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수'의 한 장면> "역사 속의 소수자들(2009, 곽차섭, 임병철 엮음, 푸른역사)"
3, 4장 재구성. 기독교의 완고함에도 불구하고 중세 교부들은 매춘을 ‘더 큰 악을 막는 작은 악’으로 인식했다. 공격적 남성으로부터 여성의 순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출구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여성이 공적 공간에 출입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았던 중세에도 매춘부가 있는 유곽은 도시의 번화가에 자리잡았다. 13세기에서 16세기 사이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일탈이 기독교적, 가부장적 질서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또한 1378년 ‘치옴피의 난’이래 질서회복의 한 방편으로, 대부분의 이탈리아 도시 행정부는 매춘사업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자 했다. 근절책과 완화책이 교차되다가 결국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1403년 창설되어 1680년까지 존속했던 피렌체의 ‘풍기단속청’은 매춘 전담관청으로서 사법권까지 행사하고 있었다. 규제라는 이름으로 제도권에 편입된 매춘은 사실상의 공창제를 의미했다. 따라서 하나의 제도에 충돌하는 두 가치-미풍양속과 풍기문란-가 묶여있었다. 풍기단속청이 매춘을 다루는 방식은 ‘격리’와 ‘신분확인’이었다. 도시의 특정장소에 유곽을 건설하고, 매춘부에게 자격증을 부여하며, 주거지를 엄격히 규제했다. 제도권에 편입되기 이전의 매춘부는 도덕적 비난을 받았어도 여전히 구원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풍기단속청 창설 이래 매춘부들은 사회적 주변인, 비정상의 범주로 분류되었다. 복장규제도 ‘격리’와 ‘신분확인‘의 연장이었다. 매춘부의 표식으로서 이마에 종을 달고, 장갑을 끼며, 굽이 높은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처벌이 뒤따랐다. 복장규제는 14~15세기 시 당국이 “남성을 자신들에게 굴복시키려는 여성들의 타락한 악마적 본성”을 억제하기 위해 모든 여성들에게 시행했던 풍속규제법의 일부였다. 표면적인 목적은 사치와 허영의 억제였으나 근본적으로는 당시 팽배한 여성혐오증의 표현이었다. 결국 르네상스기 매춘부의 특성은 첫째, 동성애 등을 대체하는 성상품화와 남성적 이상에 봉사했다. 둘째, 폭력적 행위마저 용인되는 유곽을 통해 남성들의 우월적 역할 훈련이 이뤄질 수 있었다, 셋째, 정숙한 여인의 전도된 이미지를 제공할 뿐 아니라 여성차별의 주요한 일부가 되었다. 16~18세기 프로테스탄티즘의 영향과 성병으로 주춤하던 매춘업은 19세기 독일에서 다시 확산된다. 초기 산업자본주의가 수반한 도시의 폭발적 증가, 도시가 제공하는 익명성, 결혼연령의 상승, 피임술의 미발달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공급측면에서 매춘업 발달의 가장 큰 원인은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여성의 고용기회 축소나 저임금에 있었다. 또한 수요측면에서, 직장과 가정의 분리 및 노동과 여가의 분리로 성매매가 잃어버린 감수성과 인간관계를 보충하는 대량 소비상품이 되었다. 19세기 말엽 유럽 도시들은 인구팽창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고 1890년 베를린 인구는 반세기 전보다 12배(200만명)나 상승했다. 당시 매춘업은 등록된 유곽과, 규모에서 이들의 10배를 차지하는 비밀 성매매로 분화되어 있었다. 비밀 성매매 여성들은 대도시의 익명성 아래 일시적 취업이 가능했다. 농촌 출신 여성들의 도덕적 타락이 매춘으로 이어진다는 당시의 편견과는 달리 성매매 여성의 3분의 2가 몰락한 중산층과 저임금노동자 가정 출신이었다. 빈곤과 매춘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후로 여성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면서 당시 사생아출산, 저임금, 해고에 시달리던 ‘하녀’ 계층으로부터 매춘부로의 전업률이 급격히 상승한다. 독일정부는 광범위한 규제를 통해 매춘업을 관리하려 했다. 이는 르네상스기 풍기단속청과 유사하게 ‘특정 공간에 유곽의 집결’, ‘질병관리’, ‘매춘부의 공공장소 출입금지’, ‘주거공간의 제한’, ‘소박한 의복’을 포함했다. 매춘부들은 행정적 ‘격리 원칙’ 외에 정신병리학적 진단에 의해서도 분리되었다. 범죄심리학은 성매매 여성을 비정상, 선천적 결손에 의해 타락한 존재로 정의했다. 고객의 익명성이 유지된 반면 매춘부가 가혹한 처벌을 받았던 점은 남성들 간에 형성된 암묵적 연대를 반영한다. 학생과 군인의 유곽 출입이 잦았는데 이는 결혼 연령의 지체와 관련이 깊었다. 또한 상인을 비롯한 중간층, 부르주아가 매춘의 최대 수요자였다는 점은 사회전반에서 부르주아 가치가 승리한 당시의 모순점을 드러낸다. 매춘부들을 교화하는 갱생원의 프로그램은 엄격한 노동에 집중되었다는 점에서 여성의 신체를 자본주의가 원하는 노동력으로 재훈련하려는 의지가 나타난다. 매춘업에 대한 행정통제가 가지는 모순 때문인지 관련 제도는 현재까지도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차대전기의 대대적 공창제, 1918년 혁명 이후의 사창가 폐지, 나치 집권기의 공창제와 대대적 통제를 거쳐 현재의 자유화에 이르렀다. 그러나 매춘업의 양적 확대와 인신매매 등의 부작용으로 다시 금지정책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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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