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안철수, 박원순을 가리켜 “저들이 우리처럼 정치지형의 변화를 열망할 것 같냐”며 “안 온다. 여덟 평짜리 판자집에 뭘 보고 정치하러 오겠냐. 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우리에게 아주 큰 함의를 제공한다.
저들은 우리가 꿈꾸는 사람사는 세상에 대해 아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다.
지극히 상식의 차원에서 합리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저 정치를 하겠다는 말도 그렇다고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말도 없이 물타기를 하고 있다.
그저 무위의 묘를 보여주고 있지만 야권이 워낙 삽질들을 하고 있으니 마음 줄 곳 없는 국민들이 그나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안철수에게 열광한 것이다.
유시민이 정치가 아니라 시사평론가로 5만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한 것도 이것과 상통한다.
지금 우리끼리 모여 즐겁게 하고 있는 국민참여당이라는 이름의 정당활동도 국민들이 보기엔 이미 ‘기성정당’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의 대표 유시민도 이제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원래 있던 그런 정치인이 돼버린 것이다.
* 6.2 지방선거나 4.27 재보선에서 이겼더라도 이 현상을 극복하긴 힘들었을거라 본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발목잡는 당원의 수만 늘었으리란 생각에 오히려 ‘다행이다’
안철수 등은 정치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현재 휘청이는 것도 그가 나름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공약들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유시민과 안철수 등의 차이가 바로 ‘고민’의 차이라 생각한다.
상식과 원칙 수준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안철수가 상식적인 행동을 한다고 그가 대한민국 정치계의 새로운 들불로 타오르리라고 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보통의 세상에서는 당연한 것이지 대선주자로 부각될만한 장점이 아니다.
유시민의 성찰은 그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경지이다.
유시민이 말했듯 안철수 등이 진정 이 나라의 정치지형과 국민, 진보의 미래 등을 고민했다면 적어도 그들은 새로운 당을 만들고 정치에 뛰어들었거나, 누군가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자신의 인기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참가해야 한다.
내가 가장 바라던 시나리오는 안철수가 ‘유시민 지지선언’을 하고 참여당에 입당해 유시민이 노무현을 위해 박박 기었듯 안철수도 유시민을 위해 박박 기는 것이었다. 그가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는 유시민 다음 우리의 대장으로 안철수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그러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박원순도 그러지 않는다. (원순씨는 당선된다면 추후 대통합의 논의에 합류할 순 있을 것으로 본다)
유시민은 이미 이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등은 유시민 자신과, 그의 고뇌를 이해하고 함께 그러한 고민의 지점에서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참여당원들이 바라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는걸...
(이거 안철수 욕 아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하는 것. 그가 유시민처럼 고뇌하지 않는다고 그를 깔 자유가 나에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상황에 대한 진단을 하고 있을 뿐이며 내 생각이 100% 옳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유시민에게 유시민만 있었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겠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 반성할 일이고...
아무튼 그는 이미 안철수 등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순진한, 그리고 멍청한 얼굴로 안철수 등이 와주지 않을까 따위의 기대는 하지 말자. 안철수를 비판한다고 발끈하는 이해못할 행패도 부리지 말자. 의견은 누구에게나 다 자유다. 국민들이 안철수를 좋아하는 것도 자유고, 국민들이 내년 대선에서 안철수가 아니라 박근혜를 좋아하는 것도 자유다.
우리는 안철수라는 고급 장롱보다 수십 배 더 귀한 유시민이라는 초고급 장롱이 있다. 그저 그것을 감사해하고 그저 그것을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더디가도 찬란할 100년가는 정당이 아니라, 유시민을 통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우리 세대에 이루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유시민이라는 초고급 장롱을 넣기 위해 판자집이 아니라 적어도 2층 주택 정도로는 집을 키워야 한다. 어제 유시민은 국민참여당은 8평 판자집, 민주노동당은 비가 새는 연립빌라, 민주당은 2층 주택이라고 했다. 참여당과 민노당 등이 합치면 민주당에 육박하는 (그리고 그 이상의) 지지율이 나온다.
