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우리 사회에서 말버릇 때문에 욕 먹은 걸로 치면 노무현 전대통령보다 더한 사람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정에서 쓰는 말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스럽다는 비아냥, 시정잡배같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노대통령이 한 두번 쓴 말들이 그렇게 험한 말이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말 그대로의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문자 너머의 정서적 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말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노대통령도 자신의 글에서 그런 점을 인정했다. 대통령 스스로가 불필요한 논란을 좌초할 뿐더러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노대통령은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지성인이었다.
나는 노대통령의 말이 생생한 구어였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넓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 사회에서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 좌파라고 공언하는 사람들의 일부는 노대통령과는 다른 방식으로 타인을 자극하는 말을 쓴다. 현학적인 단어를 조합하거나 생경한 학술용어를 섞어쓰거나 또는 지나치게 전투적인 자세를 취한다. 자신의 의사를 강조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입장을 부각시키려고, 말 자체에 과도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문제가 된 김지윤 씨의 말도 이런 부류로 이해한다.
강정마을의 상황이 아무리 악화되었더라도 해군을 해적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군의 행동이 합법적이냐의 여부를 시시콜콜 따지지 않아도, 지금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병사들은 양민에게 칼날을 휘두르는 해적이 아니다. 해적을 군당국의 지휘부를 지칭한 것이고 일반병사를 지칭하지 않았다는 반박도 그리 설득력이 있지 않다. 왜냐면, 해군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망이 군 지휘부로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윤이 해명을 하려면, 발화 시의 문맥의 문제를 정교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런 논쟁에서는 실속없는 짓이다. 결과적으로, 김지윤이 촌스럽게 오바한 것이다.
김지윤은 일반 시민 단체의 참여자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니고, 공당에서 정당활동을 하는 자이며 현재는 선거의 시즌이다. 설령 자신의 신념이더라도 표현의 수위를 생각하는게 정치인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말로 다수 대중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다.
더욱이 강정마을의 다수 주민들이 설령 해적이라고 말하더라도 김지윤은 해적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자신이 대변하는 일부 사람의 목소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인간 녹음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은 자신이 대변하는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합의와 조정, 변화라는 결과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회의원에 의한 대의가 단지 분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는 데만 그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김지윤 씨는 자기 행동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