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일선에서 통용되고 있는 ‘불온서적 리스트’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세상에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군대 내 불온서적 23권에서 19권이 추가된 총 42권이 그것이다.
<시사IN>은 14일 “지난 8월 공군 산하 한 전투비행단장이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서적반입 차단대책’이라는 제목으로 발송한 공문에 부록으로 딸려 있었던 리스트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지정된 불온서적 42권은 북한 찬양 11권, 반정부·반미 10권, 반자본주의 21권 등으로 구성됐다. 신문은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불온서적 지정을 재검토하라고 군에 권고하자 국방부가 ‘불온서적’이라는 명칭을 ‘장병 정신전력 강화에 부적합한 서적’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2008년 리스트에서 새로이 추가된 19권은 모두 ‘반자본주의’ 항목에 속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지낸 KBS 전 아나운서 신은경씨가 지은 <사랑이 뭐길래 정치가 뭐길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 책을 펴낸 곳은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이고, 신씨의 남편은 박성범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임을 감안할 때 생색내기용 아니냐는 지적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2008년 불온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국가의 역할>도 2011년 목록에 추가됐다. 장 교수는 좌파성향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올해 초부터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오고 있다.
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소금꽃 나무>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책은 2008년 ‘반정부·반미’ 분야 도서에 포함된 데 이어 올해는 ‘반자본주의’ 분야에도 중복 포함돼 2관왕(?)을 차지했다.
문제는 목록에 이름을 올린 책들 중 상당수는 ‘불온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성각의 에세이 <달려라 냇물아>는 도서출판 창비가 출간한 중1 국어 교과서에 내용 일부가 실려 있고, 소설 <슬롯>은 2007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이번 목록에 새로 추가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 교수의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는 2007년 문화관광부 학술 추천도서로도 꼽힌 바 있다.
한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저자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장은 14일 오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책에서 그저 인간의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작은 손해를 감수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혹시 이것이 군대 내에서 올바른 발언을 하고 용기있게 행동하는 것을 부추긴다는 위험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소금꽃 나무>에 대해서는 “제 책의 경우보다 더 이해가 안 된다”며 “그 책은 그분이 살아온 이야기를 쓴 것이다. 제목 역시 노동자들이 조회를 할 때 쭉 서있으면 등에 소금꽃이 핀다, 작업복 땀이 소금처럼 하얗게 핀다는 뜻이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절절한 자기 이야기인데 뭐가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다만 기득권 세력이 보기에는 마음이 좀 불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학장은 2008년 불온서적 리스트가 굉장히 잘 팔렸다는 말에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책 많이 팔리면 밥 사라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소식에 온라인도 후끈 달아올랐다. 네티즌들은 “추천도서 목록이 업데이트 됐다”고 너스레를 떨며 해당 기사를 ‘폭풍알티’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반정부, 북한찬양은 불온서적으로 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반미도 불온이야?”, “사야 할 책 리스트가 늘어나네요. 불온서적 딱지는 영광이죠”, “작가님들 분발하셔서 신간은 불온서적으로 꼭 들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분투하세요”, “군에서는 불온서적 리스트, 누군가에겐 구매 리스트!”, “불온은 무슨! 읽어야 할 책이 19권 더 늘었네요~”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끝)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