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정치혁신 위해 통합해야"> 노근/ 박봉팔닷컴/ 기사입력 2011년 10월 19일 오후/ 날씨 맑음
"지역주의와 양당제 극복위한 현실적 대안은 연합정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19일 “대한민국의 정치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통합을 통해 양당제와 지역주의를 허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유 대표는 이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정치 아카데미’에서 ‘연합정치와 정치혁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통합의 요구가 계속 나오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강연은 ▲정치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대한민국 정당지형의 현실 ▲이러한 배경에서 연합정치가 필요한 이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유 대표는 “정치란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벌이는 개별적·집단적 활동”이라는 막스 베버의 견해를 들며 “직업정치든 생활정치든 종국적으로 국가가 하는 일에 자기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 하는 노력들이 정치”라고 정의했다.
이어 국가에 대해 “합법적이고 정당한, 혹은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물리적 강제력을 지닌 폭력의 독점체”라며 “조폭과 국가가 다른 것은 국가의 폭력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간주된다. 오직 국가만이 개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는 이러한 폭력을 사법기관과 경찰력, 군대 등으로 실현한다”며 “개인은 세금의 납부, 병역의 의무 등을 ‘강제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가 이 강제력을 통해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대단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라 설명했다. 정치가 국가의 강제력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어 “국가를 어떻게 하고자하는 생각이 개인마다 다르므로 서로 다른 정당이 나오게 된다”며 “모든 문명국가는 안보국가, 발전국가, 민주국가, 복지국가의 순서로 흘러왔으며 정당은 이중 하나 이상의 국가관을 채택해 활동한다”고 얘기했다.
“안보국가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개인과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홉스식 리바이어던”이라며 유 대표는 “대한민국도 광복 이후 정부 수립을 할 때 북괴의 침략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발전국가는 “자유주의 사상에 근거한 것”이라며 “산업혁명을 거친 국가들은 모두 안보국가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발전국가로 변했다. 이것은 아담 스미스의 사상에 기초한 것으로 이후 공화정으로 넘어오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강조하는 민주국가로 넘어가게 된다”고 흐름을 짚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도 각종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노출돼 있고 질병·실업·사고·노령 등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자각이 생기면서 이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복지국가가 대두되기 시작했다”며 그는 “모든 선진국이 안보국가에서 복지국가로의 과정을 거쳤으며 최근의 복지론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서구의 선진국에 비해 국가의 출발은 늦었지만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지적하며 “그로 인해 많은 혼란이 발생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국민들의 소망과 우리의 정치지형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 국민들은 복지를 갈망하는데 양당제 하의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국가관을 가진 정당이 없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한국은 한나라당+@의 정당이 안보국가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주의·보수적 자유주의로 규정할 수 있으며 반공을 중시하는 이념형 보수, 경제를 중시하는 시장형 보수로 나뉘기도 한다”며 “또 이들은 경제와 일자리를 강조하며 잘 살아야 한다는 발전국가의 모습도 갖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안보국가와 발전국가가 섞여 있는 이들은 가장 힘센 정당으로 돈, 인물, 언론, 힘을 다 갖췄다. 실력이 있다”고 평하며 “거기에 인구가 많은 경상도를 본거지로 하고 있다. 당분간 절대 망하지 않을 정도의 기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념적 성향으로는 미래를 열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민주국가를 추앙했던 자유주의 정당으로 지역적으로 인구가 적은 전라도를 기반으로 하며 역시 안 망한다”며 “문명을 이끌어온 자유주의의 노선이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한국 사회에서의 전라도라는 지역 기반도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지역기반이 없는 작은 정당”이라며 유 대표는 “복지국가를 추구한다. 다양한 진보 사상들이 녹아 있다. 인물, 돈, 기득권, 힘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의견이 달라 쪼개져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당의 지형”이라며 “이렇게 된 이유는 국민들이 정책만 보고 투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당을 고를 때 많은 것을 본다. 하나는 개인의 이익, 이념과 관련된 정책이다. 한나라당이 부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선택을 받을만하다. 이익을 가져다주니 부자들이 한나라당을 찍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내가 가진 국가에 대한 관념에 부합하면 그 국가관을 가진 정당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하기도 한다. 이미지 정치가 나오는 이유이다. 또 세력을 보고 표를 주기도 한다. 인물 좋고 정책이 좋아도 국회에서 힘이 없으면 지지를 하지 않는다”며 “연고도 중요하다. 정서적 유대감이라 할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한나라당과 영남은 인물과 이데올로기로 결합해왔다”고 얘기했다.
