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청와대 경호처장으로 임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선거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이날 어 전 청장 내정을 밝히면서 “(어 내정자는) 업무 경험이 풍부하고 친화력도 뛰어나 경호처수장으로서 조직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군·경찰 등과 업무 협조를 원활히 하여 빈틈없는 경호에 마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10.26재보선 결과와 관련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특히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집회 당시 어 전 청장의 강경진압으로 수많은 피해를 입었던 20, 30대들은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몰표를 줬다.
어 전 청장은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컨테이너로 차단벽을 설치해 ‘명박산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당시 그는 물대포 등을 이용해 촛불 시민들을 무리하게 진압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80년대식 강경진압을 해볼까 싶기도 하다’, ‘폭력시민이라 강경진압했다’ 등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또 어 전 청장은 불교계와도 악연으로 끊임없이 종교 편향 시비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촛불시위 관련 수배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조계사에서 나오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문해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왔었다. 2008년 8월 전국의 사찰에서는 ‘이명박 정부 규탄 법회’를 열면서 어 전 청장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 전 청장은 2009년 1월 20일 터진 용산 참사 이후 경찰청장에서 경질되면서도 “촛불집회나 종교편향 시비를 사퇴요구가 제기됐던 것은 부당하다”고 밝혀 눈총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8월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맡으며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모도 하기 전에 내정설이 흘러나왔고, 경찰 출신이 환경 문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국립공원 관리 책임자로 임명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은 이날 즉각 논평을 어 전 청장의 내정을 비판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보은인사”라며 “그가 대통령을 온몸으로 감쌌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등과 관련해 국민적 의혹에 빠진 대통령이 이에 대해 해명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명박산성’을 쌓듯 국민의 목소리를 차단할 것인가”라며 “더욱이 오늘 오전 ‘재보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던 말씀이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의심스러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통탄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노동당도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의 끝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며 “반민주와 불통의 상징인 어청수 전 청장을 경호처장의 후임으로 맡긴 것은 앞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조금도 듣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신창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표로 심판하고 있는데 정작 대통령은 성난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실정을 상징하는 인물을 끌어들이다니 너무도 한심하다”며 “지금과 같은 독선을 고집한다면 정권 몰락의 길만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촛불시위 진압의 주역이었던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청와대는 촛불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나 보다”고 힐난했다.
‘촛불집회 탄압’ 기억을 갖고 있는 네티즌들도 이번 인사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트위터에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MB, 경호처장으로 명박산성 쌓은 어청수를 임명하고 내일(28일)은 한미 FTA를 밀어부치겠다고 합니다. 정말 생각은 하고 사는 지 궁금합니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은 “선거 끝나니 FTA, 어청수, 나꼼수 고발, 훈훈한 뉴스가 쏟아지네요”, “뇌속엔 레미콘만 들었나? 맨날 돌려쓰기네”, “선거결과를 냉철히 분석해보니 스스로의 안위가 걱정되었나 봅니다. 결국은 더욱 재촉하는 길...”, “역시 회전문 인사”, “가카는 회전초밥만 드시나..편식은 나빠요~”,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사과나 하시지!”라며 이번 인사를 규탄하고 있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