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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다 뭐가 잘 안 풀려 열이 뻗쳐서... 오늘 작업 확 덮어버렸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옛 친구 얘기 좀 할게.
그 친구 아버지가 장로셨고, 식구들은 신앙이 매우 깊었으며, 유머와 해학이 무지 풍부한 사람들이었다. 몇몇 친구들이 그 집에 자주 놀러 갔는데, 친구 누나는 우리를 보면 교회에 예쁜 여학생들 좀 있다고, 소개시켜 줄테니 교회에 나오라고 늘 꼬드기곤 했다. 나는 교회에는 안 갔지만 교회 고등부 학생들 야유회니 그런, 순전히 놀러가는 행사 때는 통기타 들고 따라가서 같이 어울려 놀곤 했다. 실제로 예쁜 여학생도 두엇 있었다. 그니들 지금쯤 어떤지 몰러...
고등학교 막 졸업했을 무렵에 그 친구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가보니 빈소가 차려져 있고, 영정 사진 앞에 향불이 켜져 있었다. 일단 고인 영정에 절을 두 번 하고 친구랑 영안실 바깥 마당으로 나왔다. 기독교인의 장례식에는 처음 가본 터라 빈소에 향불을 피워놓은 것이 당시 내 눈에는 좀 어색해 보였다. 해서 친구에게 물었다. “교인들은 장례식을 어떻게 해? 절차가 많이 달라?” 친구 대답이 이랬다. “응, 나도 잘 몰라, 이번에 아버지가 처음 돌아가셔서... 요 다음에 돌아가실 때는 자세히 얘기해 주께”
그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교회 목사님의 중매로 결혼을 했다. 결혼식 하고 2 주 쯤 뒤에 그 친구가 새색시를 데리고 아버지 산소에 가는 길이었는데, 친구의 삼촌 내외분이랑 내가 동행했다. 도중에 휴게소에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친구 삼촌이 친구더러 “새신랑인데, 무릎 괜찮나? 지금쯤 다 안 까졌나?” 하시면서 친구 무릎을 쓱 만져보았다. 나는 듣고 있기가 민망했다. 그래도 그 집안 분위기를 아는지라 민망한 내색을 하지 않고 혼자 빙긋이 웃기만 했다. 친구 와이프를 흘깃 보니 얼굴이 빨갛게 됐다. 조카며느리에게도 한 마디 하셨다. “자네는 무릎 괜찮나?” 옆에 있던 숙모는 암 것도 모르는 순진한 새댁한테 별 소리를 다 한다면서 키득키득 웃으셨다. 친구 와이프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을 몰랐다. 삼촌이 혼잣말처럼 한마디 더 하셨다. “원래 신혼 초에는 여기 저기 친척들 집에 인사하러 다니느라고 무릎이 성할 날이 없는 게야. 그럼. 그래야지”
잠시 후. 친구가 자기 색시 얼굴을 쓰윽 쳐다보았다. 새색시 입술 옆쪽 가장자리 부분이 좀 터져 있고 뽀루지 비슷한 것이 나있었다. 갓 결혼한 터라 여기저기 인사 다니느라고 무척 피곤한 것 같이 보였다. 친구가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저쪽 좀 떨어진 테이블에서 다 들릴 만큼 큰 소리로 한 마디 했다. “니도 많이 피곤하제?, 오늘은 하지 말고 그냥 자자”
다니던 현대전자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와서 이런저런 장사 한다고 하다가 좀 말아먹기도 하고 십년쯤 전에 갑자가 캐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그 뒤로 소식이 끊겼다. 그 무렵 내 일이 너무 힘들던 시절이어서 그 친구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는데, 두고두고 미안하고 그립다.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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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