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개인적으로는 선통합 후논의라는 유 대표의 말씀이 절차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심정적으로는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앞두고 있는 진보통합이 중차대한 함의를 지니는 사안인지라, 그것도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버렸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는 반드시 치뤄져야 하며 가결되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음을 밝힌다.
안타까운 마음과 절차의 문제를 지적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 글이 아니란 소리다.
자, 그럼 아래부터 10.1 전당대회를 거부한다며 서명한 자들이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약점 한 가지를 지적하고, 그럼에도 쟤네가 뭐땜에 저러는지를 고찰해볼까 한다.
1. 서명한 애들 중에 완장을 차고 있지 않는 평당원이 (거의) 없다.
최고위원, 전 최고위원, 도당위원장, 시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청년위원장, 당헌당기위원장 등등 전/현직을 망라한 운영위원들 약 80명이 모여 서명했다.
중앙이나 지역에서 뭔가 한 자리 맡고 있는 애들이란 소리다.
실제로 전당원대회가 전당원 대 토론회로 바뀌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를 거부하겠다고 서명한 80여명 중에 자신을 주권당원이라고 밝힌 평당원은 마지막에 한 명 뿐이다.
그것도 맨 마지막에 적혀 있다. (부끄러웠나? 완장이 없는 사람이라?)
걔 빼곤 다 중앙과 지역에서 전직이든 현직이든 한 자리씩 했던 애들이란 거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나?
지역에서 완장차고 설치던 애들이 짝짜꿍맞아 일련의 작태를 주동했다는 것이다.
아니 무슨 여기가 국회 과반을 점령하고 있는 거대 야당도 아니고 국회의원 한 명도 없는 정당에서 우리끼리 지역에서 만들어놓은 직책들 뭐 그리 거창하다고 적어놨냐? 부끄러워서 명함도 못 내밀어야 정상 아니가?
나라면 노무현 대통령님 볼 면목이 없어서라도 못그럴텐데.
노무현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고자하는 애들이니 나보다 더 대통령님을 사랑할 것 같은데, 우리 당의 현재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은 조금도 없는 모양이다.
볼 것도 없이 이번 일은 완장차고 행사 때 마다 자기들끼리 모여 인사하며 악수하고 사진찍고 밥 먹고 술 빨면서 형님 아우하던, 궁물을 탐내던 자들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와의 통합에 의해 자기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을 두려워해 벌린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 2년 간 어떻게 다져 놓은 정치적 입지인데... 우리보다 세가 크고 드센 민주노동당 애들에게 통째로 자리를 내줘? 어림없지. 유시민 개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어?" 이거다.
내 말이 틀렸다면 10월 1일 전당대회 전으로 완장을 차고 있지 않은 주권당원 1,700명 이상의 서명을 모아와라.
이미 서명한 자들까지 포함해서 1,700명 이상을 모아온다면 일반 평당원들도 통합을 상당히 껄끄러워 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할게.
왜 1,700명이냐?
주권당원이 1만 명이 조금 안 된다고 할 때 5,000명이 넘으면 50프로 투표율을 넘게 된다. 그 중 3분의 2가 통합에 찬성을 해야 합당이 되는데 5천명이 투표했을 때 반대가 33.3프로 넘으려면 1,700명은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
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면 나도 더 할 말이 없다. 수학이 아니고 산수니까.
근데 아마 졸라게 모으기 힘들거다.
지역에 평당원인 주권당원들은 대부분 니들의 역겨운 완장질과 행패에 못이겨 오프에 나오지 않은지 1년은 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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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럼에도 쟤들은 통합의 조류 앞에서 왜 저런 민폐를 끼치나?
얘들은 노무현 정신을 온전히 잇기 위해 당을 사수하려는게 아니다. 혁신과 통합에 당을 가져다 바치려고 저러는거다.
쟤네가 왜 저러나 대충 생각해보면, 민주노동당과 함께해서 새로운 진보의 대안정당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무지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일단 알 수 있다.
그럼 쟤네는 민주노동당과 이정희가 아닌 친노세력과는 함께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완전 예스다.
지금 뜨고 있는 혁신과 통합이란 빅텐트에 들어가 참여정파 쯤을 유지하면서 계속해서 완장질 해 먹으려는 심보란 거다.
