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는 지난주 금요일자로 “박원순, 이대로 가면 진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그렇다. 이대로 가면 진다. 박원순 후보가 경쟁 후보에 비해 함량이 떨어져서가 아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조직 역량이 한나라당에 밀려서도 아니다. 지지자들의 열정이나 세계적 흐름 어느 것도 야권에게 불리하지 않다. 오직 문제는 ‘전략’이다.
박원순 마케팅 대신 ‘MB 폭정 심판’으로 집중해야 한다
<민중의소리>와 사회동향연구소(STI)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아직까지 반 한나라당 유권자층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83.8%가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박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80.5%에 그치고 있다. 민주노동당 지지자의 13.6%도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고,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 층에서도 겨우 60.7%를 끌어오는 데 그쳤다.
이것은 전적으로 메시지의 문제다. 선거에서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후보를 지지할 이유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박 후보는 ‘새로운 변화’, ‘시민이 주인’, ‘변화의 적임자는 박원순’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왔다.
물론 박 후보가 시민사회진영에 첫 손에 꼽히는 명망가이며,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실력있는 시민운동가였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박 후보는 ‘안풍(安風)’이 불기 전에는 후보 지지도가 5%에 머물렀었다. 인지도가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강한 ‘스타덤(stardom)’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견고하지 못한 인물경쟁력은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압도할 ‘역풍’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유다.
변화, 시민주권 같은 개념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반드시 투표를 해야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변화를 테마로, ‘인물론’으로 귀착되는 현재의 전략은 지지층의 유지, 확장에 어려움을 조성하고 있다.
ⓒ빈곤사회연대 제공
용산참사 당일 아침 현장.
박원순 후보는 용산참사 유가족부터 만나야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었다.
이른바 ‘회고적 투표’, 즉 집권세력에 대한 평가 투표는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강압통치에 골몰해 온 이명박 정부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집권세력이 내세우는 것이 ‘인물론’이다. 장관이나 국무총리 같이 ‘큰 자리’를 한 인물을 내세워 “일을 잘 하는 후보”, “예산을 따 올 수 있는 후보”라고 선전한다. 이번에는 ‘큰 인물론’을 펼치는 대신,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리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역시 ‘인물론’의 변형된 전략이며, ‘정권 심판론’을 희석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일뿐이다.
그렇다면 반 한나라당 유권자층을 흡수하기 위한 유일한 메시지는 ‘MB심판’이 된다. 박원순을 지지하고 야권의 승리에 환호할 준비가 되어 있는 유권자들에게 ‘MB심판’을 일관되게 호소해야 한다.
이를테면 박 후보는 계층별 정책 행보라는 이름으로 ‘경청(敬聽)’마당을 열고 있다. 이 자리는 그러나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만 수렴하는 장이어서는 안 된다. 대신 박 후보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곽노현 서울교육감을 만나야 한다. 이명박 정권의 폭정으로 인한 피해대중의 증언대, ‘MB 성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TV토론에 대한 소극적인 전략도 바뀔 필요가 있다.
박 후보측은 상대가 제안하는 TV토론회를 거절하면서 ‘박 후보와 서울시민의 접촉을 더 늘려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의 상식과 다르다. 무려 837만 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선거에서 ‘TV’ 대신에 ‘악수’를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괜히 ‘검증을 피하려 한다’는 상대의 주장에만 힘을 실어줄 뿐이다.
TV토론은 혼란스러웠던 메시지를 정리하는 좋은 공간이다. 한나라당의 저질스러운 공세 따위는 일축하고 이명박 정권의 폭정을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하자고 호소해야 한다.
박원순 후보는 토론회에 나서야하고, 토론에서 좀 더 뻔뻔해져야한다. 아키히로, 몽준이한테 후원금 받은 건 "열심히 벌어서 멋있게 쓰자는 걸 보여드리려고 제가 주선한 거 아입니까"라고 하고, 6개월 방위 얘기가 나오면 "제가 안상수, 정운찬처럼 군대가기 싫어서 잠적이라도 했습니까 ㅎㅎ"하면서 정면돌파하면 되지. 왜 쫄아붙나?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