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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사하나 읽어보자. 오늘자 한겨례 기사에서 발췌했으나 삭제와 첨언이 있음을 미리 밝힌다.
“시각장애인 1급인 2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양주시 지하철 1호선 덕정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오르려다가 선로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김씨는 다리 등이 골절돼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덕정역은 스크린도어 없이 안전펜스만 있었다. 김씨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안전조처가 미흡했다며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편, 김아무개씨는 과거 철도공사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100만원을 빌려줬다가 떼인 경험이 있었으며 평소 이름에 ‘철’자가 들어가는 사람과도 말도 섞지 않았다고 김씨의 측근은 전했다.”
이 기사에서 유추되는 사실은 다음 몇 가지다.
1.
김씨는 시각장애인이다
2.
김씨는 승강장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
3.
사고역에서는 스크린도어가 없었다
4.
철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5.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6.
김씨는 친구에서 100만원을 떼였다
7.
김씨 친구는 철도 공사에 다녔다.
8.
김씨는 돈떼인 친구에게 안 좋은 감정이 남아있다.
뉴스의 촛점은 스크린도어등이 설치되지 않은 철도 승강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철도공사가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 나아가 장애인등 특수경우에 철도공사의 책임은 일반인의 안전사고와 같은 수준으로 볼 것인가? 그 이상인가? 이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한편’ 뒤에 따라온 다른 사실 즉, 김씨는 평소 철도공사에 대해 좋지않은 감정을 가졌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부분이다. 단순히 내용만으로는 모두 사실의 범주안에 있고 뉴스 당사자인 김씨와 철도공사가 일정부분 관련이 있는 것도 틀림없지만 6,7,8번 사실 모두 촛점에서 빗나간 쓸모없는 가십에 불과하다. 그리고 보기에 따라서는 김씨의 손해배상청구에는 ‘감정적인 부분’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쓴이의 희미한 메시지가 오독의 여지를 품고 있기도 하다. 사실은 사실이되 뉴스의 촛점과는 관계가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한편’ 뒤에 따온 문장은 실제 기사에서 발췌된 것이 아니라 내가 지어붙인 것이다. 예시문의 졸렬함에 대해선 양해를 구하는 바이지만 이를 통해 내가 환기하려고 하는 주제는 일련의 사건이나 이슈를 대할 때, 사실을 취합하는 기자, 언론, 그리고 독자의 몫에 관한 것이다.
기자가 기사를 쓸 때 (혹은 독자가 기사를 읽을 때)오로지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위해 혹은 해석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누설되는 사실들이 있다. 이 경우 ‘사실’은 ‘사실’일지라도 기자가 지향하고 있는 보다 본질적 가치, 즉 객관적 판단의 근거 마련 이라는 뉴스의 가치를 떨어 뜨리게 된다. 결국 뉴스의 공정함과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냐? 결론은 쉽고 간단하다.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 기본 이고 ‘가치있는 사실’만을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봉컴에 닥친 위기에 나는 촛점을 흐리는 가치없는 사실들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 하더라도)이 봉닷컴에 흘러넘치고 있음에 화가나고 안타까웠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봉합되는 바람에 건의를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지만). 그리고 실제 이런 가치없는 사실들은 ‘회원강퇴 후속조치’, ‘편집진의 사퇴’라는 중대 사안들을 회원/운영진/전 편집진 간의 논의 다운 논의로 풀 수도 없는 납량특집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덮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환영할순 없었더라도 일단 봉합된 의제와 문제들을 다시 들추어 내겠다는 의도로 이 글을 쓰지는 않는다. 다만 봉닷컴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건전한 시민언론을 만드는 일 이기에 우리가 다뤄야 할 ‘사실’에는 취할 사실과 버릴 사실이 있다는 것, 또 기자가 필요로 하는 ‘가치있는 사실’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환기하는 의미라도 갖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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