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드럭스>
감독 에드워드 즈윅
주연 제이크 질렌할, 앤 해서웨이
바람둥이 제약회사 영업사원과 파킨슨 병에 걸려 병원을 전전하는 여자가 우연히 만나서 급작스럽게 ‘육체적인 사랑’을 한다. 처음엔 둘 다 감정을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여자는 자신의 불치병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언제나 사랑이란 것에 미련을 두지 않고 남자도 평소 행실로 미루어봐선 그 여자는 자신을 스쳐가는 또 하나의 바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이 끼어들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살짝 고리타분하기도 하고 늘 봐오던 사랑영화들의 주제를 가볍게 반복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의 사랑이란 것도 늘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남자 주인공의 직업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병 때문에 웬만한 신약정보를 꿰고 있는 여자의 처지 때문에 러브 앤 드럭스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결국 사랑을 약에 비유하려는 것 같다. 특히 영어로 드럭은 마약이란 의미도 있다. 약은 우리 곁에 늘 필요악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없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가 꼭 필요한 구원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그 약에 중독되기도 하고 새로운 신약을 간절하게 기다리기도 한다. 이 정도면 약과 사랑이란 것을 비교해도 그리 억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랑이란 것이 워낙 애매모호한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데 갖다 붙여도 대충 말은 되겠지만.
이 영화의 그런 비유에 대한 노골적인 의도는 영화의 초반부에 프로작(라디오헤드의 'Bones'라는 노래에도 가사로 등장할 만큼 유명한 진통제)과 같은 약들의 효용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약의 심리적인 효과들을 주로 이야기하는데서 잘 드러난다. 육체적인 고통 때문에 단순히 복용하는 진통제도 우울증, 자살충동 등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데 하물며 섹스와 감정의 상관관계는 어떻겠는가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여자는 남자와의 진통제와 같은 사랑에 중독되기 전에 약(사랑)을 끊기 위해서 남자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그리고 남자도 평소에 습관처럼 복용했던 약과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순순히 여자의 이별선언을 받아들인다. 물론 뻔한 사랑영화들이 답습하는 결말, 즉 주인공 남녀는 그들의 감정이 단순하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다시 결합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걸 맞는 또 다른 약에 대한 비유를 깔아놓는다. 이때까지 등장했던 약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약인 비아그라와 모든 약에 존재하는 고질적인 특성인 ‘부작용’이 그것이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90년대인데 굳이 그 시기로 잡은 것은 비아그라의 발명시기를 영화에 풀어놓기 위해서인 것 같다.
사랑과 약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인데 그 부작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밝고 긍정적인 남자는 사랑과 약의 부작용을 긍정적인 것으로 ‘깊이’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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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