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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연재)[사람을 기억하다]2.김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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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 날짜 : 2011-09-19 (월) 01:11 조회 : 3736 추천 : 17 비추천 : 0

토리 기자 (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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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람이 가장 무서울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난 '심심할때'라고 대답한다.

90년대초. 울릉도안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하는 북면이라는
외진곳에서 군 복무를 시작할때였다.

내가 배정받은 초소엔 전역을 두어달 앞둔 김모병장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김모수경 되겠다. 전경은 병장을 수경이라 부른다)

소대장과 같은 기간요원 없이 9명의 분대원끼리만 생활하는 초소에서
병장은 초소라는 작은 왕국의 절대적인 '왕'이기 마련이다.

적막한 바다만을 앞에 둔 그 작은 왕국의 왕은 상상을 초월할 '심심함'이라는
벽에 놓이게 된다.

그는 그 안에서 자기만의 놀이를 찾아가게 된다.

하루는 경계근무를 서있는 나에게 너무도 심심한 표정의 김병장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연필통.
그 안엔 각양각색 볼펜류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는 나의 손가락 사이에 볼펜한자루를 끼워놓고는..
힘껏 누른다.
외마디 비명을 군기로 간신히 참아낼때면..
다른 볼펜이 끼워진다.

둥근펜.
육각펜.
굵은펜.
가는펜.

하나하나 나의 손가락에 끼워질때마다. 그는 호기심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연필통의 볼펜들이 다 비워지자..
그가 내게 묻는다.
"어떤게 제일 아파?"
그는 정말 그게 궁금했을뿐이다.

김병장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가장 큰 놀이감은 강아지 였다.
하늘 높이 강아지를 던진다.
땅에 떨어지면 찢어질듯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잠시 도망가던 강아지는
다시 벽에 던져진다.

나를 향해 강아지를 던지는 김병장. 의아해하는 나에게..
내 어깨에 걸린 총을 가리키며 야구배트를 쥐는 모션을 취한다.
차마 할수없었던 나는 얼차례를 받고..

강아지는 마지막 코스로 바다에 던져진다.
저 멀리 바다에 떨어진 강아지는 있는 힘을 다해 육지로 기어오른다.
그러나 이내 바로 다시 바다로 던져진다.
그러기를 수 차례..
탈진한 강아지가 미동도 없을때면, 김병장은 군화발을 강아지의 가슴에대고
인공호흡이랍시고 눌러댄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여느날처럼 한차례 이리저리 던져진 강아지가..
바다로 던져졌다.

풍덩. 잠시 후 물밖으로 고개를 내민 강아지의 그때 그 슬픈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수없이 단련되어 헤엄에 일가견이 있던 그 강아지는
그날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헤엄을 치려는 시도조차 않고 가만히 물로 가라앉던 강아지.

정말로 스스로 삶을 놓아버린건지.
헤엄칠 힘이 없었던건진 정확히 알순 없었다..

그날 이후 김병장은 놀이감 하나를 잃었고..
난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어떤 믿음 하나를 잃었다.

제대를 하루 앞둔 김병장에게 물어봤었다.
왜 그렇게 못살게 굴었냐구..
그의 대답은 그냥"심심해서"였다.
.
.
.
.

길을 가다... 그날의 강아지처럼 슬픈 눈동자의 강아지를 볼때가 있다.
그럴때면 그 '심심했던' 김병장이 생각난다.

내 기억저장장치속 그의 코드명. 강아지.

가끔 만나는 군대 동기들에게 그의 소식을 듣곤 한다.
그가 지금은 심심하지 않길 빈다.

글쓴이 :

토리 날짜 : 2011-09-19 (월) 01:11 조회 : 3736 추천 : 17 비추천 : 0

[1/9]

고지야

2011-09-19 (월) 02:20

너무 무섭다...

추천 0 반대 0

[3/9]

냉이아빠

2011-09-19 (월) 03:55

그 분 지금 잘 살고 있으려나

추천 0 반대 0

[4/9]

졸라늬우스

2011-09-19 (월) 05:58

싸이코 패스

추천 0 반대 0

[5/9]

시종여일

2011-09-19 (월) 07:49

맹박이도 심심한 걸까?

추천 0 반대 0

[6/9]

다시라기

2011-09-19 (월) 09:27

우울하네
단지 심심해서
우~

추천 0 반대 0

[7/9]

아스라이

2011-09-19 (월) 11:33

추천 0 반대 0

[8/9]

언제나마음만은

2011-09-19 (월) 14:40

추천 0 반대 0

[9/9]

나누미

2011-09-19 (월) 19:29

강아지의 명복을 빌며...

싸이코.

추천 0 반대 0

[10/9]

앤드

2011-09-20 (화) 22:39

싸이코패스(2)
심심하다고 다들 그러진않는다

추천 0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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