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고졸출신으로 은행/공기업을 퇴직하고 이제는 쉬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이 프로그램을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그런데, 영 마음이 씁쓰름하고 헷갈립니다.
지금은 예전 30여년 전의 고졸출신들과는 달리 사회구조 자체가 상전벽해로 변했기에, 현실적으로 고졸출신이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거 뭐, 몇 명 뽑아주면서 자라나는 아이들 일회성으로 엿먹이는건 아닌지 밥이나 먹고 사는 사회저변층으로 주저앉으라는 얘기인지 좀 그러네요.
방송 중에 모은행 여지점장이 소개되던데 그분 이름하고 얼굴을 보며 깜짝 놀랬습니다. 77년~78년 모은행 구로동지점에서 같이 근무한 동료인데 이분, 제 기억으로는 당시에 최고로 쳐주던 서울여상 출신입니다. 지금 50대 중반을 넘었으니 이 분을 모델로 하면 안되는데 ...
그 시절 지나고 왠만하면 대학가던 시절인 80년대후반~90년대 중반의 고졸출신으로서 지금은 자리잡은 분을 모델로 하였으면 모를까... 그래야 보다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30여년 전에는 고졸출신이래도 지금에 비하면 크게 불이익을 받지않았어요.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학력을 요구하기에 야간대학과 방송대를 다니는등 나름 학력보강들을 했지요. 이건 뭐, 당연한 자기계발이구요 ...
이런 말 하기는 그렇긴하지만 당시 은행/공기업의 경우 시원찮은 대졸보다 머리좋고 숙련된 고졸출신이 훨 일을 잘했습니다. 스스로 하기 따라 장래도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자부심도 있었구요.
은행/공기업의 경우, 그 당시 전국 각 지역의 유명상고/공고 출신들 정말 머리 좋았습니다. 직장 내 숫적으로도 대졸보다 지지 않았구요. 사내 실력도 물론입니다. 그 때는 사회 자체가 그런 분위기였어요. 그리고는, 그후로 격변의 세월을 견뎌오면서 세상이 얼마나 변해버렸는데 ...
이 당시 고졸출신들은 물론 부서도 상대적으로 별로 안좋은 곳으로 배치받고 그랬지요. 예를 들어, 대졸출신 여행원의 경우는 보통계나 제예금계에서 몇 개월 일하면 바로 외환계 등등으로 부서배치를 했습니다. 수출입업무를 담당하려면 외국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유로요. 이렇게 부서배치에서 불이익은 있었으나 개인의 자기계발로 어느 정도 불이익은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일전에 글 올린 바 있지만 30여년 전 이전의 고졸출신들은 속된 말로 머리는 좋고 대학갈 상황은 못되어서 상고/공고를 가신 분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도 그다지 꿇리지도 않았어요. 상대적으로 대접은 못받았지만요. 뭐, 이거야 비싼 등록금 내면서 4년 공부했으니 당연하다 생각하고 감수했지요. 그래서 심지어 비행기 타고 야간대학 다닌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훌륭한 일꾼으로 성장한 분들이 한두분이 아닙니다.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구조 자체가 이런게 아닌데 ... 외국처럼 기능인이 교수보다 돈도 더 받고 밥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그런 사회라면 모를까 ...
대학을 나온 분들이 대학갈 필요없다는 거보다는 대학을 안나온 분들이 대학안가도 먹고살기 괜찮다는 사회가 되어야 진카 <고졸의 부활>시대 아닐까요?
사회 자체가 고졸을 필요로 하는 사회로 재편되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 이럴려면 이거 한두명 상징적으로 뽑아서 될 일은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학력인플레가 심한건 또 사실이고 ... 거품은 좀 빼긴 빼야는데 ... 에혀~ 어렵네요 ㅎㅎ~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