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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처 퍼질러자다가 일어나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이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생각이 별 진척이 없길래 무심코 TV를 켜니 <인사이드 딥 스로트> 즉, <딥 스로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왔다. 마침 관심있는 분야고 해서 주욱 봤다. 노먼 메일러도 인터뷰이로 나오던데..
'deep throat'
1972년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한 <deep throat :목구멍 깊숙히>는 포르노 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전설적인 쓰레기 포르노 영화다. 2만 5천달러로 6일만에 만들어 6억달러의 수익을 낸 영화.
내용은 여주인공의 클리토리스가 목 안 깊숙히 있다는 황당한 설정하에 구강성교를 하고 다니는 남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에 나오는 <딥 스로트>에 관한 이야기는 놀랍다.
1. <딥 스로트>의 감독 제라드 다미아노
아내와 동네 미장원에서 일하다가 포르노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다. 당시 <딥 스로트> 제작자나 스탭들은 이 감독에 대해 '영화 제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다. 어떤 프로덕션 매니저는 다미아노 감독을 가리켜 거침없이 쓰레기라고 한다. <딥 스로트> 프로듀서는 감독이 여자랑 하고 싶어 포르노 감독을 했는데 결국 뜻을 이루었다고 증언한다. 감독은 단지 저런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냈다는 걸로 아직까지 영화사에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사회에선 여성의 성은 숨겨진 거였는데 자기는 여성도 남성처럼 뚜렷한 오르가즘이 있다는 걸 미장원 아줌마들과의 대화를 통해 확실히 알고 있었고 그걸 영화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는 꽤 의미있는 말을 하기는 한다. 그래서 여성의 오르가즘을 표현하기 위해 국립영상보관소에서 로켓트 발사장면 필름을 빌려 <딥 스로트>절정 부분에 교차편집해서 붙인다. 이런 건 나중에 우리나라 영화 <변강쇠>도 따라했었지.
2. 남자배우 해리 림스
<딥 스로트> 찍고 검찰에 기소되어 5년형을 구형받고 법정에서 싸우다 닉슨이 하야하고 나서 무죄판결을 받는다. 원래 영화 스탭이었는데 당시 전문 포르노 배우가 없었으므로 감독이 우연히 발탁하는데 감독의 말에 따르면 카메로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도 발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였다고 한다. 재판 중에 잭 니콜슨과 워렌 비티의 지지를 받고 함께 인터뷰도 하고 친분을 누렸으나 말년이 좋지 않았다. 유명세 덕분에 존 트라볼타 나왔던 영화 <그리스>의 감독으로부터 체육선생 역할로 캐스팅 제의까지 받았으나 제작사로부터 "주류영화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잘리고 상심하여 폐인이 된다.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면서 몇 몇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다가 지금은 기독교인이 되어 술 끊고 조용히 살고있다.
3.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
1천 2백 달러의 출연료를 받고 <딥 스로트>에 출연했으나 결국 후회한다. 나중에는 포주역할을 한 남편에 의한 희생자를 자처하는데 여성의 성상품화를 반대하는 반포르노 여성단체에 가입하여 TV토론에 나와 활동하기도 한다. 1남 1녀를 둔 평범한 주부로 우체국에 취직하기도 하지만 포르노배우라는 전력 때문에 곧 해고 당하기도 하는 등 평생 궁핍하게 살다가 2002년 교통사고로 죽는다.
4. <딥 스로트>의 수익금 6억달러는 누가 차지했나
영화가 대박기미를 보이자 마피아는 감독을 협박하여 지분포기각서를 쓰게하고 배우들도 당연히 이 영화의 히트로 추가이익을 얻은 게 전혀 없었다. 제작자는 기본적인 수익은 있었겠지만 수익금 대부분은 마피아들의 차지였다. 마피아의 여러 조직이 <딥 스로트> 상영하는 극장에 가서 수익금의 50%를 내 놓으라고 협박하고 돈을 거둬갔다. 마피아의 말에 저항한 극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나곤했다. <딥 스로트>를 계기로 마피아가 본격적으로 포르노 제작에 관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FBI는 오랜 기간 마피아와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5. 닉슨과 검찰, 법원
당시 재판은 대중적인 성교육장이었다고 한다. 판사도 클리토리스란 말을 몰라 재판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이 되는 분위기.. 보수적인 검사는 예술가라고 주장하는 매춘부, 포주들을 어이 없어 하고. 검찰은 포르노가 성인들에게 해롭다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다는 위원회의 연구결과도 무시하고 일단 남자배우를 기소한다. 시범케이스로 배우를 조지면 포르노 제작이 어려울거라는 판단하에.
