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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요. 장애인의 안내견 동승에 대한 지하철 내 소동을 보면서 정말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안내견을 두고도 이럴 정도이니 반려동물이야 말해 모하겠습니까.
저는 애완동물이니 반려동물이니 등등에 대하여는 그다지 관심없이 살아왔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워낙 개가 많은 동네에서 살아온 탓에 약간은 질린 면도 없지않았다 여겨지네요.
몇 년 전에 큰 아이가 결혼 후 외국나가 살면서 무료함을 달래려했음인지 미국산 어린 고양이를 분양받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이름은 '오즈'라고 합니다. 그런데, 딸래미가 시도 때도 없이 전화/인터넷/이메일로 이넘 이야기만 떠들어대는거 있죠. 저는 그때마다, 딱히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별로 반갑지도 않은 일개 고양이에 대한 호들갑이 도저히 이해가 안갔어요. 오바가 좀 심하구나 생각하면서도 그저 외국사는 외로움에 대한 소동이고 너스레려니 삐긋이 웃어 넘기곤 했습니다. 실제 어느 정도였냐면요. 즈네 동생 결혼하는데 귀국해서는 그 일주일간 내내 동물보호소에 맡겨놓고온 오즈 걱정만 하는겁니다. 짜증날 정도로요. 둘째 아이도 이런 즈네 언니의 모습을 약간은 섭해하더라구요 ㅎㅎ~
최근에 귀국해서 덕양구에 조그만 아파트를 마련하고는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요즘에 입주 전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간혹 저를 부르는겁니다. 오즈때문에요. 이유는 남자들이 실내에서 공사하는데 여자 혼자서 문 닫고 있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열어 놓으면 오즈란 넘이 밖으로 나간다는거예요. 그러니 아빠가 좀 와달라는거죠. 햐~ 돈다 돌아~~ 이거 내가 미챠요 ... 그래도, 뭐 어캅니까. 딸래미가 호출하는데 가야지요 ㅎㅎ~ 그래서 몇 번을 갔습니다. 가봐야 뭐 할 일은 엄꼬 ... 심심하니 ... 슬슬 이넘과 장난도 치고 놀아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웃기는건, 집에 와 딸래미하고 통화할 때면 저도 모르게 오즈 안부를 묻고 있는거 있죠 ㅋㅋ~~~ 그 사이 은근슬쩍 이 넘과 정이 들어버렸네요. 참내 ...
바로 며칠 전입니다. 그날도 화장실 공사가 있다고 해서 호출을 하더라구요. 집에 도착하니 드르륵하는 굉음이 들리고 ... 딸래미는 쇼파에서 가슴에 꼬옥 오즈를 껴안고 양귀를 손으로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사람은 가지고 있지 않은 동물만의 예민한 청각기관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생길까봐 나름 조치 중이었어요. 굉음이 끝날 때는 귀를 풀어주고 ... 그러면서 수다를 떨어댑니다.
아빠, 세상에 있지. 사람이 어쩜 그럴 수가 있어?
뭘?
있잖아, 복도에 고양이가 혼자 돌아다녀서 누가 관리실에 신고를 했대요. 그런데 관리실 아저씨가 고양이를 잡아서 훽 잡아던지더래. 8층인가 9층인가에서 ...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가서는 집게로 이리저리 뒤집어보더니는, 글쎄 아직 숨도 안멎었는데, 그걸 집어서 음식물 수거함에 던져버리더라는거야 ...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했습니다. 그 광경이 그림처럼 스쳤기때문이죠.
끔찍하다 ... 어쩌면 사람이 그럴 수가 ...
나도 모르게 눈쌀을 찌프리고 멍하게 있자니,
딸래미가 오즈를 꼬옥 껴안고 눈물을 그렁거리며 혼잣말로 중얼댑니다.
나중에 주인아줌마 ... 그걸 알고, 실신했대나봐 ...
그 아줌마한테는 가족이었는데 ...
마치 오즈가 그런 일이라도 당할까봐 더욱 더 꼬옥 껴안아주면서 ...
공사가 끝나고, 저녁을 얻어먹고 있는동안 ... 오즈란 넘이 슬슬 졸기 시작하더군요. 천연스런 그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딸래미랑 전화하는 과정에 오즈의 안부를 물었어요. 했더니, 계속 잠을 잔다더라구요. 그젠가 전화했더니 그후 이틀간인가 한없이 잠만 자더랍니다. 아마 굉음에 과도한 긴장을 했었나봐요.
그 대상이 사람은 아니라도 뭐든 정들면 이리되나 봅니다. 하기야 생명없는 물건이래도 정들면 버리기 어려운건데 ... 물건/사람/절대자 ... 그 대상이 어떻든 ...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내 모든 것은 같은 차원이 아닐런지요 ... 물론 내가 소중히 여긴다고 하여 다른 사람이 같은 기준에서 생각해 주는 것은 아니니, 지켜야 할 기본적인 룰은 사회적 질서라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지켜야겠지요만 ... 예를 들어, 그 아주머니의 경우 보다 철저히 보호관리를 했어야 하는 ...
어떻든, 지금도 이름 모를 아줌마와 그 고양이가 눈에 밟히네요.
보통의 사람들과 반려동물도 이럴진대, 그 장애인과 안내견의 관계는 어느 정도일까요. 상상이 갑니다. 반려차원은 기본이려니와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데 ... 그 장애인이 받았을 마음속 깊은 상처는 또 누가 치유해 줄 수 있을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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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