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7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예방하여 "큰절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며 "유시민 대표께서 '누구 사용설명서' 같은 재치있고 열정적인 연설로 유세를 도와주셔서 당선될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국민참여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유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경선과정에서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힘써 도와 주신 것을 다 알고 있다"며 "사실 선거자금 39억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유시민 펀드' 덕분이다. 아이디어와 담당자의 실무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것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또 "본선에서 경쟁할 때는 유 대표께서 선거유세를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광화문 연설 당시 '누구 사용설명서' 같은 연설을 하시는 걸 보니 하루 아침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광화문에서 '나경원 사용설명서'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이어 "저는 그런 재치가 부족하다"면서 "열정적으로 연설해 주신 덕분에 당선될 수 있었다. 또한 당원 여러분들도 현장에서 발로 뛰어줘 감사드린다. 서울이 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유세를 하는 곳마다 분위기를 돋구워 주셨다"고 치하했다.
아울러 "서로 다른 행로를 걸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이 하나가 됐다"며 "그 하나됨으로 이겼고 그것이 시민들께 감동을 드렸다. 이를 토대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의 시정에 대해선 "공동정부를 운영하게 될텐데 시정협의회에 좋은 아이디어 등으로 참여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시라"고 부탁했다.
이에 유 대표는 "취임하셔서 많이 바쁘실텐데 안 오셔도 되는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참여당은 처음부터 후보를 내지 않고 좋은 야권단일 후보를 내어 당선시키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함께 승리해서 행복하다"면서 "꼼꼼하고 열정적인 박 시장께서 서울을 어제와 다른 사람사는 맛과 향기가 나는 도시로 바꾸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혼자서 그 일을 하시기엔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기에 국민참여당도 시장님이 가지신 꿈과 포부를 다 실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며 "다시 한 번 5만 당원을 대표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 전한다"고 답례했다.
환담을 나누던 중 국민참여당 박무 최고위원은 박 시장에게 '원순씨 늘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무적의 투표부대' 활약상이 담긴 사진 액자를 전달했다. 국민참여당 '무적의 투표부대'는 서울 곳곳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플래쉬몹과 피켓홍보 활동으로 선거기간에 화제가 됐었다. 특히 유 대표는 플래쉬몹에 참여해 직접 춤을 춰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유 대표는 사진 액자를 전달할 때 "널(늘) 함께 하겠습니다"며 박 시장의 말투를 흉내내 현장에 폭소가 터졌다. 박 시장은 "플래쉬몹을 광화문에서 봤다"며 "시장실에 걸어 놓겠다"고 화답했다. 박무 최고위원이 "시장 취임을 기념하는 플래쉬몹도 계획 중"이라 밝히자 박 시장은 "그 땐 저도 춤을 추겠다"고 약속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한편 유 대표는 공동정부와 관련, "시정협의회가 만들어지면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나 책 읽는 서울 같은 저희 당의 정책연구 성과물들을 건의드리겠다"며 "자리를 나누는 공동정부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동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시장도 "실무위주로 공동정부를 구성해 일상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