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하믄 엄니랑 목욕탕에 같이 간다.

어렸을 때는 엄니가 때를 다 밀어주셨다.
어찌나 힘이 센지 넘 아팠다.
나는 애 낳으면 절대로 이렇게 아프게 밀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아마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밀어주셨을꺼야..
난 그거 참 싫었다. 내 몸은 내가 밀고 싶었거덩.
나는 내 딸을 이렇게 오래 밀어주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나는 싸우나에 들어가는 거 넘 싫은데,
엄마는 온탕보다 싸우나탕이 덜 지친다구 강권하셨다.
마지못해서 인상쓰고 따라 들어가면서
'지치는건 내가 지치는 거구, 난 여기가 더 싫다는데
엄니는 왜 그렇게 강압적일까!!!
난 딸한테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그랬었다..^^;

요즈음..
날씬하고 뽀얗던 엄니 몸매가
이젠 할머니 몸매를 속일 수 없다..
단단하던 엄니 몸이 물컹 푹신하다..

싸우나탕에 내가 먼저 들어간다.
엄니가 흐뭇해하신다..^^

절대로 그럴꺼 같지 않던 엄니가 남에게 몸을 맡겨
때를 밀기도 하신다.

내 등을 밀어주실 때는...
손아귀 힘 좋던 엄니가 생각나서..
등이 하나도 안 아프네.. 싶어서
이젠 마음이 좀 아파진다...

엄니가 십년전 쯤만 해도 벌려 놓으신 일들,
이제는 주체하지 못하셔서
불안해하고 짜증내시는 걸 보면서,

몇달 전만 해도
엄니가 시작해놓고 왜 자식들에게 넘기시나.. 귀찮게시리..
그랬는데,

오늘은...
어느새 이렇게 여느 할머니처럼 되셨나..한다..
그렇게 대단하고 대담하셨던 엄니가..

엄마..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엄니가 나를 그렇게 하셨듯이,
내가 엄니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을
오래 오래 남겨주세요..

오래 오래 기다려주세요..
엄니 딸은 그만큼 사랑하기에는 아직도 어립니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