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 사정과는 무관한 시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통합진보당은 현재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오늘 유시민 대표의 편지를 보니,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듯하다.
평범한 서울 시민이 보기에 통합진보당의 문제는 먼저 당의 간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명숙, 한나라당은 박근혜인데, 작은 정당인 통합진보당은 무려 당대표가 3인이다. 솔직히 이것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런데 돌려생각해 보면, 세 개의 주체가 서로 모였으니, 각기 다른 색깔을 대표하는 사람이 지도부에 있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야 내부 사람들의 질이 변한 것이 아니지만, 통합진보당은 내부의 질이 변했으니 그 변화의 내용을 보여주기는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변화가 지금 전달이 잘 안되고 있는 거다.
통합진보당의 당 내 총선후보 결정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다. 지역구 245석 중에서 민주당과의 경선을 치뤄서 본선에 나갈 수 있는 후보는 그리 많지 않다. 후하게 쳐서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천호선, 조승수, 강기갑, 창원을, 부산영도, 울산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 만약 민주당 후보와 100% 국민경선을 한다면, 최대치로 잡아도 진보당의 후보가 단일화된 후보가 될 수 있는 경우는 지역구 전체의 20%도 안 될 거라고 본다.
내가 보기에 위의 가정도 민주당과 연대와 연합이 잘 이루어졌을 때다. 민주당과의 연대가 잘 이루어지려면, 그 전제의 필수조건이 당 내부에서 총선 후보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통합진보당은 의사 결정의 권한이 매우 막연한 듯하다. 입만 열면 진성당원제와 당내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은 완전히 경험을 공유하는 동일하고 단일한 집단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씩 다른 당원들이 모여서, 현 시국을 바라보는 기준도 다르다. 게다가 당원에 의한 선출이 당의 후보로서 가장 적절한 인물을 뽑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즉, 국민이 원하는 후보가 다수 당원이 원하는 후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 지역구마다 현실적 조건과 역량이 다르다.
이런 과도기에는 지도부의 조정안을 수용하고, 지도부에게 권력을 양도하는 배려와 헌신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러한 태도가 당의 전체 이익을 위해서 더욱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점이다. 단지 후보가 되기 위한 모든 행동들이 자신만의 신념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통합진보당의 총선후보가 되었다는 사실 이외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총선후보 결정의 각 단계마다 저마다의 신념, 저마다의 당성, 저마다의 이익, 저마다의 결정만을 강조하면서 당원민주주의를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기 집단에 위해를 가하게 된다.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는 지역구 예비후보들을 위한 치어리더가 아니다. 우리 진보세력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은 현 시기 통합진보당의 정체성을 대표하고 이들에게 권한과 권력을 위임하여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작은 정당이 내부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사랑받을 만한 대중정당이 되려면, 당대표에 대한 사랑과 신뢰도 필수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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