 박봉팔닷컴/ 기사입력 2011년 9월 2일 밤/ 날씨 흐림
국민참여당유시민 대표가 2일 오후 7시 포항 죽도성당에서 '국가란 무엇인가' 강연회에 참석, 시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유 대표는 이날 국가는 무엇인가, 국가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를 토대로 훌륭한 국가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민들과 논의하는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유 대표는 인사말에서 "다른 곳도 아닌 포항에서 (웃음)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후,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시민으로서 국가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갖고 계실 것이다. 그것이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만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라 얘기했다.
유 대표는 오늘 강연의 주제에 대해 "실증적 질문으로 국가란 도대체 우엇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이고, 규범적 질문으로 국가는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먼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들을 살펴보자"고 얘기했다.
유 대표는 우선 국가를 "합법적이라고 간주되는 폭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 간에는 합법적 폭력이라는 것이 없다. 오직 국가만이 군대와 경찰으르 통해 그러한 폭력의 행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폭력의 행사는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내 돈을 뺏아가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전하며 국가를 본질적으로 폭력이라고 보는 견해는 항상 있어왔고 변하지 않을 것이라 얘기했다.
그리고 국가는 "마르크스의 의견대로 국가를 계급지배의 도구라 볼 수도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모든 국가에는 완력을 통해 권력을 쟁취한 소수의 지배계급이 있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모습은 현대 국가에서도 확실히 존재한다"면서 "재벌들에겐 온순하고 관대한 법 집행 사례를 예로 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국가가 폭력이고, 거기다 그 폭력으로 지배 계급의 이익을 수호한다면 국가가 폐지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실제로 국가가 없는 경우를 현대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유 대표는 "실제 국가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당위론적으로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할 경우 어려운 이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유 대표는 우선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의 부당한 억압, 침탈, 박해로부터 개인이 자유를 지킬 수 있도록 보호해주어야 한다. 홉스는 이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상태는 언제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고통이 있기에 국가가 이러한 점에서 치안과 안보를 튼튼히 해주어야 한다고 표현했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이것을 잘 하는 국가를 "안보국가"라 구분했다.
그리고 국가의 두 번째 당위에 대해서 "국민을 풍요롭게 해 주어야 한다"는 명제를 지적하며 "아담 스미스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각자가 자기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자는 자유 방임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둔 채 치안과 안보만 국가가 전담하라는 이론이다. 그럼 잘 살게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것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그것이 "발전국가"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유 대표는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도 어느 한계 이상으로 풍요를 확보하지 못함을 경험했다. 가만히 둬도 안 되는 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저 안전하고 자유롭다고 행복해지진 않는다"고 경계했다. 이러한 불만을 채울 수 있는 국가는 "민주국가"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민주국가란 "자신이 삶을 선택할 수 있고 그럴 수 있는 실제적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리고 실제 선택한 결과가 좋지 못할 경우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경우 "역사적으로 안보국가로 탄생했으며 이를 강조한 정권이 박정희 정권이다. 하지만 이런 유형은 존립할 수 있는 국가이긴 하나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진단했다. 안보국가에 이어서 한국사회는 "안보의 바탕 위에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발전국가로 전개되었는데 배고플 때는 참았던 목소리들이 터져나오면서 일어난 것이 87년 민주화"라고 얘기했다.
그는 이렇게 안보국가에서 민주국가로 전개되는 것은 "보편적인 국가 발전의 모습인데 다른 나라가 수 백년에 걸쳐 한 것을 한국은 50년에 압축해서 경험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민주주의가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를 통해 완성되었다는 인식이 있었고, 민주국가면 다 되는줄 알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고민보다 나를 위한 이익을 선택해도괜찮을 것이란 경향이 퍼졌는데 그 시기가 2007년 대선"이었다며 "현 정권은 그 시기에 돈 잘 벌게 해주겠다는 거짓말로 집권하게 된 것이고 이제는 국민들이 '어, 이게 아닌데'라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유 대표는 "민주국가에서 국가의 당위가 끝이 아니었다"며 "국가는 내 재능을 발견하게 돕고, 그 재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경쟁 과정에서 반칙하는 자를 잡고, 경쟁의 결과가 나와도 그 격차가 너무 심하지 않도록 조정해주어야 한다"는 "복지국가"가 현재 국가에게 요청되는 당위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가는 "제도화된 폭력이라는 측면과 특권층을 위한 도구라는 측면 모두 맞는 부분이 있는데, 실제로 점점 그로부터 멀어져 온 것도 사실이고, 좋은 부분들이 점점 보완되어 온 것도 사실"이라면서 "안보국가에서 복지국가로의 변화 중 복지국가에 가까울수록 더 좋은 국가"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고른 기회 부여, 인간다운 삶의 기회 제공, 장애와 환경, 노후와 빈부 등 여러 위험으로부터 보호 등을 국가가 해주길 바라는 국민의 소망이 매우 크다"면서 "국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의 삶도 제대로 되기 어려움을 국민들이 아시게 되었다. 이 소망이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국가가 훌륭해지기 위해 "사회를 어떻게 개선시킬까 고민하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보수든 진보든 우리 모두가 훌륭한 삶을 원한다는 것에 반대가 없을 때, 이념을 떠나 우리 개개인에게 훌륭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논의한 훌륭한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통한 제도의 개혁이 요구된다"면서 "권력을 실제로 획득하여 국가권력의 작동 방향에 현재와는 다른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통해 선을 실현하려는 정치인들이 마음을 모으고 힘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근의 민노당, 진보신당과의 진보통합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진보진영이 좋은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외면하는 이유로 "진보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보다 자신의 신념체계에만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것은 가끔 의도와 동 떨어진 결과를 야기한다. 지식인이라면 신념만 고수해도 괜찮겠으나 정치인은 나의 행위가 국가권력의 향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신념에 대해 다소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도 있을 것"이라 전했다. 국민들이 진보진영에 대해 "자기들이 보기에 좋은 것만 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너무 신념만 강조하면 국민들이 보기에 위험해 보일 수 있다"면서 "그래서 집권의 기회를 허락하시지 않는 것일 수 있으니 결과에 대한 고려와 책임의식도 생각하며 정치한다면 진보에게도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얘기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많은 포항시민이 참석해 유 대표의 강연을 듣고 의견을 교환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사인회가 열리기도 했다. (끝) (저작권자 ⓒ박봉팔닷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