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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광인 주인공 롭은 어릴 때부터 여자친구들에게 채여온 자신을 뒤돌아보며 이렇게 읊조린다.
"음악이 먼저일까 불행이 먼저일까"
1.
이 영화는 남자의 본질적 정체, 즉 소심함, 열등감, 이기심, 위선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음악이란 그 본질을 가리는 도구이며 도피처다. 주인공 롭이 현재의 여자친구에게 버림받고 기껏 하는 일은 자신의 레코드가게 동업자와 이별에 대한 노래 베스트 5 뽑기다. 답답한 주인공은 과거의 여자친구들을 찾아가 왜 자신을 버렸는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그 질문을 하는 자체를 비웃는 것이거나 뻔한 대답 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주인공 롭은 카메라를 향해 호소한다. 외롭고 불쌍하고 억울한 자신을 알아달라고 하듯.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 롭은 변호사인 여자친구로부터 단지 무능하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채인 것이 아니라 채일만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여기서부터 관객은 롭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롭이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는 순간 문득 반성하는듯 하기도 하지만, 사실 여기서부터가 가관이다.
롭은 자신을 버린 여자친구가 윗층남자와 잤을까 안 잤을까가 최대 관심사 였는데 기어코 여자친구에게 직접 물어보고 여자친구가 안 잤다고 하자 환희에 차서 여자친구 집을 나서며 퀸의 "We are the champions"를 부른다. 그리고 그 기쁨을 이기지 못해 평소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어떤 언더그라운드 여가수를 찾아가 잠자리를 같이 한다. 이 부분 좀 이상하지?
그리고(그런데) 영화는 여기서부터 어처구니 없는 해피엔딩으로 치닫는데..
2.
"내가 불행하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것일까, 음악을 듣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일까"
음악이 위험한 건 이런 식으로 남자를 대표하는 주인공에게 문제의 본질과 어긋난 유사성찰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악을 듣는 그 행위 자체가 유사성찰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혼자 조용히 듣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어떤 면에서 성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는 음악도 본질적으로 과시욕의 도구가 되고 이기심, 아집의 표현수단으로 전락한다. 노래 베스트 5를 꼽는 행위 자체가 그렇고 타인의 취향을 개무시하는 것도 그렇고 심지어 애창곡 테입 만들기를 다른 여자 꼬시는데 이용하는 것도 그렇다.
음악이 문제가 아니다.
성인남자가 어린애가 아닌 이상 어떤 잘못 돌아가는 일에 무조건 자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당사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문제의 본질을 대면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건 영화이므로 주인공은 당사자 대신 엄한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이다. 이 영화의 특징은 주인공의 성찰이나 성장통 없이 그냥 해피엔딩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특징은 이 영화의 흠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런 허술함을 음악과 음악에 대한 수다로 메우는 것.
이 영화는 남자의 소심함, 열등감, 이기심, 위선에 대한 고백이고 변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마치 그런 진솔한 고백과 성찰이 없으면 또 어떤가 하는.. 대신 우리에겐 음악이 있잖아.. 하는.. 그런 남자의 속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남자의 정체에 대해 이렇게 재밌게 또 음흉하게 잘 그린 영화가 있었던가.
덧붙이는 말.
잭 블랙의 신들린 듯한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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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