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히 잘 있는 건전한 동화들을 엽기적으로 변형시키는 이유는 "가장 훌륭한 이야기는 가장 해석이 다양한 것?" 이라는 명제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야기'의 의미의 일면을 이야기한 것이니 딴지는 사양... 예전에 동화를 혼란시키는 방법이란 내용을 다룬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것의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1. 문헌학적, text적 비판과 해석.
즉 동화, 고전의 내용에 도저히 용납이 안되거나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을 자신이 나름대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법사가 어린 두 남매가 너무 야위어서 잡아먹기 이르기 때문에 밥을 주며 살이 찌길 기다리고 두 남매는 마법사가 자신들의 손을 만져볼 때 닭뼈(맞나?)를 내밀어 아직 살이 찌지 않았다고 속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마법사가 아무리 눈이 나쁘기로서니 저런 트릭에 속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래서 마법사가 애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키운다는 설정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즉 내용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고 고치는 것.
이런 방법에 <성경>도 많은 재료가 되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 하여 떡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로 몇 천명을 먹였다는 기적이 사실 '상식'으론 이해가 안되는데 당시 예수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각자가 가진 먹을것을 내놨다..고 해석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그리고 마리아가 남자 없이 애를 낳았다는 것도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미혼모를 목수인 요셉이 떠 맡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를 쓰면 주위 기독교인들에게 매장당하겠지.
2, 정신분석학적 혼란방법
<미운오리새끼>를 정체성을 고민하는 한 개인을 다룬 이야기로 해석하는 식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림(Grimm) 동화집에 <생명수>란 동화가 있다.
옛날 어느곳에 한 왕이 오랫동안 병으로 누워 지내고 있었는데 세 명의 왕자가 생명수를 구하러 떠난다. 그런데 첫째 둘째 왕자는 교만한 언행 때문에 실패하고 마음씨 곱고 순진한 세째 왕자가 성공한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융의 이론으로 설명하면.. 융은 사람의 의식의 태도를 외향성과 내향성 두 가지로 나누고 의식의 기능을 사고, 감정, 직관, 감각 네가지로 나눠서 짝을 이룬 여덟가지 심리유형으로 분류한다. 네 가지 기능 중에서 가장 주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유형이 되고 각기의 기능은 한 개인에게 있어 서로 주기능과 열등기능의 결합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주기능과 열등기능의 관계를 <생명수>의 왕과 세 명의 왕자로 비유해서 설명해보면.. 왕은 두 명의 왕자는 좋아하지만 가장 나이 어린 왕자는 바보이기 때문에 무시한다. <생명수>에서 왕은 사고유형이고 세번째 왕자는 감정유형임을 알수 있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왕과 셋째 왕자는 사실 주기능과 열등기능을 각기 상징하고...
그런데 왕은 왜 병이 들어 생명수를 찾게 되었을까.. 왕이 병든 이유는 주기능만 너무 오래 사용했기 때문이고 이것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되면 자신의 열등기능에 눈을 돌려 새로운 인생의 잠재력을 뱔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은게..자신의 보기 싫은 부분을 들여다봐야 하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건데.. 그래서 세째 왕자가 바보로 나온다는 것이다.
3. 사적 유물론과 희망의 원칙(맑스적인 방법)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를 사회적 의미 차원에서 고찰에 보는 방법을 말한다.
즉 <신데렐라>의 신데렐라는 왜 남자에게만 의존하는 캐릭터로 나오는가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신데렐라가 왕자를 거부하고 말타고 떠나는 이야기도 있다. 게리 올드만과 데미무어가 나오는 <주홍글씨>라는 영화도 원작의 무기력한 여성상과는 달리 데미무어와 게리 올드만이 나쁜 사람들을 물리치는 해피엔딩으로 바뀌기도 했다.
<빨간모자>라는 동화는 빨간모자를 즐겨쓰는 여자아이가 할머니 집에 가다가 늑대를 만나 솔직하게 자신의 목적지를 말하니 늑대가 미리 할머니 집에 가서 할머니를 잡아먹고 아이를 기다린다는 내용인데.. 이것도 빨간모자의 가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영화가 있다. 키퍼 서덜랜드가 나오는 미국 독립영화에서 가출한 빨간모자 여자애를 키퍼 서덜랜드가 차에 태워준다. 빨간모자 역을 하는 여자애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가출했다고 솔직히 말하는데, 그럼 키퍼 서덜랜드가 이런다. "너 그때 솔직히 좋았지?" ..그러면서 악몽이 시작되는 영화.. 미국 중산층 가정의 내밀한 문제를 동화를 이용해서 다룬 영화.
즉 동화를 사회적인 문제로 해석하는 방법.. 그리고 사회적인 대안을 고민하게 하는 방법.
예를 들어, <심청전>도 무능하고 타락한 아버지의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
마약중독자인 심청 아버지가 마약을 사려고 딸을 판다. 마약상이 유혹한다.
"당신 딸이 예쁘니까 마약을 하고 싶으면 딸을 나에게 팔아.."
그럼 심청 아버지는 "그래도 딸을 어떻게 팔아?"
그럼 마약상은 "당신과 떨어져 있는게 심청에게 더 좋은 일이 아닐까?"
마약상에 팔려간 딸은 깡패조직 보스의 정부가 되고 나중에 권력을 가진 뒤 아버지에게 나보란 듯 복수하기 위해 도시의 마약중독자, 폐인들을 모아서 깡패두목의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하고.. 하는 식으로..
나름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어떤 '원형'을 간직한 이야기가 오래 살아남고 또 고전이 되는데 그 중 동화는 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너무 원형만 남아있어서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대충 재미있고 일리 있어 보이는.. 그리고 특히 아이들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더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도덕관념이 없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숨겨진 어떤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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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