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영화정보] 민우씨 오는 날 (2014)Awaiting
요약정보드라마 | 한국 | 26 분 | 개봉 2014-12-18 | 전체관람가제작/배급(주)빅픽쳐(제작), (주)미로비젼(배급)감독강제규출연문채원 (연희 역), 손숙 (연희(老) 역), 고수 (민우 역), 유호정 (사라 역) 출연 줄거리 :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가면서도 오직 한 남자만을 기다리는 여자, 연희
그녀가 애타게 기다리는 연인, 민우
올 겨울, 만날 수 없어 더욱 애절한 기다림이 온다! 연희는 오늘도 연인인 민우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어느 날, 연희를 찾아온 사람들은 내일 평양으로 출발할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말을 전한다. 그가 살아있다고. 연희는 왜 그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떨리는 마음으로 평양 행 버스에 오르는데…
1. 26분 짜리 영화. 거친 강제규가 만들었다고는 전혀 짐작되지 않는 영화. 얼핏 '신파'라고 비판 받을 수 있는 영화. 그러나 '신파적인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난 이 영화를 깊숙하게 봤다. 이 영화는 이산가족에 대한 얘기다. 영화의 주 배경은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 깊숙하게 봤던 이유는 영화의 테마, 줄거리보다 오히려 영화 내부의 소소한 배치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가령, 주인공이 쓸어내는 골목길이, 내가 몇 백 번은 오르락내리락 했을 길이어서 좋다. 주인공이 입고 다니는 옷이, 소담해서 꼬옥 안기는 듯한 기분을 주어 좋다. 주인공의 나이를, 생물학적 연령보다 '진짜 나이'로 해설해서 좋다. 엔딩 크레딧의 서두가, 큰 글씨로 적힌 戀慕라서 좋다. 영화의 구성이, 단순한 사실의 조각보다 깊숙한 본질의 흐름인 것이 좋다. 이런 거. 2. 누군가 이산가족 문제가 왜 중요한지 물어본다면, 그리고 내가 대답할 시간이 30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알량한 지식과 엷게 퍼져 있는 다양한 정책적 관점, 그리고 멋들어진 말로 포장된 공허한 당위를 읊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 영화 한편을 보게 하고, 질문한 사람에게 5분 동안 눈을 감고 저 영화를 관류하는 '그리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효과적이라서? 아니. 진실이라서. 3. 사실과 진실은 때로 다르다. 사실은 조각이다. 편린이다. 파편이다. 그럴 경우가 많다. 진실은 몇 개의 퍼즐 조각이 빠져 있어도 전체로써, 본질로써, 거대한 종합으로 진하고 깊숙히 치고 들어온다. 그래서 때로, 영화가 현실보다 더 진짜일 때가 있다. 4. 나는 아주 오래전, 북한학 비스무리한 것과 잠깐 걸쳐 있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민족, 국가, 통일비용보단 통일이익, 각종 좋은 말 멋진 말들의 향연 앞에서 내 언어는 무력했고 지금도 무력하다. 나는 그런 말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소속될 수 없었다. 나는 통일을 '대박과 쪽박' 스펙트럼에서 보는 그 본질을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언어와 사유는 내게 맞닿지 않는다. 적어도 내겐. 나는 '대박&쪽박론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통일을 실제적으로 준비/기대/부담하지 않은 지금도, 한국의 많은 이들은 지옥을 겪는다. 경쟁의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경쟁이 낳은 후과다. 대가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후과다. 구조와 내면의 지옥이 절묘하게 교차해서 신음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 그런 그들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통일비용'은 또다른 족쇄일 것이고 '통일기대효과'는 또다른 로또일 것이다. 5.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는 '대박&쪽박 통일'과는 다르다. 나는 통일은 안 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편하게 단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산가족 문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이것은 바로, 그리움 이기 때문이다. 6. 이산가족 상봉은 통일부-남북적십자가 주관한다. 이때 먼저 선행하는 작업이 바로 '상봉 의사 여부 확인'이다. 그렇다. 1953년도에 종국적으로 '헤어진 사람'들 중 60년 동안 줄기차게 '그리운 사람'들만이 상봉 대상자가 된다. 애초에 '그리운 사람들만'이 이산가족 상봉이란 비극의 주연이 돼 있는 것. 고로 '기대와 우려'의 영역으로 수렴된 '정치경제적 통일 논의'와는 그 결이 다른 것이다. 7. 다른 건 몰라도, 만나고픈 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기대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을 만나보라. 그들에게 들어보라. 말로도 눈으로도 삶으로도 다 하지 못하는 토하듯 지쳐 나오는 그 신음, '보고 싶다'.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서로를 볼 수 없다. 8. 스스로 겪으며 만들어 낸 '분단'을 윗 세대는 해결하지 못했다. 분단은 단지 강대국들의 '조종'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당시 분열된 우리의 집단 의지도 작동했다. 하지만 '이별'은 그 누구도 원한 것이 아니다. '이별'은 그 누구도 바란 것이 아니다. 분단과 이별, 집단과 개인, 이것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단도 이별도 결정할 권한과 권력이 없던 사람들이고, 지금도 권한과 권력이 협량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성공한 월남민 정주영은 소 끌고 가서 고향도 가고, 자기 첫사랑도 만나고 할 거 다 했다. 분단과 이별에 삶이 찢기고 베인 사람들의 육신이 쇠잔하고 있다. 쇠잔한 육신으로 여전한 연모와 그리움을 품고 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의 찰나를 클로즈업 한 작품. 9. 누군가는 이 영화를 신파라고 얘기할 것이다. 감성과 신파, 울림과 신파를 구별하지 못한 둔하게 매정한 인간들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실제 이산가족의 이야기에 비하면 너무나 담담하고 담백하다. 그래서 더 아프다. 냉전을 관통해 오며 드러내지 못하고 눌렀을, '분단의 이야기' 때문에 꾹꾹끅끅 누르고 살아와야만 했던 '이별의 이야기'에 신파는 존재할 겨를이 없다. 둔한 것을 쿨한 것이라 착각하거나, 신파를 풍부한 감성으로 착각하는 것 모두 서글프게 안타까운 것. 10. 이산가족 상봉이 불발 될 때마다, 혹은 다른 많은 것들이 목전에서 무너질 때마다 나오는 말.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 영화의 고민을 달리 정의하자면 곧 "부득이하게"다. '부득이하게'와 어떻게 겨루어 나갈 것인가 하는. 개똥쌈싸먹는소리들이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는 지금, 먹어본 적 없는 숭어국이 댕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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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