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13일, 지역주의에 홀몸으로 맞섰던 한 정치인이 세번째 좌절을 맛봤다.
동서통합,지역주의 정치체제 해체를 목놓아 외치며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부산으로 몸을 던졌던 정치인이 부산에서 3번째 좌절하는 순간, 사람들의 울분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박정희대통령 시절의 지역주의 이간책으로 시작된 지역주의 정치구도에 몇십년을 푹푹 삶겨온 사람들이 "이대로는 안된다" "이거 그냥 놔두고서는 대한민국 정치는 단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라고 생각한 시민들이 눈물을 터뜨리며 분노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시작이었다. 당과 정파를 초월하여 동서를 가르는 지역주의에 기생하여 연명하고 있는 한나라당, 그리고 심지어는 그 지역주의에 기생하여 한나라당이 경상도를 먹고 있을때 전라도를 먹으며 전라도의 맹주로 안주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세력도 단호히 거부하며 그 지역주의 구도를 끝끝내 뚫고 가고자 하였고 끝끝내 고배를 마신 노무현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모아지기 시작한다. 그 세력의 중심에 노사모가 있어 그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울분을 담아 모아서 노무현에게는 지역주의 극복의 거대한 강물이 되고, 지역주의 정치자영업자들에게는 한바가지 뒤집어 씌울 물벼락이 되었던 거다.
"이대로는 안된다" 였다. "이대로 놔두고는 단 한발자국도 움직일수 없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지역주의 정치판이 깨진다" 였다. 딴거 없었다. 세세한 정책검증? 어차피 새로운 정책의 실현은 지역주의 구도가 깨져야 하는 것이었으니까.
2011년 9월 25일. 다시 울분이 소낙비럼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진보대통합 실패' 라는 규정이 대한민국 진보정치를 암울한 골목길로 내몰고 있다. 분명히 민주노동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표찰을 들었던 65% 그 이상의 울분과 분노와 실망과 좌절이 대한민국 정치를 뒤엎고 있고 그런 결정을 내린 정당의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황망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우리는 무엇을 깨고자 하였고 무엇을 이루고자 했으며 누구를 대안으로 세우고자 했을까.
우리가 지금 가지는 이 분노의, 꾸준히 노력해오던 일이 한번에 무너진 것에 대한 분노 시작은 2009년 6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민주노동당은 대한민국 원내정당 최초로 정책당대회를 열어 이명박 정권 퇴진 투쟁을 결의하게 되고, 6.2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그 자리의 참석자들이 높은 결의로 공유하게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사람잡는 이명박 정권 이대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다짐하게 된다. 촛불부터 공공민영화,MB악법,용산학살,그리고 정책당대회 순간에 이미 진행중이었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철회 투쟁까지. 지방선거 승리와 이명박정권 퇴진투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기억들 나시죠?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6.2지방선거의 야권연대의 실현에 몸을 던진다. 야권연대는 모든 공약을 넘어서는, '지방선거승리,이명박정권 퇴진'의 가장 빠르고도 정확하고 무서운 방법으로 인식되고, 그 핵심을 민주노동당이 꽉 잡고 방향을 이끌어 나갔다.이상규 서울시장 후보의 사퇴를 시작으로 16개 광역시도지사 후보들이 차례로 사퇴하며 민주노동당은 내부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야권연대의 핵'으로 자리잡는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수배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야권연대 협상장이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열린 것은 민주노동당의 역할과 상징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그리고 지역위원회 차원에서는 각 구청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협상하면서도 각 민주노동당 지역위원장들이 헌신적이고 사심없이 당의 '야권연대 성사' 방침을 따라주었다. 만년 5% 정당 민주노동당이 일약 국민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 진보정당의 본분을 가장 정확하게 이행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모든 시민사회가 제 1야당인 민주당을 제껴두고 민주노동당의 방침을 주목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내내 민주노동당 후보는 국민의 따뜻한 시선을 받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이하 국회의원, 최고위원들은 다니는 광장마다, 방문하는 현장마다 박수와 환호 그 이상의 신뢰를 받게 된다.
6.2 지방선거 야권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장의 사진.
민주노동당이 실현해 낸 '정책합의에 근거한 후보단일화,그리고 선거승리로 만드는 지방공동정부' 의 기조는 바로 야권연대를 실현하며 만들어 낸 국민의 신뢰가 있어서만이 가능했던 얘기이다. 그리고 그 초석을 당시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이정희의 이름으로 닦아 놓은 것을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야권연대를 실현하며 쌓아온 국민들의 신뢰는 민주노동당 자체 역량의 강화로도 이어진다.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의 승리가 바로 그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쌓은 '야권연대의 핵심' 이라는 캐릭터와 실력은 4.27 재보궐선거에서는 '전라도에서 민주당에게 먼저 후보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 까지 만들어내게 되고, 국민들도 '전라도에서의 민주당 기득권 양보' 라는 차원에서 인식하게 되고, 그 양보를 받을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민주노동당을 눈에 넣는다.