어제 그가 그 슬픈 표정으로 세력이 있어야 함을 지난 2년 간 깨달았다고 말한 것은 어쩌면 우리를 원망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를 이렇게 갉아먹고 있는 우리에게 힘들다는 토로도 못하고 운명이라며 체념하고 받아들인 리버럴리스트의 슬픔이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유시민에게 손가락질 할 자격이 없다. 아직도 지도부를 비판하고 독자노선을 운운하는 자들은 제발 읽고, 듣고, 생각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15%의 지지율이 3%의 지지율이 돼어버렸다며 결국 김어준의 말대로 됐다는 그의 말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슬펐다. 15%의 대선주자가 3%가 됐는데도 우리끼리 해서 즐겁고 좋다며 대통령이 되려고 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유시민에게 노무현을 보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창당정신을 잊었다고, 불통의 길을 간다고 비판하는 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15%의 대선 지지율을 가진 그 사람만이 오직 창당 때 ‘유일하게’ 우리들의 손을 잡아줬고 마음을 만져줬다.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는 친노 새끼들 중 그 누구도 건너오지 않았지만, 오직 유시민만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제를 혁파하고 새로운 진보의 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돼 우리 조국이 진정 사람사는 세상이 되게 하려고 모든 것을 버리고, 이해찬과 한명숙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건너와 우리를 안아주었다.
저 한가지 사실로도 참여당 당원들은 유시민을 평생 까서는 안 된다. 아니, 유시민이 노무현을 위해 박박 기었던 그 순간 노빠라고 자임하는 이들은 유시민을 평생 까서는 안 된다.
지금 유시민이 얼마나 처량한 처지인가. 우리 당원들 빼면 아무도 없다. 우리는 그를 목숨걸고 지켜야 한다. 우리는 목숨걸고 그에게 15% 이상의 지지율을 돌려줘야 한다. 그의 후퇴는 우리 모두 함께 시도했던 것들의 실패로 인한 ‘공동책임’이다.
지금와서 유시민에게 모든 지탄을 쏟아내는 비겁자들은 그 입에 노무현을 담지 말라.
그리고 현재의 정국에서 분명해진 사실은 유시민을 지키기 위한 길은, 유시민이라는 장롱을 큰 집에 넣기 위한 길은 국민참여당 독자의 길로 100년을 간들 담보되지 아니한다.
오로지 (적어도) 민주노동당이 포함된 새로운 진보의 통합만이 우리에게 우리가 꾸던 정치의 변화를 담보해줄 수 있다.
유시민은 어제 유 아무개가 정치를 그만두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담보된다고 할 때 그 자리에서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유시민은 어제 국민참여당이 해산되면 정치가 혁신된다고 할 때 당이 해산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유시민을 깠을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기 수준이 딱 그만큼임을 인증하는 것이다)
국민참여당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와 양당제를 극복하는 정치지형의 변화, 바로 거기에서 노무현이 쓰러졌기에 그 자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을 잊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노무현을 잠시 놓았을 때도 그는 노무현을 버리지 않았다.
유시민은 우리 복수하려고 모인 사람들 아닙니까란 말을 수 차례 전했다.
물론 그 복수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화를 들며 “춘향이의 한은 변 사또를 처벌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이몽룡을 만남으로써 풀리는 것”이라 했지만 나는 어제 봤다.
유시민이 그 누구보다도 노무현에 대한 복수를 원하고 있음을. 유시민이 그 누구보다도 노무현을 서럽게 그리워하고 있음을.
그가 집권을 하면 피비린내나는 숙청으로 구 시대의 막차를 선택할지 새로운 정치의 룰을 세우는 것으로 새 시대의 첫차를 선택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유시민도 노무현에 대한 복수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그것을 하려면 정치가 혁신되어야 하며, 그 혁신의 길은 독자노선으로는 어렵고 진보통합이라는 새로운 길로써 모색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통합을 올해 남은 시간에 추진하는데 있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 식의 통합, 민주당이 빠지고 참여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포함된 혁신과 통합 식의 통합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음을 어제 설명했다.
자 이제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그는 또 우리에게 비전을 제시했다. 15%의 지지율을 다 까먹어버린 바보같은 당원들이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또 우리에게 제안했다.
남은 것은 그 길을 그와 함께 가느냐, 그와 함께 가지 않느냐일 것이다.
당신들은 어떤가?
유시민은 어제 자신이 생각한 이 길이 100%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
안철수같은 파급력과 지지도를 가진 명망가는 없을지라도
우리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유시민대표에게 노무현의 유시민이 되면 안될까요?
예전 시민광장 총회에서 유시민대표가 했던 말,
우리끼리만 놀지 말고 나가서 자기 자리에서 영향력 있고 매력있는 사람이 되라 했던 말,
깊이 새겨봅니다.
나 자신이 유시민의 유시민이 되기 위해...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