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SNS차단법’이라 불리며 물의를 일으켰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대표발의자인 장제원(부산 사상구) 한나라당 의원이 사태의 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이제는 애처로울 지경이다.
장 의원은 지난 8일 스마트폰을 통한 트위터 등 SNS 접속이 제한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같은 당 원희룡 최고위원마저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듣고 한나라당이 인터넷을 통한 소통 차단을 주력하는 모습으로 규정, 비난이 비등하다”며 철회를 촉구하는 등 궁지에 몰렸었다.
이에 장 의원은 지난 9일과 10일, 반박자료와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문구오해와 언론의 왜곡보도 탓”이라며 발뺌한데 이어 11일 오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거듭 “오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망의 중립성과 과금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었다며 “좋은 취지로 발의했지만 인터넷상에서 규제한다고 뭇매를 맞고 나니까 참 답답하다”고 항변했다.
장 의원은 “법안 발의는 개인적으로 발의했던 것”이라 강조하며 “발의를 같이 하신 분들 도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차가 진행중이고, 곧 철회하게 될 것”이라고 철회 절차가 진행 중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얘기한 것처럼 규제하겠다는 건 아니”라며 “망 중립성과 과금의 문제를 다룬 것인데 오해를 불러온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통신사는 인터넷 망 사업자이고 거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콘텐츠 사업자”라며 “그런데 이게 법으로 명확하게 규명돼 있지 않다. 예컨대 통신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업자들로부터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자신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면 콘텐츠 사업자가 망 사업자의 동의 없이는 사업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장 의원은 “이걸 이용해 통신사들이 중립을 지키지 않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 어떤 콘텐츠건 간에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할 수 없게 하자는 게 망 중립성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 통신사들이 콘텐츠 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세 IT 업체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런 분들이 사용료를 내지 말게 하자, 당분간 업계가 활성화하기 위해 과금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일방적으로 통신망 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서비스 사업자들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면서 장 의원은 “그래서 논란을 일으킨 규제 가능 조항을 넣은 것이다. 서비스 사업자들이 콘텐츠 얘기가 아닌 내용을 SNS를 통해서 올린다거나, 앱이나 어플리케이션 중에서 음란물이나 불법 위치 추적 서비스 등 최소 품질이 안 되는 것은 망 사업자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불법적인 통신의 경우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통신망의 보안과 혼잡 해소를 위한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스마트폰의 인터넷 접속 역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취지가 그렇다 하더라도 SNS가 규제 대상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쨌든 그는 “이런 좋은 취지로 발의했지만 인터넷상에서 규제한다고 뭇매를 맞고 나니까 참 답답했다”면서 “저는 SNS를 즐겁게 사용해 온 사람이다. 아이폰으로 실시간으로 답도 해드리고 소통을 즐겨왔다”고 뜬금없이 자신도 트위터 애용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조심스럽지만 트위터는 이념적으로 많이 갈라진 것 같다”며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칭찬해주신 분들도 많다”고 자위했다. 장 의원은 “이것은 어떻게 보면 시각차이”라며 “소통의 도구로 좀 더 잘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충고도 했다.
현행법상 방송심의나 규제에서 빠져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에 대해선 “제 입장은 명확하다”면서 “제 트위터에 저질방송이라는 단어까지 써서 입장을 밝혔었고, 전직 국회의원이 나와서 과잉 웃음을 날리고 정치를 비아냥거리고 희화화 시키는 데 있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것을 규제하는 법을 만든다거나 실제로 규제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비판은 할 수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법으로 규제한다고 했을 때 더 큰 반발이나 이런 것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라고 몸을 사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짐작케했다.
장 의원과 함께 해당 법안의 발의에 동참한 의원은 권경석(경남 창원시갑), 권영세(서울 영등포구을), 박대해(부산 연제구), 박민식(부산 북구강서구갑), 안효대(울산 동구), 유정현(서울 중랑구갑), 정갑윤(울산 중구), 최경희(비례), 최구식(경남 진주시갑) 등 한나라당 의원과 민주당 장세환(전북 전주시완산구을) 의원 등이다.
