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한국사회에는 단 두 개의 정당만 존재했다. 공화당, 민정당, 한나라당으로 이어져온 극우보수정당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공화당 시절부터 야당 역할을 해오다 지난 십년간 집권했으나 다시 야당으로 전락한 온건 보수성향의 민주당이다. 이 양대 축이 지난 오십년간 한국 정치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해왔다.
이른바 진보정당이라는 민노당도 있지 않느냐구? 다수 대중들의 관점에서 민노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은 그림자 정당들에 불과했다. 나름대로 제 역할을 해오기는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좌우하는 유의미한 세력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시피 이 사회에는 새로운 판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한나라 비민주> 성향을 지닌 진보적인 대중이 이러한 판짜기를 암암리에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전례없이 혹독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시달릴대로 시달려 이런 현실을 빚어낸 주역인 MB와 한나라당을 더없이 혐오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온건보수인 민주당도 이런 현실을 바꿀 만한 세력이 못되며, 오히려 한나라가 오염시킨 현실 속에 어느 정도 발을 담그는 바람에 제대로 운신조차 못하는 반병신 정당 정도로 보고 있다. 어느 면에서 민주당은 이런 현실이 조장되도록 방조했다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2중대라는 비아냥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참여당이 민노당, 그밖의 진보제세력과 더불어 진보대통합당을 결성하려고 움직이는 것은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적인 다수 대중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요구, 대중의 열망에 제대로 부응하는 일이니까.
물론 김대중, 노무현 전대통령들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기는 했지만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인 강고한 극우보수세력의 저항에 밀려 애초에 의도했던 바를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다. 이제 그들이 다 이루지 못한 과제는 제3의 정당, 곧 진보대통합당이 이루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제3의 정당이 출현하면 앞으로의 정치판세는 보수 대 진보라는 아주 선연한 양극체제로 바뀔 것이다.
이렇게 정치판세가 놀랍게 바뀌어가고 있는 현상은 지난 97년의 1차 외환위기 이후 이 사회의 중산층이 빠르게 몰락해가고 있다는 현실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중산층 몰락이라는 현상은 특히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더욱 가속되어왔다.
과거 한국 중산층의 중요한 축을 이루었던 몇백만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어떤 처지에 내몰렸는지만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수많은 하우스푸어들도 조만간 중산층의 대열에서 떨어져나갈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중산층은 몰락해가는데 새로 중산층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젊은세대 층은 극히 엷다. 비정규직 일이나 알바 같은 거로 목구멍에 풀칠해서야 언제 중산층이 되겠어? 꿈이나 꿀 수 있겠어?
나는 한국 중산층의 몰락, 그로 인한 계층 양극화 현상의 가속이야말로 민주당 같은 온건보수 정당의 입지가 앞으로 더욱더 좁아질 수밖에 없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계층 양극화는 자연히 과도하게 부유한 소수의 상층이 지지하는 수구보수 정당과 다수 서민이 지지하는 진보적 정당이 선명하게 맞서는 구도를 빚어낼 수밖에 없다.
얼핏 보면 이런 식의 대립구도에서 진보진영 측이 숫자상으로 상당히 유리할 것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사회의 뿌리 깊은 지방색이 그 선명한 대립각을 무디게 해서 보수측이 예전에 지녔던 힘의 상당부분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한데 여기에 다른 변수가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어오고 있는 전세계적인 불황과 MB정권의 극단적인 실정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파탄 가능성이다.
내가 <벵거 감독의 경고>라는 글에서도 밝혔듯이 현재의 유럽 경제위기가 한국의 3차 외환위기로 전이될 경우 그것은 MB 정권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이고, 한나라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대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볼 때 진보대통합당이 출현하기만 하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다수의 기회주의자들로 이루어진 민주당은 뿌리부터 뒤흔들려 과거 민한당, 열린우리당처럼 한꺼번에 와해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그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사람들과, 민주당의 우편향 세력에 의한 보수대연합당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영남과 호남과 충청 보수세력 연합이라는 색채가 가미될 수도 있고.
구체적인 각론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으되 진보대통합당이 출현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대중의 열망에 비추어 필연이다. 이런 정당이 아니고서는 중산층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서민적 현실을 자각한 이들의 요구를 담아내줄 정당이 없다.
과거와 같은 형태의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은 이런 이들을 담아낼 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지나온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듯이 현실사회주의의 파산 이후 마르크스주의나 사민주의 이론은 더이상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한다. 그들이 새로이 서민층으로 전락한 다수 대중을 끌어안으려면 노동자 헤게모니나 프롤레타리아 독재 같은 낡은 환상으로부터 빨리 깨어나 진보대통합 대열에 합류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냥 지금 이대로 박물관 속에 들어앉아 있거나.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유시민과 참여당이 다소 굴욕적인 처지를 감수하면서까지 진보대통합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는, 더없이 지혜롭고 현명한 처사라 생각한다.
요즘 안철수나 박원순의 출현으로 세상이 한참 시끄러웠는데 사실 나는 이렇게 깨끗하고 유능해뵈는 이미지를 지닌 인물들이야말로 갈곳 없는 서민 대중들의 열망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는 인물들이라 여긴다. 지지할 만한 진보대통합당이 아직 생겨나기 전이고 기존의 정당들은 전혀 마음에 차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들은 그런 이들의 출현을 반길 수밖에 없다.
봉팔러들은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대중들이 안철수나 박원순을 열렬히 지지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마시라. 잘못은 대중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요 안철수나 박원순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잘못은 바로 진보대통합당을 만들어낼 책임이 있는 이들 중의 일부 사심많은 자들이 그 작업을 훼방하는 데 있으니.
지금 진보대통합당이 출현하는 것을 방해하는 자들은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을 앞세워 역사적인 흐름을 거역하는 자들이요, 이 땅의 참다운 민주화와 경제안정, 정의로운 사회를 갈망하는 대중의 열망을 가로막는 자들이니 반드시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과거 노무현 탄핵을 주도했던 자들의 말로가 어떠한지 이미 눈으로 보지 않았는가.
아무튼 긴 얘기 할 것 없이 진보대통합 앞에 즐비하게 널려 있는 자잘한 쓰레기들 빨리 치우고 진보대통합당 빨리 만들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