당시 <딥 스로트>로 기소되지 않으려면 다음 선거에 민주당이 되면 된다는 충고가 어필할 정도로 공화당 닉슨의 기세가 등등했었는데 결국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당시 담당검사는 인터뷰에서 요즘은 테러 때문에 여력이 없어서 그렇지 지금이야말로 포르노를 본격적으로 단속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아쉽다..라는 소신을 밝힌다.
6. 언론
이 영화가 2년 넘게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하는 놀라운 흥행을 기록한 것은 언론의 역할이 컸다. 당시 뉴욕타임즈에 <딥 스로트> 기사가 실리면서 그야말로 거의 모든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영화냐는 질문엔 다들 그럴 가치는 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주류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딥 스로트>는 미국사회의 주요 문화이슈가 되고 결국 안방극장에서도 딥 스로트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농담들이 코미디언, 토크쇼 진행자들로부터 나오게 된다.
노벨상 후보로 오른 작가인 노먼 메일러는 이런 황당한 컨셉의 포르노영화가 히트한데 대해 인터뷰에서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미국인들은 웃기는 거라면 사족을 못 쓴다"
'어느 포르노 여배우의 의식 변화'
내가 이 다큐에서 관심 있었던 부분은 여성들의 포르노에 대한 의식이었다.
특히 이 다큐가 흥미로운 건 이슈의 중심에 섰던 한 포르노 여배우의 의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르노가 사회금기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도 맞고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여성은 그 와중에도 결국 피해자가 되기가 쉽다. 남자들은 거의 피해가 없다. 이게 딜레마다.
린다 러브레이스는 어린 나이에 별 생각없이 결혼하고 별 생각없이 남편에게 이끌려 포르노 영화 출연에 동의하게 된다. 포르노 연기할 때 이 여배우가 '너무 잘해서' 남편이 질투할까봐 제작진들은 역시 스탭이었던 남편을 다른 곳에 보내고 촬영하기도 한다. 이 영화로 유명해지고 또 이 영화 관련자들이 기소될 즈음 러브레이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린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기자: "무한정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면 아나키 상태가 되지 않을까요"
▷린다: "아나키가 뭐죠"
▷기자: "모두 자기 맘대로 행동해서 질서가 없어지는 걸 말합니다"
▷린다: "그건 잘 모르겠고 아무튼 억압은 안돼요. 히틀러의 교훈도 있잖아요"
그런데 러브레이스는 <딥 스로트>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간 후 여권운동가들과 함께 TV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남편에게 감금당해 포르노에 강제로 출연하게 되었다. 필름을 보면 남편에게 맞아 다리에 멍든 자국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혼자 외출도 못해서 샤워하고 싶을 땐 할 수 없이 남자랑 함께 샤워해야 했다."
그리고 50대 나이에 교통사고로 죽기직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현대의 많은 작가들이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인용하면서 활동하는데 정작 나에게 돈 한 푼 주지 않는다"
특별한 삶을 살았던 한 여성의 특별한(연역적인) 사회인식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린다 러브레이스는 나이 50이 되어서도 돈벌이 때문에 성인잡지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었는데...
"dark side of the moon"
<부기 나이트>에도 나오지만 이 다큐를 보면 포르노 종사자들의 꿈과 좌절을 느낄 수 있다. 당시 <딥 스로트>의 큰 성공으로 헐리우드조차 혼란과 고민에 빠져 몇 몇 주요 스튜디오들은 포르노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 별 생각 없었던 포르노 종사자들이 장미빛 꿈을 꾸기 시작했다. 헐리우드 주류시스템과 포르노의 통합의 꿈! 그들은 곧 그런 세상이 올거라고 믿었고 이전과 달리 자부심을 가지며 연예계 각 방면으로 활동반경을 넓혀갔다.
하지만 그들이 꿈꾼 그런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세상이 오기는 커녕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그나마 있던 영화제작자로서의 기득권도 완전히 붕괴된다. 기득권이라는 건 아래로부터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 밑바닥 기득권일수록 그 토대가 약하기 때문에. 거기에 일차적인 슬픔이 있다.
"dark side of 'dark side of the moon'"
이상적인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실제의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다. 정의의 실현과 개인의 행복은 별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가치라는 것도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개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남성에 비해 최소한 한가지 굴레를 더 가질 수 밖에 없는 처지인 여성은 그런 부분에 있어 더욱 더 취약하다. 하지만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여성의 삶이 더욱 더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할 수도 있는 것 같다.
포르노산업 뿐 아니라 가정, 사회, 국가 등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엔 이면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이면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종종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슬픈 감정의 대부분의 근원은 그 이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성들에게서 유래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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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