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통합 앞두고 수다와 춤으로 의지 표명
유시민과 이정희, 심상정이 '통합이유서'를 춤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퍼포먼스'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향한 열망만큼이나 청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는 21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진행하는 '따뜻한 라디오'에 출연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통합진보정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통합이 성사직전에 있는 만큼 통합의 세 주체는 시종 유쾌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1부에서는 진보통합과 진보정치, 한국 정치의 미래 등을 논의했고 2부에서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세 사람은 방송이 끝난 후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지지자들을 위해 작정한 듯 함께 춤을 춰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노력에 청중들은 열광했다. 한 시민은 직접 준비한 초콜렛을 선물하는 정성을 보였다.
◇ 기탄없는 성찰 바탕으로 국민적 지지 얻을 방안 논의
진지한 이야기도 오고갔다. 이 대표는 "오랜 기다림은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도 "10개월 논의했는데 출산에도 그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입덧과 유산의 위기로 상처들 받으셨겠지만 이제 새 역사를 시작했으니 마지막 꼭지를 힘차게 장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대표 또한 "참여당 2년에도 여러 소회가 있는데 십수년 하신 민주노동당은 어떻겠느냐"며 "하나될 수 있어 행복하고 설렌다. 시간이 흘러 하나가 된 것을 정말 잘했다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진보정당이 국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대중성과 힘의 부족'을 꼽았다. 이 대표는 "진보의 길에 오랜 시간이 걸려도 저는 상관이 없는데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죽으니까"라며 "책임을 다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진보성과 대중성의 일정한 긴장 속에 광범위한 국민적 지지를 얻자"고 심 대표도 합세했다.
유 대표는 "인기가 없어도 가수는 가수지만,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는 노래를 부른 후 관객이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순 없다"며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야 박수도 나올 것"이라 지적했다.
어떻게 지지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공개됐다. 심 대표는 "정치가 밥 먹여주냐며 외면했던 저소득층의 투표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10.26 서울시장 선거를 분석해보니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은 늘었지만 이 계층의 참여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며 심 대표는 "하지만 이 분들이 투표를 하시면, 야권 성향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민주당은 중도층을 설득하고, 진보정당은 저소득 무관심층을 잡겠다고 말했었다"며 "그러면 보수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통합을 한 후 우리가 진심으로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서도 다 알아봐 주실 것"이라며 "또 지금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중요한 일을 해결하는데 실력을 발휘해야 지지도 하실 것"이라고 한미FTA 반대 의지를 분명히했다.
아울러 "울산과 경남, 광주와 전남 등은 민노당 조직력이 있다"면서 "수도권과 충남에서는 참여당 당원들께서 힘써달라. 민주당이 그동안 진보정당이 고만고만해서 야권연대를 해주지 않았는데 진보정당이 커야 야권연대도 가능하고 총선 승리가 담보될 것"이라 주장했다.
유 대표는 "그동안 제 마음이 좀 사나웠던 것 같다"며 "마음이 사나워 누굴 미워하면 말을 섞지 않아도 그 사람이 내가 자길 미워하는 줄 알더라.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성찰했다.
이어 "국민들께 잘 보이려면 우리끼리 잘해야 한다. 절대 우리끼리 싸우는 소리가 담장 밖에 나가선 안 된다"며 "저는 평당원의 심정으로 두 분을 극진히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서로 많이 믿어야 한다. 먼저 믿어야 믿음이 커진다"며 "그렇게 하면 국민들은 알아주실 것"이라 동조했다.
심 대표도 "진보정당이 그동안 너무 엄숙하고 희생만 강조한 경향이 있다"며 "열정과 가치는 갖되 재밌고 발랄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 이정희 "연대와 통합은 다른 문제... 진보통합이 한국정치의 미래"
질의응답에서는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중산층이 혜택을 받는 복지가 거의 없다"는 지적에 심 대표는 "해결은 보편적 복지"라며 "망국적 출산율 저하 타결을 위해 교육복지와 공교육 혁신, 대학 등록금 인하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등 중산층도 체험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구비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야권대통합까지 염두에 둔 진보통합인가"라는 질문에 이 대표는 "진보통합당과 혁신민주당이라는 두 정당으로 총선을 치르는게 현실"이라며 "총선 때 야권후보 한 명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연대와 통합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야권대통합을 추진하는 모든 분들의 충정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여러 생각과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여기고 이해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며 이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임시로 통합하는 것은 하고 싶지가 않다. 서로 생각이 다른 당이 정파등록제로 모이면 '저게 뭐냐'는 소리가 반드시 나온다. 또 진보정당이 잘하는 것이 한국정치의 미래라고 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통합을 앞둔 세 사람의 솔직한 대화가 '사정없이' 이어졌고, 청중들은 박수와 폭소로 화답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한 진보 시민들의 기대와 좌담을 진행한 세 사람의 진보 정치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솔직한 시간이었다.
한편 진보통합의 세 주체는 통합을 앞두고 각 지역을 중심으로 당위성을 설명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견을 수렴해 오는 27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 내달 4일 국민참여당 전당대회에서 가결을 성사시킨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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