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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prologue)
사진을 찍다보면 무수히 많은 구도가 잡혀 옵니다. 무한대입니다. 이렇듯 마음 먹은 피사체를 향해 앵글을 맞추더라도 각도와 여백조절 등에 따라 무한대가 나오는데, 하물며 만물을 향한 앵글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요. 구도뿐입니까. 여기에 빛 조절 및 사진가의 다양한 전문분야까지 합하면, 자그마한 사각의 사진기에서 조합되는 경우의 수와 이로 인해 생산되는 결과물은 실로 다양하기 그지 없습니다.
세상을 보는 앵글(여기서는 논외입니다) 및 종교적인 앵글 또한 동일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종교 중에 기독교만으로 범위를 좁히겠습니다.
사진이 인물화/풍경화/스포츠 전문/행사 전문 등등으로 분류되고, 다시 풍경화는 야생화/접사진 등으로 세분화되듯이, 기독교 역시 같은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출발해, 그간 수많은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에, 각각의 시대적 상황(앵글)이 요구했던 나름의 색채와 분야 및 생각이 반영되어, 각자 다른 카테고리로 세분화되고 전통화된 끝에, 현재의 각 갈래로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라는 피사체도 사진의 분야처럼 다분화되어 있고, 하나님이라는 일반적이고도 본질적인 피사체마저도 사진가(일반사람들 또는 기독교인들)의 앵글의 각도와 분야/갈래에 따라 달리 선택되고, 받들어지고, 해석된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하나님인데도 왜 이리 생각들이 다르고 분파가 많냐며 의아해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 저와 함께 사진여행을 ...
여러분의 손에도, 저의 손에도 똑같은 사진기가 들려 있습니다. 빛 조절이니 모니 온갖 것 제쳐두고, 단순히, 같은 방향에서, 같은 피사체를 향해, 같이 셔터를 누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결과물은 동일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명합니다. 약간의 손떨림에도 구도는 달라지니까요. 이 말은 곧, 저는 여러분의 앵글구도를 이해해 드려야 하고, 여러분 역시 저의 앵글구도를 이해해 주셔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적 배려이고 관용이며 소통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견지를 바탕으로, 이제부터 저의 앵글 성향을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려합니다. 제가 어떤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진에 저의 온전한 가치를 몰입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여기에서 피사체는 넓게는 사회를 말함이고, 좁게는 (이 글에서 만큼은) 종교 중에 기독교를 지칭합니다. 저는 인물화/풍경화를 좋아합니다. 풍경화의 접사촬영에 대하여는 거의 미칠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 사진을 좋아할 수 있잖아요? 바로 이겁니다. 서로 다릅니다. 분야도 다르고 ... 분야가 같다 하더라도 구도가 다르고 ...
하지만 저는, 분야와 구도를 불문하고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진으로서의 미적 가치, 이 결과물에 대한 평가만은 어느 정도 동질의 인식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세하지만 약간의 개인차들을 제거한 보편이고 일반이 아닐까 싶네요. 이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이성이라는 것, 요넘 덕분이 아닐런지 ... 삼각형 내각의 합이 결코 180도가 아니지만, 180도로 간주하면서, 이를 근거로 파생적인 사유를 하는 기하학적 사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그 무엇, 이게 바로 사람에게만 주어진 이성이라는데 ...註) 이부분에 대하여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저의 앵글구도가 맞든 틀리든, 이러한 이성적 추론에 의존하여 여러분과 함께 잠시나마 부담없이 사진여행을 해보고자 합니다.
註) 김용옥,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통나무, 1988) p.285
여행의 편의를 위하여 기독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독교의 경전은 성서입니다. 다들 성경이라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성서가 맞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여기에도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인터넷 찾아보면 장난아닙니다. 그런데 바이블이라는 말 자체가 단순히 '책'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타 종교의 경전과 달리 기독교의 성서에는 불미스런 일들인 불륜과 순결에서부터 철학/시가/산문/축복/예언/기도/설교 등이 수없이 기록되어 있습니다.(여기에 성서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엄숙한 의미의 성경이라는 말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그냥 책이라는 의미의 성서라는 말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혹간에는 이것을 구교(천주교)에서 쓰는 말이라고 아주 심하게 배척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거 아주 잘못된 겁니다.
註) 그 이름이 성서(Holy Bible)이기 때문에 독자가 이것을 다른 것과 구별된 거룩한 내용만 실려 있으리라는 전제를 가지고 읽어 나가다가는 크게 실망할 것이다. (중략) 그러나 성서라는 '성'(聖)은 후에 번역할 때 붙인 것이고 그것은 원래 단순히 '책'이라고 되어 있다. 이 책에는 소위 성(聖), 속(俗)의 영역이 구별되어 있지 않다.
