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필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12.21 12:54 | 최종 수정시간 11.12.21 12:5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MB정부의 미약한 ‘대중국 외교력’을 꼬집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에 있어서 가장 든든한 우방이자 ‘혈맹’이라는 점, 그리고 북한에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일 사후 대북문제에 있어서 후 주석과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이같은 ‘소통부재’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1일 오종식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에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라는 긴급한 안보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중국으로부터 사전언질조차 받지 못한 것은 그간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편향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반증한다”며 “이 대통령이 후 주석과 전화통화조차 못하고 이틀째 전화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니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
오 대변인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후진타오 주석과 통화를 하지 않았다니 우리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외교안보라인의 전면교체를 요구했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의 ‘대중 외교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 대표적인 ‘중국통’인 구상찬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교역 최대상대국인 중국과 핫라인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과 후 주석이) 이틀간 통화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외교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구 의원은 “중국에 전문외교관이 아닌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대사나 영사로) 가 있는데 (중국정부가) 이런 것들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중국 외교부에서 정통 외교관료들과 대화하려는 시도들이 우리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중외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상간의 통화는 양쪽의 일정이 편할 때 이뤄질 수 있으니 그 점에 대해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김성환 장관이 통화하면서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계속하자는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이후,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총리, 심지어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도 통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과 전화통화에 실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김 장관과 양 부장의 통화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발표 후 하루가 지나서야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후 주석이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감안해 이 대통령과의 통화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은 20일 베이징에 위치한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김 위원장을 조문했다. 이 자리에는 서열 2위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리장춘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6위 시진핑 부주석 등 중국 내 권력 실세들이 대거 동행했다.
아울러 중국 외교부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전진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사실상 ‘김정은 체제’를 공인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임기 내내 대북 강경기조를 이어온 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전화통화는 후 주석에게 불편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대미 중심 외교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김성환 장관은 20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한중 정상들의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관련 “양국간 상호 체제가 달라서 그런 것으로 본다”며 “한중간 전화통화는 익숙치 않아 그 문제를 계속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