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짱'이라는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떤 놈이 난데 없이 튀어 나왔다. 그 놈을 보아하니 내용은 적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적과 등을 져버렸기에 완전히 적이라고 볼 수도 없고 내가 원하는 목적에 대한 뚜렸한 동의가 없었기에 그렇다고 딱히 내편이라고 규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그 넘의 재주(실제이든 허상이든)가 나를 위협하고 있다거나 내가 가고자하는 목표와 일치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경우에 어떻게 대응을 하는게 가장 효과적인가?
그 넘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적과 비슷하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 아무튼 실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아가 온 동네 방네에서는 그 넘이 짱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입방정까지 피우는 사람들도 있다. 골치가 아프다. 이미 이미지상 그 넘은 적과 등을 지고 있다고 모두들 알고 있고 현상적으로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딱히 우리편이 되어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지도 않는다. 이런 애매한 넘을 상대하려고 하니 나는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적과 그 넘을...갈길이 바쁜데 머리도 아프고 힘도 든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 넘과 맞짱을 뜨자며 그 넘을 짱 후보로 공식화시키기 보다는 일단 먼저 내 쪽으로 끌고 와서 내부에서 조져버리면 일이 성사되기가 쉽다.
"얌마 적을 봐라...엄청나지 않냐?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쳐 같이 조지자."라고 설득해서 끌여 들이는 일이 남 보기에도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만약에...만약에 말이다. 내부로 끌고 왔는데 오히려 내가 작살난다면 그건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은 나의 능력이나 실력 그리고 세력의 부족이므로 남을 탓할 일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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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래 어떤 봉팔러가 쓴 글 중 '안철수 지지현상'에 대한 규정, 즉 '자신이 하지 못한 어떤 일에 대한 대리만족형 동경에 기인한 지지현상'라는 내용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 지지현상'은 바로 이명박이가 '경제대통령'이라는 허상으로 청와대에 기어 들어가게끔 만든 국민들의 인식이나 판단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감히 주장한다. 듣고 있는 안철수 지지자들은 졸라 기분 나쁘겠지만...할 수 없다. 사실이다.
그런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허상'이 '대상'에게 자꾸 반복적으로 투영되다보면 '허상'이 '대상의 실체나 정체성'으로 진짜로 변하는 경우가 가끔은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대상'이 자신은 원래 그렇지 못했거나 애초에 그런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요구)하는 '허상'에 자신을 맞춰가다보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는 이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사람들이 지지하는 내용이 '대리만족형 동경'이거나 아니면 '허상에 대한 그릇된 신뢰'이거나 결국 그 것은 우리의 목적한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명박의 경우는 스스로 자신이 그 '허상'을 거부하고 있음을 몸소 실천적으로 만천하에 보여 줌으로써 그를 찍었던 사람들에게 마저도 그것이 '말도 안되는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널리 인식하게 해주고 있기에 우리로서는 대단히 고마운 측면이 있기도 하다.
돌아와...적도 아니면서 내용마저 애매한 '허상'이 바깥에서 '지지'라는 과정을 통해 내용적으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고착화된다는 것은 우리를 매우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차칫 잘못했다가는 2007년 꼬라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렇게 아직은 애매할 때 내부로 끌여들여 우리의 기준과 틀에서 조져(검증)나갈 수 있다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철수야...거두절미하고 너가 한나라당은 절대 안된다고 천명했자나 그치? 그런데 봐바...재네들 아직은 힘이 쎄거든. 그리고 국민들도 하나로 합치면 이기게 해주겠노라고 여기저기서 요구하자나....들어 와....같이 하자....제3세력? 그건 조직이 아냐. 정치나 선거는 세력과 조직의 힘이 없으면 안되자너...일단 들어 와."
그래도 말 안들어 먹는다면 할 수 없다. 융단폭격으로 '허상'을 박살내는 수 밖에... 그런데 이 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내 주위를 둘러 보면 안철수에 대한 인상이 대부분 '착하고 명석한 CEO'라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로 인해 '허상'을 깨려다 보면 '착한'사람에게 상처입히고 공격해대는 '나쁜놈'들이라는 이미지를 우리가 덮어 쓸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그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까발기는 내용이 우리만의 잣대라고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누구냐? 우리 = 유시민 아니냐.... 그런데 내부에서 이 작업을 할 수만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민주당이 유시민대표에게 자꾸 들어오라고 하는 이유도 같은 이치다.) 이래 저래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우리의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내가 주장하는 이런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본 조건이 야권통합이다. 적어도 민주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단 민노당과 통합부터 해 놓고 이런 말을 꺼내도 꺼내야 한다. 그러니 철수든 털수든 잠시 미뤄 놓고 통합을 위해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