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대박’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박 장관이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유감을 표시했지만 정치권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도리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설전에 기폭제가 된 모습이 안쓰럽다.
박 장관은 지난 9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10월 취업자가 마의 50만명대에 진입했다”며 “최근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면 ‘고용대박’이 났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일자 부리나케 “위기관리대책회의 에서 ‘대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결과적으로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며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고용과 같은 서민지표가 크게 개선돼 기쁜 감정이 나타나 그런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는 10일, 이례적으로 “우스갯소리를 할 땐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신문은 “박 장관은 이명박 정권의 747비전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4년간 성장률은 3.5% 안팎이고, 1인당 소득은 2만달러 조금 넘고, 세계 경제력 순위는 15위에 머물러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이어 “모두 그가 그린 그림의 절반 성적”이라며 “경제 실패가 정권의 위기를 앞당기고 민심 이반(離反)을 가속화해 ‘대통령의 목소리’가 지워져 버린 게 오늘의 우리 정치 현실이다. 이 정권에서 정무수석·국정기획수석·고용노동부장관을 거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에 오른 그는 그런 현실에 책임을 느껴야 할 대표적 인물로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돌아가며 박 장관을 융단폭격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고용률이 6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이 고용대박 발언을 듣고 얼마나 분노하고 실망할지 모른다”며 “아무 생각 없는 장관”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우리나라의 실업자 통계는 현실과 괴리돼 있는데 장관이 취업대박이라고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박 장관을) 야단치겠다”고 동의했다.
정두원 의원은 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아예 “이렇게 어려운 마당에 대박이라고 하느냐. 그런 장관 자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당연히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공세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민주당은 11일 이용섭 대변인 서명 브리핑을 통해 “(고용대박을) 국민이 들으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라며 “잘못된 통계를 기초로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니 정책이 현실과 괴리돼 헛돌고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실상을 정확하게 파악될 수 있도록 하루속히 고용통계부터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고용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참여당도 11일 정책위원회 논평을 통해 “제발 정략을 감추지 못하는 저열한 국정운영을 그만두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 울고 함께 오늘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라”면서 “전임 정부가 남겨준 고용대책 국정과제 자료집도 살피고, 참여정부의 충정도 새겨 임기 마지막 한 해 더 망치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유시민 ‘나꼼수’ 폭로 두고 박근혜 ‘발끈’
트위터도 끓어오르긴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은 박 장관의 ‘고용대박’ 발언이 담긴 기사를 ‘폭풍알티’하며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얼빠진 장관”이라고 독설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유시민이 나꼼수에서 언급한 분이 바로 이 분? 역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지난 7일 공개된 ‘나는 꼼수다’ 27화에서 박 장관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일화를 털어놓으며 “(박 장관이) MB 참모로 갔을 때 경제정책 다 망하겠구나 직감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자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겪인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동안 박 전 대표를 상처내려는 선전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좀 너무 한 것 같다”며 “얼마 전 유 전 장관이 나꼼수에서 말한 내용도 그렇다. 2006년 4월-6월 사이에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비밀협상을 했고, 6월 중순에 거의 합의가 되었다 깨졌다고 하는데, 그 당시 박 대표가 테러 당해서 병원에 누워있었던 사실을 미처 생각 못했나 보다”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에서 테러당한 상황을 알면서도 영수회담을 하려고 했다면 정말 이상한 일 아닌가”라며 “또 영수회담을 여야협상의 선물로 활용했다면 정상적인 정권이라 할 수 없다.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딜을 했다는데, 박 전 대표를 모르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거다. 박 전 대표한테 확인해보니 전혀 영수회담 얘기도, 3천억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이 거론한 정형근, 박재완 두 분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사실을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일은 이제 우리 정치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더구나 국민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고 유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자 유 대표는 곧 “이정현 의원님, 다시 확인해 보세요. 박근혜 대표와 직접 협상한 게 아니라 대리인 박재완 의원 등과 협상했다니까요. 박근혜 대표가 그런 일 없다고 했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저 말고도 당시 상황 아는 사람이 여럿 있답니다”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외에도 네티즌들은 트위터에 “분노한 20, 30대들에게 고용대박이라는 말장난을 한 박재완 장관의 저질스러움”, “박재완씨가 ‘쪽박’을 ‘대박’이란 말로 잘못 사용했다가 ‘독박’을 썼구나”, “박 장관의 ‘고용대박’ 발언은 이명박 정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심하다”, “이젠 가카보다 장관 나부랭이들이 더 미쳐가는거 같어~”, “청년실업 시대에 고용대박이라니?” 등의 글을 올리며 박 장관을 비판했다.
1인미디어 ‘미디어몽구’는 “그의 최근업적 보실래요? 저축은행 피해보상은 국민성금으로, 유통기한 지난 식품 판매 허용, 상금 1000만원 내걸고 범국민 물가대책 공모전 제안. 유능하죠?”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끝)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