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게임에 이기는 것보다 공정한 룰이 더 중요"> 노근/ 박봉팔닷컴/ 기사입력 2011년 10월 18일 오전/ 날씨 맑음 "민주노동당과 진보통합 계속 추진할 것"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7일 당원들에게 “아무리 뜻과 지향하는 바가 옳아도 세력이 없으면 이루지 못한다”며 “우리가 하려는 것은 정치라는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12년 진보개혁진영의 총선·대선 승리를 위한 국민참여당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의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진보통합이 난관에 부딪혔지만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국민참여당에 입당하려고 했을 때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께서 굉장히 말리셨다. 존경하고 모셨던 분이라 말씀을 어기기 곤란하여 이 전 총리께서 외국에 나가셨을 때 몰래 입당을 했다”고 회고하며 “두 분이 반대하신 가장 큰 이유는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선 참여당에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또 두 전 총리가 “입당 이후 대표로서 진보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 그들과 어울리는 것도 말리셨다. 저의 정치인생에 있어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셨기 때문”이라고 뒷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리고 “김어준 총수 또한 제가 ‘참여당의 지지율을 내 지지율 만큼 끌어올리겠다’고 말하자 ‘절대 안 된다. 오히려 당신의 지지율이 참여당의 지지율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당 대표를 맡고 열심히 여러 시도를 했는데 참여당의 지지율을 올리지도 못했고 내 지지율도 다 까먹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김 총수의 예언대로 됐다”면서도 유 대표는 “그러나 두 분 총리님과 김 총수의 말은 대통령이 되려면 맞는 말”이라며 “그것을 몰라서 참여당에 입당한 것이 아니다. 저는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꾸지 않는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성공하지 못하고 결국은 불행해질 것이기 때문이다”며 대통령이 되는 것을 위해서 참여당에 입당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유 대표는 “우리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짧은 기간 여러차례 큰 승부를 많이 했다”면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아무 의미 없지도 않았다. 지난 실패의 기간에 저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아무리 뜻이 옳고 지향하는 바가 옳아도 세력이 없으면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은 정치라는 게임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하기 위해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국민들은 룰을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그래서 우리의 길이 외롭고 험난한 것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것을 하지 않으면 양당제와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틀에서 현재의 정치구도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 가장 뼈아픈 것이 우리의 좋은 뜻을 세력이 없어서 펴지 못하는 것”이라며 유 대표는“꼭 국민참여당의 이름이 아니라도, 당 대표가 유 아무개가 아니라도,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바꿀수만 있다면, 게임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꿀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진보통합의 당위를 강조했다.
아울러 “먼지가 되고 싶어서 되려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참여당이라는 이름을 포기하더라도 우리의 뜻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15%의 지지율이 3%로 내려앉았지만 결단코 후회는 없으며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께서 정권을 잡으면 복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보수언론의 닦달에 ‘춘향이의 한은 이 도령을 만나야 풀리는 것이지 변 사또를 처벌한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다’는 답을 하셨다”고 소개하며 유 대표는 “우리도 대통령님의 억울한 것을 풀고 원수를 갚아야 할 것 아니냐. 우리끼리만 하면 물론 재밌고 좋지만 어제의 말과 오늘의 주장이 달라지더라도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지 말자. 조금씩 달라도 큰 세력으로 뭉치자”고 제안했다.
유 대표는 끝으로 “사적 이익이 아닌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을 생각하자”며 “2012년에 우리가 이 정당에 모여 이루고자 하는 바가 성취되는 기적같은 상황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오늘도 가진다. 계속해서 함께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민주노동당 함께할 수 있으면 혁신과 통합 합류도 가능"
유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것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사실상 결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원들의 마음을 추스리고 진보통합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는 성격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정치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방안으로써 진보통합의 당위를 역설하기에 앞서 지난 1일 열렸던 제19차 상임중앙위원회 회의결과와 현재의 추진 상황을 당원들에게 개략적으로 보고했다. 참여당은 ▲ 민주노동당과의 대중적 진보정당건설을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새진보통합연대, 진보통합시민회의 등 모두가 큰 틀에서 전격적 결단을 통해 신속히 통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혁신과 통합을 비롯한 모든 제안에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 ▲ 2012년에 대비한 자체적 역량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결의했었다.
유 대표에 의하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 계속 추진돼야 하는 이유는 “87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진보의 감정대립이 민주정부 10년간 더욱 골이 깊어졌기에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집권하더라도 지난 10년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민주노동당 대의원 대회에서 아쉽게 부결됐으나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일로 대단히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다”고 평하며 “또 지금이라도 될 수만 있다면 자존심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다 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열망을 나타냈다.
혁신과 통합에 대해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이 다 포함된 논의와 민주당이 빠지고 나머지가 다 포함된 논의가 모두 가능하다”면서도 “민주노동당이 빠지고 민주당과 참여당 중심의 통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 등이 없이 우리만으로는 대통합된 정당의 당헌과 당규에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유 대표는 “우리만 가서는 고달픈 싸움이 되겠지만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대통합이 된다면 그것은 해볼만하다”며 “열린 자세로 모든 가능성을 열겠다. 민주당이 12월에 있을 당 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이 포함된 통합에 전격적으로 동의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민주당 친노 인사들 중에서도 민주노동당을 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혁신과 통합과 우리 당의 심리적 거리는 매우 가깝다”며 “정서적으로는 모두 한 식구이다. 민주노동당도 포함되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진보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지 야권대통합에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혁신과 통합에 합류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 대표의 당 진로에 대한 허심탄회한 발언이 끝나자 당원들은 대부분 진보통합이 부결된 후 앞으로의 길이 궁금했는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또한 말이 많았던 혁신과 통합에 대해서도 유 대표가 낸 비전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의는 국민참여당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참여당은 이후에도 당 진로와 관련된 토론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