장제원 과거언행, 화려하다 못해 ‘대단’
한편 장 의원이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장 의원은 지난 2008년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촛불집회 유모차 부대에 대해 “과격 폭력시위 선두에서 불법적으로 도로를 점거했다”며 “아이들이 울고 지쳐 잠들었는데도 시위를 계속한 것은 학대가 분명하다”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정혜원 유모차부대 대표가 말을 하려고 하자 장 의원은 “들을 마음이 없다”고 잘랐다. 그래도 정 대표가 “끝까지 들어달라”고 요구하자 “시간 못 드린다”며 “참고인! 묻는 말에나 대답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의 막말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참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1월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선량한 시민과 살인도 가능한 새총으로 무장된 폭력을 일삼는 집단이 같지 않다”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장 의원은 “‘폭력시위 메뉴얼’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건물을 기습점거해 지나가는 버스에 화염병을 던지는 전국철거민연합 측의 행동을 어떻게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느냐”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위한 몸부림과 전철연 등 폭력시위단체의 행위는 분명 구분되어야 하며 후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 법질서를 정상화해야 한다. 진압이 늦었다면 오히려 시민들이 다쳤을 것”이라고 6명의 사망자를 낸 경찰의 과잉진압을 옹호했다.
이외에도 장 의원은 지난 2008년 3월 16일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인명진 위원장이 발표한 13명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에 비리 연루를 이유로 실명이 공개된 전력도 있다. 당시 장 의원에 밀려 공천에서 탈락한 권철현 전 의원은 “장 의원의 아버지는 대학 이사장이고 어머니는 대학 총장, 형은 부총장, 며느리는 교수”라며 “비리 족벌 사학의 대표적인 곳에 있는 사람”이라고 크게 반발했었다.
장 의원의 아버지는 사상구에서 2선 국회의원을 지낸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다. 장 전 부의장은 지역에서 동서대학교와 경남정보대학을 설립했고, 장 의원은 수년간 아버지가 설립한 경남정보대의 부학장과 학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009년 3월 26일 공개한 2008년 300만원 초과 고액 기부자 명단에 따르면 장 의원은 한 사학재단에서 세명의 명의로 500만원씩, 모두 1천500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대학도 장 의원에게 교수 2명과 교직원 등 3명의 이름으로 1천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돼 장 의원의 학장 경력과 관련이 있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장 의원은 2008년 4월 9일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인 중동구의 정의화 후보, 서구의 조양환 후보, 해운대기장을의 안경률 후보, 친박연대 수영구의 유재중 후보 등과 함께 TV토론회 불참을 통보해 이 지역구에서는 토론회가 합동연설회로 대체됐었다.
장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이 지난 대선 직전에 만든 외곽 지원조직 ‘선진국민연대’에서 교육문화위원장을, 뉴라이트부산연합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다. ‘선진국민연대’의 경남연대 상임대표를 지낸 조진래 의원이 함안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것을 보면 장 의원도 이 조직의 덕은 본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의 공동상임의장을 지낸 이영희 인하대 교수는 노동부 장관으로, 중앙위원이었던 박인제 변호사는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정인철 대변인은 청와대 국정기획비서관으로 각각 발탁됐고 엄홍우 공동의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비례대표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조영래 중앙위원은 지역난방공사 감사가 돼 낙하산 의혹을 받았었다.
지난 2009년 4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에서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가지고 마치 이명박 정부가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공세를 하고, 수사가 은폐 조작됐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등 소설을 쓰고 있다”며 “참을성 있게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연예계의 고질적인 접대 비리가 현 정부 들어 생긴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현재 피해자도 고인이 됐고 (성접대를) 주선한 사람도 일본에 있다. 구조적으로 늑장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야당의 공격에 맞섰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