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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며칠 동안 모디아노 눈꼽만큼이나 비가 많이 왔다.
그래도 웬일인지 마을 저수지엔 물이 고이질 않는다.
그냥저냥 항상 하던 짧은 생각인지 아니면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들을 기억해 낸 건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 가슴 속 저수지가 말라 버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 즈음 오히려 내 머릿속이 더 의심스러워지기 조차 했다.
이런저런 투정들까지 차곡차곡 몰켜 놓으며 바닷가 술집을 늘 생각해 놓고 있었다. 배딱지는 투명하고 어떤 소설의 등딱지 만큼 색깔을 띈 영일만 멍게일랑 술집 천장에나 매달려 있음직 하면 더 좋지 않나.
그 소설 속에나 나옴직한 장례식 계단 끝에서 마주 할 시간인데, 오늘 새벽은 그 새벽이 아니다.
죽음의 바닥을 열어 제껴 보아도 이 세상은 여전히 굳게 닫겨져 있다는 것이 우리 하루살이들의 더 큰 슬픔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안개속을 걸어 가노라면 한 사내도 만날 것이고 이런 말도 걸었겠지.
안녕?
어디에 있건
어디를 가건, 세상의 망념들 다 내려 놓길
훨훨 훯훨 아주 훨훨 가시길 바란다.
그리고
쁘루스뜨와 모디아노와 봉추와 피안과
술 한 잔 하고프던
이 망상도 함께 가져 가시게나.
잘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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