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진보대통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조금씩 진행되어가는 것 같다. 유시민대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계속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에, 이정희 대표가 당안팎의 온갖 도전과 난관을 무릅쓰고 굽히지 않고 한발한발 나서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사실 통합이 되어도 당내 상황이 순탄하게만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음 문제고 우선은 하루 빨리 통합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최근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소통합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참 놀라운 기분을 금치 못했다. 진짜 사회주의자들은 대다수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뒤 거의 지리멸렬해진 줄 알았더니 이 사회 일각에 아직도 남아 있구나, 그리고 그것들이 아직도 지겨운 마르크스주의나 사민주의 이론들을 부르짖으면서 낡은 이론들로 현실을 해석하고 뒤집어씌우려 하는구나, 싶어서.
이런 원리주의자들 혹은 교조주의자들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다는 게 나는 신기하고도 신기했다. 한국사회는 이미 은하계 저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것같은데 너희는 아직도 지구보다 훨씬 더 비좁은 우물 속에서 놀고 있니?
그들이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한 철통같은 조직을 바탕으로 해서 백년이든 이백년이든 조금씩 노력해서 한국사회를 바꾸겠다는 신념(신념인가 망상인가)을 갖고 있다는 것까지는 좋은데, 어째서 내 마음에는 그런 주장들이 순수하기는커녕 지극히 한나라스러워 보이고, 또 더러는 현실을 전혀 도외시한 채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아마추어 혹은 백수들의 헛소리처럼 들리는 걸까.
진보신당 일부 독자파들의 주장을 들으면 꼭 잠꼬대하는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아니면 그저 이상주의적인 사회주의 이론들에 경도되어 백미터 허공 위에서 땅바닥을 논하는 철부지 아이들의 옹알이에 불과한 것인가.
내 마음에는 그들이 민노당 사람들을 주사파니 종북파니 하고 비난해대는 게, 통합파건 독자파건 간에 한결같이 목청을 모아 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정파라고 짖어대는 게 꼭 실바람이 문풍지 스치는 소리같이 영 맥없게 들리기도 하고, 결국은 자기네의 소소한 당파 이익을 위해 엉뚱한 레테르 붙이기 같은 짓거리로 비치기도 한다.
아무튼 그들이 뭐라고 하든 그건 그들 마음이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나는 노동자만 중시하고 시민을 배제하는 걸 아주 싫어하는 개인적인 당파성을 갖고 있다. 노동자 중심의 헤게모니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를 배제하는 전체주의를 연상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민적 자유만을 중시하는 것은 공동선과 사회정의가 배제된다는 점에서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열린 시민의 자유와 사회정의가 만나는 것은 아주 유의미한 일이라 생각한다. 묘하게도 유시민 대표의 이름에는 시민이 들어 있고 이정희 대표의 이름은 정의를 연상시켜주더라.
물론 참여당과 민노당이 그런 이념들의 어느 한쪽만 대표하는 정당들은 아니겠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시민과 정의가 만난다는 그런 묘한 은유가 떠올랐다. 참으로 명실상부한 진보적 대중정당이 성립하려면 당연히 그 양자를 겸비해야 한다. 열린 시민들의 창의성과 개인 자유 존중의 정신, 그리고 핵분열되고 파편화된 개인들의 사회가 아니라 정의와 평등이 구현되는 공동체적 사회를 추구하는 정신이 만나야 한다고.
대중적 진보정당은 그 양자가 제대로 만날 때 비로소 한국 사회의 수많은 일반대중이 바라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그래야 과거의 수많은 사회주의 실험들이 빠진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신자유주의적 구호들의 허구성을 단호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