민주노동당, 시민단체와 통합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통합당에서는 쟤네들이 다져놓은 기득권이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출신 지역활동가에 비해 실력도 모자라고, 그렇다고 유시민 대표가 다른 민주당계 정치인들처럼 자기에게 충성한다고 궁물을 나눠주는 사람도 아니고, 이정희는 생판 모르는 여자고.
이거 답이 없는거다. 생활정치와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속에 음흉하게 스멀거리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이들의 이성을 마비시킨거다.
그런데 타이밍 적절하게도, 쌩유하게도! 문재인, 김두관 등을 위시한 친노라 불리던 세력들이 혁신과 통합이라는 빅텐트를 제안한다.
다 알겠지만 유시민과 참여당이 여기 들어가면 국민참여정파로 등록되어 민주당이라 할 수 있는 민주정파, 진보신당 탈당파들의 정파 등과 함께 1:1구도를 만드는 연합정당이 되는거다.
이게 얘네한테 훨씬 매력적인거다.
민주당 애들은 어짜피 궁물들이니까 형님 아우 하며 짝짜꿍 잘 맞게 되어있다. 민주노동당 애들은 여기 안 들어올테고, 진보신당 탈당파들이나 창조한국당은 그 세가 미약하다. 참여당 독자파만으로도 해볼 만 하다 싶을거다. 결국 참여당이 혁신과 통합에 들어간다면 거대야당의 제2정파로 단숨에 격상되는 것이다.
그럼 이번 통합안을 의결하는 전당대회를 막거나 부결시켜버리면 국민참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매우 한정되어지기 때문에(진보신당 꼴 나거나, 혁신과 통합 들어가거나)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혁신과 통합에 들어가자는 주장을 하기가 굉장히 수월해지고, 설득력또한 높아지게 된다.
독자의 길을 걷게 된 진보신당의 꼴을 참여당 당원들이 바라지는 않을테니까 말이다. 누가 자봉정당 하며 1프로 지지의 진보신당 꼴 나고 싶겠나.
그리고 민들이 진보통합 부결되면 참여당보고 혁신과 통합 들어오라는 압력을 더 많이 할 것이고 그 압력을 이겨낼 수 없으리라고 본다.
근데 이게 졸라게 치사한게, 유시민 대표는 내가 현장가서 기사도 썼지만 혁신과 통합 발족식에서 "혁신과 통합이 진보통합당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진보통합당을 건설하여 혁신과 통합과 힘을 합쳐 야권의 정권교체에 기여하겠다"고 말씀했는데 이 말씀을 졸로 들었다는 얘기다.
아니 노무현 정신 운운하면서 노무현 대통령님 퇴임식 날 '내 과'라고 손 들어준 사람의 말을 안 쳐듣나? 귓구멍에 좁 박았나??
거기다 유시민 대표는 부결되면 책임론이 불거져 물러날지도 모른다. 눈엣가시(유 대표를 이렇게 생각한다는 자체도 정말 무시무시하다)를 힘 안들이고 제거하는 거다.
이렇게 전개되면 저절로 전당대회 거부에 서명한 애들 세상이 되는거다.
문태룡 최고는 단숨에 혁신과 통합 속 참여정파의 거두가 될 거고.
만약에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영원히 양당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진보는 이 땅에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양당제로 아무리 잘 굴러가도 미국이 한계다. 더구나 국토와 자원, 인구의 한계가 다분한 후발주자로 미국 만큼이나 성장을 할 수는 있냐? 어림없다.
우리는 제 3의 정당을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
진보의 힘은 섞임에서 나온다는 유 대표의 말씀을 떠올려라.
극우/수구임에 틀림없는 보수 한나라당, 온건 보수와 자유중도의 민주당, 진보의 가치를 외치며 자유주의적 스탠스까지 수렴가능한 참여당
이렇게 삼분의 형국이 조성되기만 하면 우리는 대통령님 원수도 갚을 수 있게되고 이 땅의 아이들에게 진보의 미래를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된다.
이 때 언급할 수 있는게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씨가 오늘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 이후 신문도 안 보고 관심없다 그러던데 -_-;
안철수씨의 실망스러운 발언에도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있는게 국민이다.
안철수씨에게 쏠린 기대와 희망을 대중적 진보통합당이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고, 안철수씨보다 더 훌륭하게 역임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설이라고 매도하고 날 욕해도 좋다.
니들이 니들 맘대로 노무현 정신 운운하듯이 나도 내 맘대로 니들 의도를 운운할 자유가 있는거 아니겠냐? ㅋㅋ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