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의 팬까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 회원들이 16일 아침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벌였다. 세간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진행자 정 전 의원의 나꼼수 미국공연을 위한 여권 발급을 촉구한 것이다.
수십여명의 회원들은 전날 카페 공지를 통해 예고한대로 현장에서 현수막과 타블렛PC, 응원피켓과 마이크 등으로 정 전 의원의 여권발급에 제동을 건 곳이 대법원으로 의심된다며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장에는 많은 시민들과 기자들이 모여 나꼼수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미권스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작년에 이미 1년짜리 단수여권을 발급해 줘놓고 올해는 BBK 재판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여권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라며 “재판은 작년에도 올해도 여전히 계류 중”이라 항의했다.
이어 “이 바쁜 출근시간에 여기 모여 여권을 발급해 달라고 촉구하는 자체가 부끄럽다”며 “며칠 기다려 본 후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임종인 전 의원을 주무 변호사로 해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또 더 많은 인원을 모아 외교통상부 앞에 가서 기자회견을 열 용의도 있다”고 알렸다.
이에 참석한 임종인 전 의원은 “(여권발급을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권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 거들었다. 정 전 의원은 “요구하는 것은 진짜 별 거 아니다”면서 “닥치고 여권을 발급해 줄 것과 이 사태에 대한 가카의 사과성명을 원한다. 우리는 끝까지 버틸 것”이라 말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에 이어 나꼼수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도 합류해 큰 환영을 받았다. 이들과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장에 함께해 준 시민들을 위해 즉석에서 사인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또 한 명의 진행자인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불참했지만 자신의 트위터에 “아침에 고정출연하는 방송이 있어 정봉주 의원 여권 발급 기자회견에 동참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같습니다. 오늘 아침 7:30 서울 서초동 대법원입니다. 많이 와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마음을 전했다.
한편 현장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미권스 회원들과 시민들, 취재 나온 기자들을 합쳐 약 1백여명이 몰려 정 전 의원의 여권발급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네티즌들은 해당 소식을 트위터로 전하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권발급 문제로 출근시간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촉구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나꼼수 대법원 앞 돌발 싸인회 겸 기자회견. 여권 좀 내달라. 한국 정치사는 이렇게 오늘도 신묘막측. 그런데 어째 좀 슬프다”, “여권 빨리 내주지... 이렇게 해야 하나... 거참 윗사람들 하고는...”, “기발한 발상... 여권 발행해줘라... 도망 안 간다... 막으면 잠입해서라도 들어올 사람. ㅋㅋㅋ”, “여권 안내줘서 나꼼수 대법원 앞에서 서명운동. 블랙코메디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계속 일어남”,
“쥐나라당 잘봐라. 이게 민심이다! 치졸한 짓 그만두고 여권 발급하라~”, “하하하! 역시 정 의원님!”, “여권 안내주면 정말 찌질한거다. 쪽팔리지도 않냐”, “오늘 대법앞에서 기자회견! 역시 꼼수 목소리 그대로 멋지셨다”, “정봉주 의원 그 와중에 상의 깃 세웠다. ㅋㅋㅋ”, “ 시대의 아이콘 나는 꼼수다! 대단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네요”, “미국공연 가자~!”라며 트위터를 달구고 있다.
아래는 미권스가 배포한 기자회견 전문이다.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에 대한 여권을 발급하라!”
정봉주 17대의원에 대한 여권이 발급되지 않고 있다.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신청을 했지만 두 번다 모두 불허 통보만을 받았다. 누가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신원 조회를 하고 왜 불허 판정을 하는지 아무런 이유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냥 불허 통보만 받았을 뿐이다. 정확한 이유는 어느 곳에서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정봉주 의원의 이번 여권 발급 요청은 단순히 해외 나들이를 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최고 대학의 석학들과 21세기 새로운 트랜드의 정치와 언론 문화에 대한 토론을 위해 미 최고의 대학 초청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권이 발급되지 않아 초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이 19세기 야만국가도 아니고, 더 더욱 20세기 독재국가도 아닌데 말이다. 여권 발급이 되지 않아 하바드, 존스홉킨스, UCLA, UC 버클리 등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요청하고 있는 초청 강의가 무산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아니 되는 일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로 힘들여 쌓아온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국제적 망신이다. 당장 여권을 발급하라!
혹여 BBK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라는 것을 이유로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년 기한의 단수 여권은 어떻게 내 주었단 말인가? 지난해도 역시 BBK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다. 그 때는 왜 발급했는가? 어떻게 같은 여권을 발급하는데도 시기마다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고 예측 가능한 판단을 하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 아닌가? 아울러 현재 재판에 계류 중인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제재도 없이 외국을 오가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여권발급을 허용하는 것이 사법부의 임무일 것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도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야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이며 2012년 4월, 19대 총선 출마가 확실한 사람이 어떻게, 무슨 이유로, 어디로 도주를 한단 말인가? 오히려 입국을 불허해도 밀항을 통해서라도 귀국을 할 사람이다. 도주 위험은 말도 안 되는 이유이며 사법부도 이를 이유로 삼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봉주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꼼수 방송 출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공정사회’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다. 그런데 만일 이것이 이유가 된다면 치졸하기 그지없는 대응이다. 보복적인 괘씸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보복적 앙심으로 괘씸죄의 칼을 휘두르면 스스로 정당성 없는 권력으로 타락하기 마련이다. 국민과 대립하고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결국 국민적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사법부가 이런 뼈아픈 상황의 선봉에 서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한 유력한 정치인에 대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양심의 자유를 구속하며, 근로의 기회를 박탈하는 반 민주주의적이며, 반 시장주의적인 행보를, 정치적인 판단에 의하여 이어나간다면, 반드시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여권발급을 요청하면서 기자 회견을 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부끄럽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이미 지난해 한번 나온 적이 있었던 여권이다. 사법부는 정치적 개입을 자제하고, 즉시 여권발급을 허용하여 줄 것을 요청한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