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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군대시절 이야기 4 문선대 공연
군대 생활하는 기간 햇수로 3년 동안 1년에 한번 씩 우리연대 연병장에서 육군 3군사령부 소속 문선대가 위문 공연을 했다. 그때면 우리 연대는 물론 인근 다른 사단의 소규모 부대원들도 우리 연대 연병장에 집합해서 함께 공연을 관람했었다. 군에서 첫 번째 공연은 자대 배치를 받은 지 2주 만인 10월 초에 있었는데 난 원래 공연 이런 것에 취미가 없고 당시 중대 막내로서 자대 적응기에 있었기에 문선대 공연은 그다지 흥미로운 사건이 아니었다.
문선대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서 진행되었는데 1부에서는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고 2부는 나이트클럽 밤무대 댄서들로 구성된 무희들의 화려한 율동을 겸한 무명가수들의 노래로 진행된다고 했다. 그래서 중대 고참 들은 어떻게 하면 무대와 가까운 위치에 포지션을 잡을지 여기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몇몇은 정 안되면 무단이탈하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무희들의 적나라한 몸매를 감상하고야 말겠다는 비상한 각오들을 하나 둘씩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중대장을 비롯한 선임하사 그리고 소대장은 절대로 무대 난입은 금지고 만일 어길시 영창 갈 각오를 하라는 엄포를 놓기도 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 부대원들은 일찍 저녁을 먹고 해질 무렵 연대 연병장에 배정 받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관람모드로 돌입했다.
1부 행사는 연예사병의 진행으로 만담 등이 곁들어진 개그가 펼쳐졌고 몇몇 가수들이 올라와서 노래를 불렀는데 누가 나왔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민들레 홀씨 되어”를 부른 가수 박미경이 출연한 것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수 박미경의 늘씬한 몸매에 대한 연예사병의 개그 아닌 개그가 기억난다. 가수 박미경이 3층 아파트라면 자신은 2층에 세들고 싶다고 횡설수설 하는데 박미경이 참 난감한 웃음을 짓고 급 마무리 된 썰렁한 장면외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신병의 고달픔을 온몸으로 느끼던 때라 나는 잠시 고참 들 등쌀에 벗어나 있던 시간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1부 행사가 끝나고 다들 고대하던 2부가 진행되기 전 막간의 타임에 다들 담배 일발 장전하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대열을 갖추고 연대 정훈장교의 훈시(어떤 일이 있어도 무대로 올라와서는 안 된다는 어길시 영창 간다는)를 듣고 2부의 막이 올라갔다. 그런데 난대 없이 올라온 사람은 진행하는 연예사병이 아니라 연대장이었다.
잠시 술렁이는 분위기였지만 감히 연대장이 단상에 위치해 있기에 곧 진정이 되었고 연대장은 아주 간략하게 아주 유감스럽지만 2부 행사는 담 기회에 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자대 복귀해서 3.25 목진지로 올빼미 군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유인 즉 인근 전방 사단에서 무장 탈영병이 우리 지역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대간첩 침투 시 발령되는 진돗개 2인가 암튼 비상이 걸렸다. 나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신병이라서 뭐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2부 행사를 며칠 전부터 고대하고 있었던 고참 들은 중대로 돌아가는 도중에 지지리도 재수 없는 운수를 한탄하고 있었다.
이렇게 첫 번째 문선대 공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는데 이후 제대할 때까지 불운은 계속 되었다. 두 번째 공연은 나의 첫 휴가 때 진행되었고 세 번째 공연은 우리중대만 특별히 탄약고 경계근무를 나갔는데 하필 이때 있었다. 첫 번째 휴가 때는 가수 이선희씨가 출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예계 쪽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다지 애석하거나 억울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말년에는 은근히 김완선이 포함된 문선대 공연이 왔으면 하고 내심 기대했었던 적은 있었다.
당시 병사들 사이에서는 가수 섹시 여가수 김완선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투화 대령하면서 “ooo 병장님 제대 00일 남았습니다” 요렇게 보고하는 후임병을 거느린 김완선 매니아 병장들은 혹시라도 자신이 화장실에 간 사이, 아님 고참병 킬러 인사계 몰래 짱 박혀서 라면에 소주 한잔 하는 사이에 김완선이 티비에 나오는 불상사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한 김완선 티비 출연시 보고 체계를 갖추고 수시로 점검하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스타일은 비슷하지 싶다. 육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눈매의 가수가 인기가 높은 듯하다. 당시 가수 김완선은 요즘 시대로 치면 소녀시대 그 이상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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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