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가장 뽀대나게 피는 장면을 떠올리라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말보로를 피우는 제임스딘을 떠올릴것이다.
하지만..나는 도라지 담배를 피우시던 유현목감독님이 생각난다..
한국영화사의 걸작인 <오발탄>을 비롯하여<잉여인간>,<아낌없이 주련다>등43편의 작품을 연출하신 유현목 감독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하나.
감독님은 한국애니메이션의 레전드<로보트 태권브이>의 제작자이시기도 하다.
1999년 여름. 제주도에 있는 유현목 감독님의 작은 감귤농장에서 일주일정도를 지낸적이 있다.
밤마다 술자리에서 들려주신던 1960년대 충무로의 낭만들은 지금도 잊지못할 판타지로 내게 남아있다.
이름만으로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60년대 여배우들과의 로맨스들.. 그중 감독님의 작업노하우 하나 소개한다. 어찌어찌하여 여배우와 한방을 쓰게되실때... 감독님과 여배우 사이에 떡하니 성경책을 하나 놓으신다고 한다. '절대 이 선을 넘어오지 말라' 고 근엄한 얼굴로 여배우에게 말하고 잠이 드신단다.. 그러면 열에 열은 그 성경책을 넘어왔다더라는...
술이 거하게 취하실때면, 멋드러진 목소리로 가곡 하나 불러주신다. 제주도의 밤, 예술로 인생을 관통한 백발의 거장이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 그리고 노랫자락..
새벽녁에나 잠이 들면 얼마지나지 않아, 방밖 아궁이 근처에서 달그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난다. 부시시 방문을 열면 아침준비를 하시는 감독님.. '왜 벌써 일어나 그냥 자지' 하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신다.
어찌 그냥 자겠나.. 감독님 아침상을 차려드리고 같이 밥을 먹는다.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하여 밤이면 다시 감독님과 함께 1960~70년대 충무로를 여행하곤 했다.
잠시도 입에서 떼지 않는 도라지 담배 연기 너머로 백발의 선생님은 내게 일생을 한가지 열정으로 살아온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해 여름 가르쳐주셨다.
유현목감독님은 도라지 담배만을 피우시던 유명한 애연가셨다. 하루에 두세갑은 너끈히 피우시던.. 대학강의중에도 제자들에게 양해를 구하시고 담배를 피우시던 분이셨다
가끔 그해 여름의 기억을 떠올릴때면 어디선가 도라지(담배)향이 난다.
사람에 대한 기억은 때론 오감과 더불어 저장된다더라.. 그 사람을 만날때 유난히 맑았던 어느날 하늘의 느낌.. 그 사람과 먹었던 메밀 칼국수의 메밀향.. 그와 들었던 피아노 소리.. 그렇게 말이다.
연재의 주제는 더 두고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그냥 둘게.
내 추측인데 적어도 생활방용 연재는 아니게 될 것 같아.
출연자들의 명단이나, 그들의 활동에 관한 이야기들, 또 어떤 담소를 나누는지 어떤 추억이 있는지에 따라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여기에 연재 해라. 연재를 좀 더 지켜보고 나중에 혹시라도 게시판이동을 하게 되더라도 <뽕차감은 없도록> 조치하겠다.
토리/ 응 나도 왠지 출연자들의 리스트에 일관성이 없을거라 예상하고 있거든.
그리고 이야기의 핀 역시 토리 본인의 개인사에 맞춰져있을 것 같고.
적어도 생활방용 연재는 아닐거라고 했던 부분은 토리님이 이해하시게나.
부담갖지 말고 연재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도라지는 아직 파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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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