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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수요일에 있었던 미국 대선주자 첫 토론회는 오바마의 참패였다. 목요일 아침 스마트 폰에 뜬 첫 플래시 뉴스가 '롬니 3대 1 판정승'이었을 만큼 뜨거운 반응을 끌어 냈고 시종일관 자신없어 보이던 오바마와 달리 자신있게 밀어부친 롬니는 지난 몇 주간의 악몽에서 잠시 벗어난 듯, 지지율 2% 상승이라는 선물까지 받았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부터 정책과 비젼같은 토론의 질, 후보자의 카리스마, 손동작, 눈빛까지 분석하는 기사가 신문과 방송을 뒤덮었는데 엇비슷한 뜨거움으로 트위터를 달군 것은 엉뚱하게도 '빅 버드'라 불리는 어린이 프로그램 Sesame Street의 한 캐릭터였다. 물론 진앙지는 전날 밤, 기세를 올린 롬니 후보. 토론의 한 주제였던 정부 재정적자에 대해 발언기회를 얻은 롬니는 예의 거침없는 태도를 강조하려고 했던 것인지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낭비된다고 여겨지는 모든 정부지출을 과감히 삭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시작했다. 그리고 문제의 발언은 "I'm sorry, Jim. I'm going to stop the subsidy to PBS. I'm going to stop other things. I like PBS. I love Big Bird. I actually like you, too. But I'm not going to-I'm not going to keep on spending money on things to borrow money from China to pay for it." Jim: 짐 레어, 토론 진행자였고 공영방송인 PBS뉴스 앵커 PBS: NPR과 함께 대표적 미국 공영방송, 한국으로 하면 EBS 정도이나 훨씬 영향력 있음. Big Bird:PBS의 대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Sesame Street 인기 캐릭터 중의 하나. 다들 알겠지만 Sesame Street는 반세기 전통의 미국 뽀뽀뽀 한마디로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PBS같은 곳에 배정되는 정부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말이다. 물론 예산심의를 강화하고 심의를 통과 못하면 예외는 없다라고 강조하고 싶었을 거다. 문제는 그 예외가 될 수 없는 예가 미국인 절반은 벌떡 일어나 앉을 만큼 친숙한 캐릭터였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Sesame Street의 역사는 1967년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적어도 이 반세기에 걸친 미국인은, 아니 전 세계라고 해도 아마 큰 과장은 아닐 듯, 빅 버드를 모르면 간첩이다. 또 공영방송으로서의 PBS의 역할도 미국인 대부분은 공감하고 존중한다. 롬니의 빅 버드가 준비된 발언 중에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획된 발언이었든 즉흥적인 것이었든 오발탄이었음은 분명하다. 롬니를 둘러싸고 있는 큰 이미지의 하나는 타고난 부자, 서민적인 것들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47% 발언이 폭발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그런 이미지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I like big brid" "I like you too, Jim" PBS나 Sesame Street 같은 친서민적인 예를 들면서, 나도 당신들과 먼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Big Bird를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이예요. 뭐 이런 이미지를 얹어 가고싶은 의도는 없었을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단호하게 재정적자를 해결할 사람입니다'가 주된 의도였겠지만 말이다. 이 발언이 치명적인 오발탄이 된 것은 어쩜 우연이 아니다. 그는 진짜로 PBS나 Big Bird를 잘 모르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뉴욕 타임즈는 어제 공영방송 사업에 쓰이는 돈이 미국인 일인당 $4 미만이라고 쓴 기사에서,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이 낮은 비용이라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일본은 $14, 영국은 $24, 독일은 $41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전체 정부 예산 비율로 따져도 PBS와 NPR을 합쳐도 정부보조금은 5억 달러 미만, 즉 정부 예산의 0.012% 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이 쯤 되면 우는 애 손에 있는 과자뺏기라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롬니는 좀 그럴듯한 예산 낭비를 예로 들었어야 했다. 한 트위터리안의 말처럼 롬니는 Sesame Street가 아니라 Wall Street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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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