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인천 조폭 난투극’과 관련해 출동경찰관들이 “꽁무니를 뺀 것”이라고 맹비난했지만, 현장에 출동했던 현직 경찰이 “당시 우리는 목숨을 걸었으며 억울하다”며 조 청장의 처사에 공개적으로 반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인천남동경찰서 강력3팀장은 26일 경찰 내부통신망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일부 방송사들이 현장 동영상을 편집해 강력팀원을 조폭으로 둔갑시키는 등 왜곡보도를 했다며 언론의 보도 행태도 꼬집었다.
그는 “상황실의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 앞에 도착하니 일반적인 장례식장의 모습으로 별다른 조짐이 없었다”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탐문을 했고 크라운조폭 추종세력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을 보고 이를 경고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상황을 전파하고 상황실에 지원요청을 하던 중 불상의 남자 2명이 뛰어 왔다”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제압하려 했으나 피의자는 이미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전기충격기를 사용해 신간석파 행동대원을 살인미수로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크라운파 세력들과 형사 5명이 대치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그는 “우리팀원들은 목숨을 걸었다. 흉기를 소지한 범인을 제압하고 피해자를 구조 후송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방송사 등이 건네준 CCTV 동영상을 편집해서 왜곡 보도했다”며 “형기차 뒤에서 뛰어 다닌 사람들은 조폭이 아닌 강력팀원들”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갔더니 어린 아들이 울면서 하는 말이 ‘아빠 조폭이 아니고 경찰이잖아요’였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끝으로 “결코 조폭들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비굴한 경찰관이 아니라 목숨을 걸었던 자랑스러운 형사였다”고 강조하며 글을 맺었다.
이 소식에 경찰 내부에서는 조 청장의 독단적인 처사를 질타하며 징계위기에 몰린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동정의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조 청장이 일선에서 죽음을 감수하고 일해 온 부하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언론의 왜곡보도만 믿고 대책 없이 총기사용을 독려하는 등 보여주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조 청장의 심기는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 경제>는 27일 조 청장이 인천지방경찰청 방문을 돌연 취소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인천경찰청을 방문해 인천 경찰을 상대로 ‘현장 직원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인천경찰청은 조 청장 방문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는데 갑자기 방문 일정을 취소한데 대해 당혹스런 분위기다. 신문은 인천경찰청 관계자가 “조 청장에게 ‘방문하지 않겠다’는 전달만 받았다. 방문 취소에 대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21일 발생한 조폭 난투극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지시하고, 관할서장을 직위해제했으며 수뇌부인 인천지방경찰청장과 본청 수사국장을 징계 대상자로 결정한 바 있다.
또 이번 정기인사에서 인천경찰청의 총경과 경정급 승진 정원을 줄이겠다고 밝혀 인천경찰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네티즌 비난 줄이어... 부산경찰청 거짓말도 ‘들통’
그러자 온라인에서는 트위터를 중심으로 조 청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청장이라는 분이 조폭과 형사도 구분 못하냐”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 많은 전경들은 가카에게 딸랑거리느라 국민들과 싸우라고 시키고, 소수 형사들에게는 목숨 걸라고 하는 조현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외에도 “이 아저씨 아마 거기 있었으면 경찰 아닌 척 했을 듯?”, “경찰 가족으로서 남 일이 아니군요”, “조폭과 견찰은 종이 한 장 차이”, “워터게이트급 민주당 도청 사건도 넘어가더니...”, “경찰청장 조현오는 잡으라는 조폭은 못잡고 시위하는 시민만 잡나봅니다”, “조현오는 선량한 시위대만 상대해서 조직폭력배는 상대한 적이 없나봅니다”라며 조 청장을 성토하고 있다.
한편 조 청장이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폭력배 검거의 모범 사례로 치켜세운 부산지방경찰청은 실적을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 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 청장에게는 잇따른 악재인 셈이다.
26일 <한겨레>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이 검거한 34명 중 폭력조직 구성원은 7명이고 나머지는 폭력조직 추종자인지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찰에 송치한 지 넉 달 이상 지나거나 여러 사건으로 붙잡은 폭력배들을 묶어서 ‘조직폭력배를 무더기로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