- 안병무(당시 한신대 교수), <역사와 증언> (대한기독교서회, 1982) p.17-18
성서는 예수님이 태어나기 전후를 기준으로 하여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로 나눕니다. 구약성서 39권은 하나님을 기록한 책이고, 신약성서 27권은 예수님을 기록한 책입니다. 즉, 구약시대는 성부(聖父) 하나님의 시대이고, 신약시대는 성자(聖子) 예수님의 시대였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처형으로 죽으시고 부활승천하신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영이 작동하는 시대라 하여 성령(聖靈)의 시대라고 합니다.
시대별로 명칭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삼위일체 하나님'이라고도 부릅니다. 즉, 보는 각도(앵글)만 다르지 피사체 자체는 하나라는 뜻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은 똑같은 하나님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교리상으로는 구약시대의 신이신 야훼 하나님이 신약시대에 인간 예수님으로 오셨다는 뜻입니다. 즉, 신의 인격화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탄생을 '성육신(成肉身)사건'이라고도 합니다. 말씀드렸듯 예수님 부활승천 이후에는 영의 시대구요. 그래서 지금은 바로 성령의 시대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크리스챤들이 성부와 성자보다는 다들 성령, 성령하고 이구동성으로 노래를 하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세례(영세)를 받을(주실) 때에도 목사님과 신부님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영세)를 주노라' 하는거구요. 이제 이해가시지요? ^^ 걍 상식으로만 알아주셔도 ... 감지덕지 ㅋ~
참고로, 이스라엘의 유대교는 구약만 인정합니다. 예수님을 기록한 신약을 부정하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기독교는 당초 한 몸이었고, 지금도 한 몸입니다.
기독교는 당초에 한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6세기에 일어난 종교개혁 이후 카톨릭에 저항한다는 의미의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는 신교가 태동합니다. 이에 대하는 호칭으로 당초의 기독교인 천주교(카톨릭)을 구교(舊敎)라고 칭합니다. 신교(新敎)는 그후 장로교/감리교/침례교 등등으로 세분화되었습니다. 말씀드렸듯, 다들 역사적 상황 속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분파로 규정하여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감리교는 당시 영국의 침체된 교회를 되살리고자 요한 웨슬레 목사님이 창시했습니다. 해서, 부흥적 색채가 아주 강합니다. 반면에, 장로교는 경건을 기본적인 색채로 하고 있지요.
참고로, 신교의 크리스찬 중에 구교인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사람이 더러 있고, 심지어는 마리아교니 뭐니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거 아주 크게 잘못하는겁니다. 따지고 보면, 이게 뭐 어디 일반신자의 잘못이겠습니까. 그리 가르치는 소위 몰상식한 목회자들의 잘못이지요. 무식한 놈들 ... 이런 넘들이 목회자라고 설쳐대니 이 나라가 이꼴이지요. 구교나 신교나 앵글의 각도만 다르지 여전히 한 몸입니다.
이제는 신교를 중심으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신교는 교회의 정치형태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화정치/감독정치/회중정치로 나눕니다. 이중 장로교의 정치형태에 대하여만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로정치는 공화정치(대의정치)입니다. 장로교는 장로들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장로와 '다스리는' 장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회자(목사)도 장로입니다. 가르치는 장로이지요. 다스리는 장로는 소위 목회자를 제외한 일반신도들에 의해 선출된 치리장로들입니다. 장로교는 이렇듯 장로를 중심으로 교회가 유지발전되어 가는 정치형태입니다. 종교개혁 차원에서는 16세기 정통종교개혁을 크게 루터파와 칼빈파로 나누었을 때, 장로교는 칼빈파의 지도와 전통을 보다 더 계승하는 칼빈파의 한 교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註) 다른 정치형태에 대하여는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걍 간략하게만 소개드리면 감독정치는 감리교/회중정치는 성결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물론 각 교파마다 당연히 장로님들은 계십니다. 하지만 정치형태에 따라 그 역할과 무게중심이 약간씩 다르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註) 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통합연구위원회, <장로교란 무엇인가> (기장출판사, 1998) p.10
이번에는 앵글의 각도를 달리해 보겠습니다.
(교파와 달리 진보/보수라는 앵글로 맞춰보겠습니다.)
구교/신교와 장로정치/감독정치/회중정치의 각 분화된 정치형태와 교파를 막론하고 진보와 보수라는 또 다른 갈레로 앵글의 각도를 맞춰보겠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대표적인 진보그룹이구요. 신교에서는 정치적 참여와는 별도로 성서해석의 기준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합니다. 즉, 보수에서는 성서가 하나님의 영으로 기록되었기에 일점일획도 무오하다는 성서무오설/축자영감설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한국 기독교계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와는 달리, 진보에서는 성서가 아무리 영적 기록이라 할지라도 사람인 성서기자를 도구로 하여 기록했으므로 여기에서 각 기자의 인적성분을 제거함은 물론 당시의 시대적 언어와 사회적 상황 등을 감안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축자영감설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속하는 교파 또는 그룹은 극히 드뭅니다.