민주당 조차도 썩은 표정으로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수가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고,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23일 김선동 야권단일후보의 지원연설을 함으로써 사실상의 '항복선언' 을 하고 결국 출신 야권단일후보 민주노동당 김선동은 승리하게 된다.
국민의 신뢰가 오롯이 민주노동당에 모이던 그날.
그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가 없게 된 민주노동당의 실력이 증명되고 확인되는 순간이었고, 오랜 시간 끈질기게 야권연대의 진정성과 추진력을 인정하고 지원사격을 해준 국민들의 신뢰가 바탕이 된 실력이었다.
그런데 국민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판단을 요구하게 된다. '연대' 를 뛰어넘은 '통합' 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1년 넘게 진행해 오던 상태에서 차원을 달리하는 국민의 요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는 "닥치고 합쳐서 나좀 살려다오" "함께하자.우리가 당신들의 평생 동지가 되어 주겠다." "함께 가자. 민주당의 독선을 제어할 수 있는 야권통합의 중심이 되어다오" 라는 국민의 요구이며 호소이며 메세지였다.
이까지의 흐름을 사실상 이정희대표가 견인해 온 것이다. 투쟁에 몸을 사리지 않는 운동가적 진정성에 누구나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대중성이 탑재되는 순간 그것은 누구도 무시 못할 진보정치세력의 대표가 되고 민주노동당은 그 누구도 허투로 볼 수 없는 '통합의 핵심' 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는 입당시기로 보면 분당 이후에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입당한 세력을 대표하고 있었기에 분당의 상처를 안고있는 진보양당 구성원에게 과거의 상처를 떨치고 진보집권의 한길로,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진보의 바다로 뛰어들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주체적으로 모으자고 외칠 수 있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다. 진보정당은 각성되어있는 국민들이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며, 그 행동과 진정성에 감동을 받은 모든 이들이 주는 신뢰와 양분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임을 한시도 잊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지긋지긋한 '소수근성' 으로 이끌어나가는 '끼리끼리 정치' '소모적 정파정치' '실현능력 부재의 논쟁정치' 를 깨고 국민의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살릴 실력이 있는 진정성있는 집권세력이 되어야 하고 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그럴 수 있는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 그래야 하는 당위성을 인식하고 있느냐 하지 못하고 있느냐 하는 판단을 해야하는 날이 2011년 9월 25일이었던 것이다.
노동법이 갈갈이 찢기던 날, 눈물을 흘리며 다들 생각했을 것이다. 이정희대표도.
어떻게든 하나가 되어야 한다. 통합진보정당 만들어야 한다.
촛불과 함께 물대포를 맞으며 광장에서 함께 뒹굴던 2008년, 끊임없는 탄압과 좌절의 눈물 속에서 이명박 정권 타도의 칼날을 갈던 2009년, 정권퇴진의 방법은 야권연대밖에 없다며 협상장에서,선거유세장에서,광장에서 뒹굴며 국민들의 신뢰를 확인했던 2010년, 그리고 그 신뢰를 받아안고 전라도에서 민주당의 독선을 꺾어버린 2011년 4월의 노력들까지. 이정희 대표가 선봉에 서서 이뤄냈던 숱한 투쟁과 성취의 역사가 있었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갈라진 동지들을 불러모으고 국민참여당 세력을 동지로 받아들여 대통합을 완성하여 비로소 우리가 입에 달고살던 노동자농민 민중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길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나 바로 2011년 9월 25일. 그 길이 끊겨 버렸다. 역사의 흐름에서 볼때 진보세력에게는 집권으로 나아갈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일생일대의 기회를 무위로 날려버린 것이다. 현장활동가들은 힘을 잃어버렸고 그 결단의 선봉에 서있던 이정희 대표는 그 이상으로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가자 진보의 바다로 . 국민이 원하는, 민중이 요구하는
진보대통합,통합진보정당의 길로 다시한번 영차!
울분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고 있다. 역사를 배반했다는, 국민이 시키는 대로 하지 못했다는, 내가 몸담고 있는 당이 대중속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소수근성에 묶여 버렸다는, 우리가 차고 넘치는 역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십년간 길들여진 일말의 소수근성 정치의 판을 깨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내뿜는 울분이 골목마다 쌓이는 소주 빈병만큼이나 쌓이고 있다.
이제 선택하자.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울분들이여. 이정희에게 걸어서 '소수근성'에서 해방되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중심세력으로 민주노동당이 우뚝 서서 이땅의 반역세력을 처단할 것인가, 아니면 언제나처럼 '만나던 동지들끼리만' 모여서 박터지게 투쟁하면서도 판판히 깨져서 골목 선술집에서 소주나 한잔 찌그리고 있을 것인가.
이정희대표를 더욱 더 강고하게 세우자. 우리보다 더 아파하고 있을 그녀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 이상의 고통을 겪으며 통합을 호소하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
출처 - 희로인닷컴 http://heeroine.com/166699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