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Suriname)이라는 나라가 있다.
17세기 초부터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들이 살던 이 땅에 발을 들였고, 이어 영국도 들어왔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뉴암스테르담과 수리남을 맞바꿔서, 뉴암스테르담은 뉴욕이 되고, 수리남은 네덜란드 식민지가 됐다. 사탕수수 재배가 목적이었다.
17세기 말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끌고 와 강제로 부려먹었다. 농장에서 탈출해 밀림 속에서 살아가는 노예들이 늘어나자(이들을 '마롱'marrons, '머룬'maroon이라고 함), 네덜란드는 식민통치의 방법으로, 이들을 인정하고 땅을 나눠주기도 했다. 부시니그로라는 이 종족은 250년 이상 아프리카를 떠나 살았지만, 아프리카 서부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유지했다.
네덜란드는 노예제가 폐지된 19세기 말에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서 이민노동자들을 들여와서, 지금 수리남의 다양한 인종 분포를 낳았다.
▲ 케티-코티는 ‘쇠사슬을 끊다’는 뜻.
1863년 7월 1일, 네덜란드 노예제 폐지 기념일.
수리남에서 공식 명칭은 ‘자유의 날’이다.
1948년 자치권을 얻었고, 1954년에 자치정부 구성.
1975년 독립. 이때 수리남 인구 45만 명 가운데 20만 명이 네덜란드로 이주했고, 1980년 군사 쿠데타 이후에도 이주 행렬이 이어져서 현재 네덜란드에 사는 수리남 사람은 35만 명에 이른다. 현재 수리남 인구는 50만 명 가량이다. (네덜란드로 이주한 수리남 인들이 네덜란드 축구와 랩 음악의 밑거름이었다고 말들 함.)
수리남, 군부독재자 특별사면법 국회 통과:namespace prefix = o />
군부가 시민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법정에서 따지지 않는다는 사면법이 4월 5일, 수리남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수리남 국회는 3일 동안 격렬한 토론을 거친 뒤, 28명 찬성, 12명 반대로 이 사면법을 통과시켰다.
수리남의 현 대통령 바우터르세(Bouterse)는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했다. 1987년에 새 헌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민간정부가 들어섰으나, 1990년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군부는 1992년에 물러났다. 그 모든 중심에 바우터르세가 있었다. 이 나라를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바우터르세는 2010년 국회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때 뉴스 보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더라. 한국이 그래도 이보다는 낫나?
2010년 당시 수리남 대통령이었던 베네시안(Venetiaan)은 과거 바우터르세 군부 저항운동을 했던 인물이다. 베네시안 전 대통령이 바우터르세 신임 대통령과 정권이양을 위해 만나야 했을 때, 즉, “18년 뒤의 대화”를 해야 했을 때, 내가 다 기가 막히더라. 그러나 바우터르세는 합법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
베네시안 전 대통령은 “12월 살인”에서 희생된 사람들 중 여럿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 즉, 민주화운동의 동지들이었다. 그러나 베네시안 전 대통령이 몸 담은 수리남 국민정당(NPS)은 총선에서 4석을 얻는데 그쳤고, 바우터르세의 정당(NDP)은 19석을 얻었으며, 바우터르세는 다른 정당과 연합하여 여대야소를 만들었다.
(2010년 총선 결과: 연합 여당- 36석, 야당-15석, 총 51석)
12월 살인(December Murders)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한 군부는, 1982년 12월 8일, 언론인, 변호사, 노조 지도자 등을 납치하여 살해했다. 저항운동의 지도자들이었다. 수리남의 수도 파라마리보의 포트 제이란디아에 끌려와 있던 민간인 13명과 군인 두 명이 재판없이 총살된 이 12월 살인(December Murders) 사건이 나자, 네덜란드는 수리남에 경제제재를 했으며, 미국과 네덜란드의 인권단체들이 희생자 15인은 무고하며 고문과 살해였다는 조사보고서를 냈다.
그동안 이 일이 왜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냐고? 바우터르세를 비롯한 군부세력은 여전히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진상 규명을 하려다 못하고 하려다 못하고 그런 역사였다. 근래 들어서 역사와 국민의 압력을 더 받아가던 참이었고, 당시 군부 지도자였던 바우터르세와 관련자 24명을 상대로 2007년에 재판이 시작되었고, 진행 중이었다.
1980년 당시 바우터르세는 희생자들이 감옥에서 도망가다가 총격 당했으며 CIA의 간첩들이라고 발표했다. 재판이 시작되자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며 사과했으나 자기가 직접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2012년에는 바우터르세가 두 명에게 직접 총을 쐈다는 증언이 나오며 재판에 불리해진 상황이었다.
합법적으로 정권을 다시 잡은 과거 군부세력은 특별사면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는 이 법을 통과시켰다.
▲ 암스테르담의 한 교회벽에 마련한 “12월 살인”기념물.
희생자 15명의 이름 아래에는 “ 군부정권에 의해 고문과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은 수리남과 민주주의를 위해 맞섰다”고 쓰여있다.
정치권의 반응
네덜란드가 이전 식민지였던 나라의 정치상황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로젠탈 외무장관은 “바우터르세가 형을 살기 위한 목적일 때만 네덜란드 입국을 환영한다” 라고 말했으며, 어제(5일) 수리남 파견 대사를 본국 소환했다.
네덜란드 법원은 1999년 궐석재판으로 바우터르세에게 11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그가 수리남에서 네덜란드로 코카인을 밀반입한 혐의에 대한 판결이었다. 수리남 법상 국외인도가 되지 않아 네덜란드에서 형을 받지는 않았다. (바우터르세의 처가가 네덜란드임)
루테 총리는 “매우 실망, 충격”이라며 “수리남은 (특별사면법 통과에 대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의회도 즉각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극우정당 당수 빌더르스는 바우터르세를 비롯한 용의자들 뿐만 아니라, 특별사면법에 찬성한 28명의 국회의원들도 네덜란드 입국 금지해야 한다며 다소 감정적인 주장을 했다.
파라마리보의 미국 대사는 “적법한 재판절차는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워야한다”며 바우터르세가 재판에 관여하지 말라는 언급을 했다고.
수리남 여당은 “대통령을 향한 정치적 재판”이라고 주장한다. 이 법안에 찬성한 여당 의원들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정치적 재판이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법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리남 야당인 ‘새 전선’(NF)의 부대표는 이 법안 통과에 대해 의원으로서 국민과유족에게 사과한다며, 15명의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른 뒤, ‘수리남에 신의 가호를’이라며 말을 맺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7-29 02:43:34 정치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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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