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테마의 양대산맥 : ‘성공’ & '행복'
자기계발 테마의 양대산맥은 역시 ‘성공’과 ‘행복’이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어 하고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인생의 목적이자 자기계발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동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문제는 ‘성공’과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저마다 생각이 아주 다르다는 데 있다.
성공하면 행복해 진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행복과 성공은 무관한 것이라 말하는 이도 있다. 전자는 그래서 성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고 후자는 행복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을 열심히 찾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느 쪽인가?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던지는 화두이긴 하지만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성공관련 테마의 진화
성공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명쾌하다. 목적한 바를 이룸. 이 단순 명쾌한 정의를 있는 그대로 따르면 인생의 목적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성공여부와 의미는 아주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런데 유의어(성취, 입신, 달성)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단어가 ‘세상에서 떳떳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위를 확고하게 세움’이라는 의미의 ‘입신’이다. 이는 조금 더 세속적인 의미가 강화된‘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이름을 널리 알림’이라는 뜻의‘출세’와 ‘양명’으로 이어진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과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기회의 제한은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경쟁은 결과로 평가되고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이런 종류의 성공의 룰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인생의 선택지는 극단적으로 좁아지고 패자의 아픔을 감내하며 삶을 마감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저서 ‘불안’에서 속물근성과 능력주의가 우리 속으로 스며들면서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짓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높은 지위와 명성은 ‘부와 권력’으로 바꾸어 부르는게 더 실감난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부와 권력의 획득이 인생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유일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어느 덧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성공의 정의로 굳어져 버렸다.
사람들은 성공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탐구보다는 실용적인 접근법을 더 선호했고 '성공학' 또는 '처세술'에 귀를 기울였다. 이미 세상으로부터 성공적인 삶을 이루었다고 객관적(최소한 부와 명성의 측면에서)으로 인정받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직접 또는 제 3자에 의해 성공비결과 법칙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드라마틱하고 특별한 성공스토리에 열광하며 자신들의 삶에도 당장 써먹을 만한 노하우나 극적인 계기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종교인 등이 성공스토리의 단골주연으로 등장한 것은 부와 권력의 획득이라는 지배적인 성공의 정의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나 물질적 가치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의식이 심화될수록 신화적인 업적을 세운 기업 CEO들은 더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서 설명한 ‘자기관리(경영)’개념이 자기계발 분야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경제/경영 분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성공전략, 목표, 비전, 사명선언서, 리더십, 시간관리, 역량개발, 동기부여 등의 자기계발 키워드를 양산했다.
또 한편으로 많은 성공스토리에서 사람들은 ‘꿈’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를 발견했다. 지금까지도 이 단어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테마 중에 하나다. 자신을 둘러싼 남루한 현실이 점점 더 힘들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아득해져 가는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꿈이라는 키워드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미하게나마 희망과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꿈이라는 키워드를 들여다 보면 ‘이루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등의 다양한 의미들이 담겨 있다. 이 모든 의미들은 ‘열정’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와 연결된다. 열정이라는 에너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꿈의 힘은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성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로 받아 들여졌다. 단지 막연하고 추상적인 꿈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구체적이고 생생하며 측정 가능한 ‘비전’‘목표’‘사명선언서' 등의 경영학적 용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떤 용어를 사용하든지와 상관없이 생각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사람들이 깨닫게 된 것이다. 내 꿈은 뭐였지? 내가 꿈꾼 적이나 있었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지? 와 같은 근본적인 의구심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안정적인 삶에만 익숙해진 탓에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꿈에 대한 감각을 상당 부분 잃은 탓이다. 또 하나 그들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은 ‘진짜 꿈꾼다고 다 이루어지기나 할까?’‘나에게 그 꿈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하나라도 있을까?’와 같은 때 이른 걱정이자 두려움이다.
이런 의문은 스스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인간인가? 나는 어떤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인가? 나는 어떤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어떤 행위와 업적에 열정을 느끼는 인간인가? 이런 질문들에 그 대단해 보이던 성공스토리들은 충분히 답해주지 않았다. 내가 그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들은 조금씩 이 질문들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전하진 않지만 내면탐구의 가이드가 될 만한 기질 및 재능검사 도구를 제공하고 저마다의 행위나 심리에 대한 풍성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지식들을 꾸준하게 생산해냈다.
인간내면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기도 했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다른 사람들의 재능과 기질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발견되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더 나약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여기게 만들기도 했다. 이 심리적 틈바구니를 파고든 것이‘약점보완 중심사고’다.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의 부족을 자기만의 고유함과 상관없이 지식, 기술, 방법론 등으로 보완하려는 시도는 이에 호응하는 다양한 종류의 자기개발 컨텐츠와 프로그램 시장을 만들어 냈다. 약점보완만 충분히 해내면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그릇된 신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기획능력, 창의성개발, 효율성을 담보하는 다양한 관리기법, 화술, 발표력, 협상력, 재테크능력 등 부와 명성에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기술은 한도 끝도 없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눈을 팔 수는 없다. 흔들림 없는 능력개발을 성공의 열쇠로 여기는 이들에게 꿈은 어느새 이질적인 단어가 되고 ‘효율성’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이 된지 오래다. 원래 의도한 삶의 목적에 얼마나 근접한 결과를 냈는지 보다 얼마나 빨리 측정 가능한 목표에 도달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성공의 잣대가 돼버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