“한국 정치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빼고 나머지 정당이 구축되기가 어렵다”며 유 대표는 “삼김시대 이후 제3의 세력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다 실패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연합정치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독자적으로 한나라당을 이기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꼴이다. 보수가 위에서 공을 쉽게 차고 진보는 밑에서 어렵게 공을 찬다”고 비유하며 “각자 생각이 다르다고 자기의 노선만 고수하면 천년만년 한나라당의 집권이 예상된다. 그렇기에 서로 달라도 힘을 한 번 모아보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연합정치가 등장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 같은 이슈들은 서로 다른 정당들도 공유가 가능하다. 이러한 기치 아래 한나라당을 이겨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묻지마 연대’ 아니냐는 지적에는 “절대 아니다”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감에서 연합의 논의가 나오는 것이다. 지역주의와 양당제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한다”고 부인했다.
“연합정치 말고 제도의 혁신으로 작금의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며 유 대표는 “프랑스식 결선투표는 연합이 필요 없다. 본선에서 연합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었다. 또 “독일식 비례대표제도 정당지지율을 보기 때문에 선거를 치른 후 생각이 비슷한 정당끼리 연합을 하면 되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뉴커머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며 “소선구제는 필연적으로 공급자 독과점이 발생하고 소비자의 등을 치게 된다.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배신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현재의 제도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켜주는 구조이기에 절대 바꾸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현실적 대안으로 연합정치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그는 “연합의 최고 수준이 통합이다. 연합은 선거연대나 정책공유, 공동정부 등으로 실현되는 것이고 통합은 하나의 당으로 합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6.2 지방선거 때 낮은 수준의 선거연합을 이뤘었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좋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통합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한다”면서 “그런데 제3세력 구축을 위한 통합이 왜 부진한 상황이냐면 이념이 다르다고 거부해버리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일부 독자파들을 비판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 통합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한다. 당 지도부가 지구당위원장을 임명하고 이들이 지역에 대의원을 임명한다. 이 대의원들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며 “대의원은 당원의 뜻을 대의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당원의 경계가 애매해져 진보정당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유 대표는 결론적으로 “국민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며 “그러려면 양당제 극복을 위해 제도를 바꾸어야 하는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거부하므로 이를 연합정치로 극복하여 우리 정치에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당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선 “우리가 몽니를 부리고 알박기를 한다고 묘사를 하던데 가장 많이 양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억울하지만 악을 쓰지 않는 것은 참기라도 해야 연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연합정치의 성공사례를 묻는 질문에는 “선험적으로 연합정치가 좋은 것이라 말할 순 없지만 다당제에서 연합하는 사례는 외국에 많이 있다”며 “선거제도와 관련이 있는데 영국과 미국은 소선거구제라 양당제이고 나머지 유럽 국가는 모두 다당제다. 혼자서 다수가 되기 불가능할 땐 공개적으로 연합한다. 한국에서 그러면 야합이라고 난리가 날거다.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90년대 이탈리아의 올리브 동맹은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는 DJP연합이 대선 승리를 가져왔다”고 소개하며 “그 때 김대중 대통령은 3% 지지율의 김종필씨를 안기 위해 권력의 반을 내놓았다. 연합정치가 성공하려면 제1야당이 주도해야 한다. 작은 당에게 많은 실리를 내주고 뜻하는 바를 성취하려는 태도를 취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좀 양보하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연합에 진정성있게 나서야 할 것인데 그러지 않는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의지가 없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대단히 안심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국민들은 저를 포함해 기존의 정치인 중 누구에게도 기대를 걸 수 없다고 보신다. 우리는 10여년 충분한 기회를 가졌으나 국민들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은 자성하며 국민의 마음을 받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끝)
유 대표는 '연합정치와 정치혁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안철수 박원순 문재인 등 새 인물들이 일으키는 바람을 기존 정치인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감으로 국민이 기대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기존 정치인 중에는 없다. 기존 정치인들은 자성의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실력있는 정당'이다. 돈·인물·법조인맥·보수언론·재벌기업 등 기반이 튼튼하다.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한 당이 독자적으로 한나라당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야당연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묻지마 연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난 세월 정치를 보며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에 연합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주먹질하고, 대충 공천해도 특정지역에 가면 당선되는 현실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유 대표는 "대기업의 아름다운재단 후원을 한나라당이 문제삼을 줄은 몰랐다. 기업이 사회로 녹아들어 국민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일은 바람직하다. 이는 오히려 친기업 성향인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