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원순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다. 그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인상은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는 점에서 별 근거도 없다.
한데 박원순이 오세훈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에서 계속 추진할 만한 것은 하겠다, 고 한 걸 두고 또 우리의 단순씨들이 발끈하면서 박원순은 위장 한나라라는 식으로 맹비난을 하는 걸 보면 한숨이 푹 나온다. 단순씨들은 왜 그렇게 쉽게 판단하고 재단하고 규정하는 걸 그리도 좋아하지?
오세훈이 한강르네상스라는 전시성 사업에 서울시민들의 피같은 돈을 어마어마하게 쳐들이부어서 이익볼 주체는 서울시민들이 아니라 부패한 토건족이라는 건 맞다. 하지만 지금 그걸 전면적으로 중단해서 모조리 폐기처분할 게 아니라 그중에서 건질만한 건 건지는 게 맞다. 부도난 회사라 해도 다 버리고 나오는 게 아니라 쓸 만한 건 건져서 나오잖는가. 그게 서울시민들의 귀한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는 일이 된다.
나는 이 민감한 시기에 박원순이 그렇게 말한 걸 보고 그가 꽤나 소신이 있는 사람이구나, 여간해서는 의지를 잘 굽히지 않는 식물성 인간인가보다, 하는 인상을 받고 오히려 전에 없던 신뢰가 생기면 생겼지 그가 한나라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들더라. 그의 그런 태도는 오히려 문제생길 소지는 어떻게든 살살 피해나가면서 인기지향성 발언만 늘어놓곤 하는 정동영, 손학규의 짓거리들보다는 훨 나아보이더라.
나는 일부 단순씨들이 박영선이 자주 한나라당에게 맹공을 퍼붓는 걸 보고 속이 시원해서 <박영선을 서울시장으로!>라고 외치는 것을 봐도 입맛이 쓰다.
박영선은 정권이나 한나라당에게 약점 잡힌 게 없거나 입장이 자유로워서 그렇게 맹비난을 할 수 있지, 원래 MB와 한나라당 것들은 너무나 형편없는 개호구들이라서 누구나 다 욕을 할 수 있고, 욕하면 칭찬을 들을 수 있다. 박영선은 그저 그런 정도를 한 것뿐이다. 방송국 출신답게 말을 또박또박 시원하게 잘해서 듣기도 좋고, 나름대로 의정활동 성실하게 해와서 인상도 좋은 편이고.
하지만 학교다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노트필기 잘하고 필기한 거 잘 외워서 점수 잘 받는다고 실력있는 학생 아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능력이 별로 검증도 되지 않은 인물을 두고 서울시장감이라니. 게다가 최근 박영선이 경기도와 김해에서의 유시민의 경험을 예로 들어가며 박원순에게 민주당에 들어오라고 은근히 겁박한 것은 좀 싸보이는 짓이었다. 2번 못받으면 서울시장 못된다니! 이를 두고 서영석이 박영선을 맹비난했든데 나는 서영석이 백번 옳은 소리했다고 믿는다.
그렇게 자꾸 2번, 2번 해싸가다는 장차 1번 어뢰를 이어받을 2번 어뢰 나오시겠다. 장차 2번 어뢰 타고 돌진했다간 1번 인간어뢰 탈 때보다 더 골로 가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시대와 대중의 요청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해 기울어가는 배다. 그런 정당에서 그런 정당에 충성하는 짓을 하는 박영선을 서울시장감이라 생각하는 건 그런 정당 지지자들에게나 어울릴법한 짓이다.
제발, 레테르부터 꽝 찍고 바라보지 말고 먼저 바라보고 나서 레테르 찍어라. 그것도 한참 주의깊게 바라보고 그런대로 확실한 것 같으면 찍어라.
진보통합 빨리해서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같은 사람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면 끌어들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보이는구만.
뱀발: 박원순의 다음과 같은 해명이 포털에 떴네요. "그는 또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지속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인 것을 의식한 듯 '이미 완공된 건물 같은 경우 원상회복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