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락해가는 킬러인 줄리앙(피어스 브로스난)은 암살임무를 띄고 멕시코로 가는데 평소 늘 외로운 데다가 마침 그 날이 자신의 생일인 걸 알고 급우울해하다가 사업계약 건으로 멕시코에 온 대니(그렉 키니어)를 바에서 만나 친해진다. 그리고 대니에게 자신의 암살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
그리고 6개월 후 줄리앙은 신경쇠약으로 인한 암살 실패로 도리어 암살위기에 처하고 대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대니는 거절하지만 자신의 절대절명의 계약건을 성사시켜줬던 줄리앙의 마지막 부탁을 결국 거절하지 못한다.
이 영화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임을 빙자한 잔인한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거기에서 억지로 자신의 삶에 존엄성을 부여하려는 대의명분적으로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투우를 빗대 그리고 있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줄리앙이 피로에 지쳐 암살임무에서 실수를 종종 하게 되는 것은 곧 자신의 죽음을 뜻하고 대니는 멕시코에서의 사업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신의 가정을 계속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다. 줄리앙에겐 집이 없고 집과 아내가 있는 대니는 "내가 아내에게 완전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줄리앙에게 고백한다.
이 위험하고 외로운 세상에서 그나마 우정이란 것이 필요할텐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니의 가정을 위협하는 두 가지 요소는 폭풍우에 쓰러져 부엌을 침범한 나무와 대니의 아내를 은근히 유혹하는 줄리앙이다. 우정도 그렇게 믿을만한게 못된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 우정도 애초에 서로간의 졸렬한 거래에 의한 억지우정이기 때문이다. 이 억지우정의 정체는 영화의 후반부 반전부분에서 드러난다.
장정일은 자신의 독서일기에서 촉나라가 삼국통일을 하지 못한 건 유비, 관우, 장비의 양아치적 우정의 기반이 너무 허접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라고 했는데 이 둘의 우정도 곰곰히 따져보면 너무나 얄팍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얄팍함을 직시하자면 스스로 너무 비참해지기 때문에 줄리앙은 투우에서도 고귀함, 존경이 있다고 자위적으로 우긴다.
이 영화는 이런 슬픈 인생이야기를 블랙유머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영화적으로도 매우 세련되며 그냥 생각없이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이런 유명하지 않은 헐리우드 영화들 중에 이런 좋은 영화들이 꽤 많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