이로 인해 장로교의 경우 예장/기장으로 분파가 갈렸는데 이것이 바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에서 분리해 출발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입니다. 기장이 생겨난 근본적인 원인은 소위 고등비판(말씀드린 성서의 역사과학적 연구방법)에 있습니다. 이 고등비판으로 인해 기장은 이단취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성서의 고등비판은 누구에게나 일반화되어있는 연구방법입니다.
참으로 슬프고 우스운 현상입니다. 요즘 들어,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수모를 당하는 경우와 어찌 이리 같은지 ... 특별한 인연으로 기장교회를 섬겨온 저로서는 어쩌면 이리 역사는 수레바퀴가 같은가 하는 점입니다. 기장의 태동과 수모와 굴욕, 그리고 이제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교단으로 탄탄히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서 한없는 자부감 내지는 동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민참여당도 머지않아 그리 되리라는 확신 ...
진보의 선봉장,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와 한신대 신학과 출신들
1953년 이전까지는 하나의 장로교였던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에서, 당시 진보적 성서연구 방법인 고등비판을 가르치는 김재준 목사와 조선신학교(현, 한신대학) ... 이를 지지하는 모든 교회, 목사와 신도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는 출교처분을 내립니다.
1953년, 이렇게 출발한 교단이 바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입니다. 기장은 출발하면서부터 한국사회의 각 모순을 등에 안고 이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러다 보니 교회의 외적 성장이나 양적 성장은 자연 멀리하게 되어 현재 교세는 아주 미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반인 가운데 기장교회를 아는 분은 아마 드물 것입니다. 교인 중에도 기장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진보를 선도해온 역사적 인물을 말씀드리면 금방 알아먹습니다. 말 나온 김에 한번 열거해 보죠.
/장공 김재준(기장. 한국신학대학 설립. 3선개헌 반대투쟁 선봉)
/늦봄 문익환/장준하/도올 김용옥/문동환/강원룡(경동교회. 크리스찬아카데미)
/홍근수(향린교회)/박형규(제일교회)/안병무(민중신학자. 향린교회 창립. 한신대학교 교수,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역임)/서남동(민중신학자. 한신대 교수 역임)/이해동(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 역임)/강희남(조국통일 범국민통일연합 초대의장)/김상근(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이해학(6월항쟁계승사업회)/윤형규(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위원장 *개인적으로 은사님이십니다.) 등등 ...
기장과 한신대는 일반국민들도 아시는 기라성같은 진보적이고 자유적인 국민적 지도자들을 배출해냈습니다. 기장교회와 한신대 출신들의 역할은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사회운동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44년전 한국신학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셨고, 1년을 수학한 후 신학을 위해서는 철학공부가 필요하다 판단하시고, 고려대 철학과를 입학했습니다.
물론, 감리교와 성결교 등 타 교단에도 진보목회자와 세력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감리교에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단자체가 진보적인 교단은 기장이 거의 유일합니다. 여타 교단에서는 보수내 마이너리티로서만 진보그룹이 존재하구요. 아참, 국민참여당 초대 대표를 지내신 이재정 신부님은 성공회 소속 사제이십니다. 성공회는 개신교로 분류되는데요. 기장에 버금가는 아주 진보적인 교단입니다. 요즘에는 기장보다 성공회가 더 진보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기장이 그만큼 보수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도입부분이 너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운동이 있어야겠기에 ㅎㅎ~~ 양해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저의 개인 얘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렸듯 저의 집안은 기독교 신앙이 아닙니다. 어쩌다가 저만 기독교에 입문하게 되었는데요. 그것도 아주 나중에 우연하고도 특별한 계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너무 길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기독교에 비판적이신 분이실지라도 조금만 인내하시면서 읽어주십사 정중히 부탁을 드립니다. 한편으로는 비판을 하시더라도 제반 상황을 참작하시고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여 이 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가 사회에 폐악을 끼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무턱대고 옹호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잘못을 많이 해왔고, 현재도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아주 많으니까요. 다만,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개인의 신앙영역과 기독교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구분해서 비판해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악영향에 대해서는 기독교라 해서 절대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분석되어지고 더 비판받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사회의 구성세력 내지는 구성원으로서도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잖아도 요즘 제2의 종교개혁을 주창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독교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냉정한 비판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한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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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잔~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