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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국방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아는 것이라곤 공화국 시민으로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방과 병역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평범한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수긍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대체로 수긍할 것이다. 시민과의 소통은 이런 상식적이고 일반론적인 수준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 진보적인 정치인들은 과거 운동권이나 이념가가 아니다. 대중을 계몽의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되고, 자기 논리의 정합성을 논쟁하는 상대로 볼 필요도 없다. 대중이 원하는 정치는 나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현실의 문제이다.
오늘 신문을 보면, 마장동의 축산물 도매 시장 상인들이 못살겠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심지어 잔치도 벌였었다. 마장동 축산물 재래 시장의 천정을 수리해서 비를 막는 덮개를 만들어 준 것이 이명박 시장이었고, 그가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모두 그를 찍었다고 한다. 이명박의 능력, 자질, 과거의 행적, 역사관 등등은 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유권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삶을 통해서 얻게 되는 선택의 기준이 있는 것이다. 이 기준이 무엇인가를 알아내야, 대중적인 정치인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과연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이야기에만 반응할까? 나는 결단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공동체의 운명, 애국심, 시민의 주권과 같은 강력한 이상주의는 유권자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참여 의식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흔히 보수적인 가치라고 하는 언어를 절대 진보세력이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진보의 언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국가의 정의, 애국심, 자존감 등과 같은 언어는 우리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언어 사용의 예를 로버트 케네디의 경우로 확인할 수도 있다. 케네디는 60년대 당시의 혼란상을 보면서 새로운 공공철학으로서 시민생활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는 자유를 단순히 공평한 기회의 획득이 아니라,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자치권을 공유하고 자신의 집단적 운명을 통제하는 힘을 기르는데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케네디는 시민들이 국가의 무력함, 정부에 대한 불신, 도덕의 상실들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는 점을 인식했다. 그러므로 그는 개인을 강조하거나 국가공동체만을 강조하지 않고 중간 수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중간 수준 공동체는 국가라는 대단위가 아니라 마을과 지역공동체들과 같이 시민이 직접 살아가는 공간을 의미했다.
이런 이상의 실현을 위해서 케네디가 강조한 것은 바로 시민의식과 강력한 이상주의였다. 이러한 케네디의 태도는 연대감과 공동체, 애국심과 같은 필수적이고 흔히 보수적이라는 가치들을 자신의 진보적인 가치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들이 단순히 생필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먹고사니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로버트 케네디의 강력한 이상주의를 포기한 후, 20여 년간 미국 민주당은 매 선거마다 고전했다.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유시민 후보가 보여줬던 말들을 한 번 기억해 보자. 그 때 유시민 대 김문수의 토론에서, 김문수의 정부 말을 믿지 않느다는 거냐, 북한의 침략이 아니라는 거냐는 공격이 있었다. 이에 유시민은 "우리 해군은 이런 허약한 군대가 아니다. 북한과의 전투에서 진 적이 없다. 뭔가 지휘부의 잘못이 있었다." 라고 반박했다. 유시민의 말은 불패의 군대, 우리 해군, 능력있는 병사들, 해양의 관리통제라는 의미를 나열한다. 이것은 바로 애국심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러므로 천암함 이슈를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한 것이다.
흔히 대한민국의 보수들은 안보와 국방의 문제를 진짜 애국심으로 이슈화시키지 못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친일과 기회주의의 전통 때문이다. 진보적인 지지자들이 수세적이고 신경질적인 방어공세를 펼치기보다는 오히려 대담하게 보수가 망쳐놓은 잘못된 언어들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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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