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왜 인기가 있을까? 온라인 팟캐스트 다운로드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나꼼수 열풍’에 대해 <한겨레>는 6일 “나꼼수의 대중적 영향력이 전통 미디어를 넘어서고 있다”며 집중 분석했다.
‘나꼼수’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4명이 지난 4월부터 직접 제작해 애플의 음원 서비스 프로그램 아이튠스에 올리기 시작한 인터넷 라디오방송(음성 팟캐스트)이다.
<한겨레>는 방송 시작 7개월만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체 스튜디오도 없는 나꼼수에 속속 등장하는 풍경을 지적하며 “나꼼수측에 의하면 프로그램 서버를 통해 집계되는 청취횟수는 회당 600만건, 한달 네차례 방송을 기준으로 하면 2000여만건 정도라 한다”고 보도했다.
‘나꼼수’가 나오기 전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앞세워 팟캐스트 부문을 선점한 <문화방송>(MBC)의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최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청취되는 횟수는 한달 평균 1000만건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는 경이적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이 꼽은 나꼼수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충성도 높은 20~30대 젊은 청취층이다. 지난달 18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전국 19살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나꼼수’ 청취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꼴로 ‘나꼼수’를 들어봤다(15.4%)거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44.0%)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20~30대(36.7%),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중도층(41.6%)이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관련 의혹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출입 의혹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지거나 키워졌다.
또 나꼼수의 성공 이후 팟캐스트에 뛰어드는 언론과 정치인도 많아졌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 3월 당 대표 취임 당시 공약한대로 6월부터 <따뜻한 라디오>라는 이름의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초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진행하는 <정석정치>를 내놓았다. <한국일보>도 <시사난타 에이치(H)>를 서비스하고 있다.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일차적 배경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대안적 미디어의 속성을 갖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이라는 점에서 나꼼수의 시도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음성 팟캐스트의 경우 제작·운영비가 적게 들고 트위터 등 SNS의 발달로 전파가 쉽다는 사실을 파고든 것이 나꼼수가 미디어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기에 비례하듯 편파성과 선정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지난달 30일 나꼼수가 전날 토크콘서트에서 이 대통령과 BBK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인 에리카 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한 발언을 문제시 했다.
진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에리카 김과 염문을 갖느냐 마느냐는 BBK 사건의 본질인 실소유주 여부나 주가조작 관여 여부와 관계가 없다”며 “(부적절한 관계 발언은) 불필요한 저질 폭로”라고 꼬집었다. 진씨의 이 주장은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오며 이슈가 됐었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편파성과 선정성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꼼수의 일부 선정적 측면은 공론장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진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나꼼수 진행자와 출연진들이 쓴 책들은 출판가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경향신문>의 6일 보도에 의하면 한국출판인회의가 집계한 11월 첫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20위 안에는 나꼼수의 진행자 및 출연자의 도서 다섯 권이 올라있다.
진행자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가 종합 2위, 시사평론가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와 <조국 현상을 말한다>가 각각 12위와 19위를 차지했다. 지난 9월에 특별출연했던 박경철씨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이 종합 3위, 26회 방송에 출연했던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은 종합 9위를 기록해 나꼼수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에 대해 서점계와 출판계에서는 나꼼수의 인기가 책의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고 이 7일 보도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임수정 마케팅팀장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 노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꼼수 방송 직후 관련 책들의 판매량이 즉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닥치고 정치>를 출판한 푸른숲은 “나꼼수가 없었으면 이 책이 이만큼 힘을 못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진행자들만이 아니라 ‘게스트’ 출연자들도 나꼼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나꼼수에 전격 출연한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은 방송 직후 인터넷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방송 이후 판매량이 급증해 31일에는 전주보다 8배 이상 많이 팔렸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조선아 마케팅팀 대리는 “방송을 통해 도올 선생의 신랄한 비판에 통쾌함을 느낀 독자들이 자연스레 책을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