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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가 요 아래 글에서 찍어올린 저거슨 을숙도가 아니여.
전망대? 아놔. 에코센터? 조각공원? 마, 댓고.
흑산도가 아무래도 헛것을 봤다. 그거슨... 내가 알던 그 을숙도가 아니여.
예전, 그러니까, 80년대 초까지의 을숙도는 구글을 아무리 디비봐도 딱 맞는 것을 찾을 수가 없다. 칠백리 낙동강이 흘러 흘러 남해바다 초입 다대포, 가덕도 사이에서 만나는 드넓은 하구에 끝없이 갈대밭이 펼쳐져 있었다.
내가 팔 십 년대 초반까지 자주 갔던, 다대포 방향 남쪽 갈대밭 속의 약간 마른 땅에 있던 술집 얘기 하나 하께. 홀이래야 열 평이나 됐으까? 테이블은 여섯 개 정도, 유리창 바깥 쪽에 실외 테이블이 두 개. 기둥, 외벽, 지붕은 각목과 합판, 스레트로 얼기 설기 만든 것이었고, 내부 천장과 벽은 그야말로 갈대를 엮어서 만든 것이었다. 천장과 벽은 연기에 쩔어서 시커멓고, 바닥은 맨 흙인데 사람들에게 다져져서 빤질빤질 했다. 다행히도, 저녁 무렵에 서쪽으로 지는 해 그러니까 낙조와 까맣게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철새떼를 보라고 창은 이따맣게 큰 통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주방은 통조림 안주, 쥐포, 아주 간단한 부침개 뭐 그 정도를 장만할 수 있는 역시 맨 흙바닥 부엌이었다. 홀 안에는 피아노와 통기타, 마이크, 선반에는 LP 판... 뭐 그 정도가 있었다.
쥔장 내외는 당시에 40대 중반이나 됐을까? 아저씨는 시인이라 카던데, 시집은 고사하고 시를 쓴 기억도 까마득한, 술잔에 쏟아진 별이나 세고 있는, 말하자면 걍 술꾼이었다. 아주머니는 성악을 전공했댔다.
손님들은 모두 저 마실 술 저 먹을 안주거리를 주방에 가서 직접 가져다 먹고, 돈은 집에 갈 때 걸려있는 가격표대로 알아서 놓고 가는 그런 곳이었다. 드럼통을 옆으로 뉘어서 적당히 자르고 연통을 달아 장작용 난로로 사용했는데, 돼지 비계를 소금에 찍어 드럼통 난로에 척 걸쳐놓고 익혀 술안주로 먹는 것도 아주 그만이었다.
갈 때 마다 쥔장 아저씨는 늘 술을 마시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어쩌다 손님들과 죽이 맞으면 무대(?)로 나가서 한 곡씩 하곤 했다. 누구라도 통기타를 잡고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 처음 보는 옆테이블 손님들도 같이 부르고, 그러다가 결국 홀 안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합창이 되고, 그 중 누구 하나는 피아노로 같이 분위기를 돋우고 ... 머 그런 집이었다.
아주머니에게 아저씨는 무슨 사연이 있어 여기 이렇게 늘 술로 지내시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아주머니 말씀이, 시인이 시를 쓰지 못하니 옆에서 어찌 해줄 수도 없고,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 마냥 기다릴 밖에 없다고 ...
머, 그건 그렇다는 거고. 내 얘기는 여기서 부터다. 내 좋다고 따라댕기던 나 어린 츠자랑 거기서 소주를 둬 병 마시고 김민기 노래도 좀 흥얼거리다보면 알딸딸해진다. 어린 츠자도 몇 잔씩은 했다. 내가 그때는 어찌 그리도 말빨이 좋았던지 모르겠다. 지금도 불가사의하다. 머, 낙동강에서 오리 잡는 방법 하며 (이거는 시간 되면 본 글로 다시 쓸 것이다. 아조 쉬운 방법이 있다) ... 소주 병과 구운 쥐포를 가운데 두고 이런저런 머 그런...
그러다 아차. 테이블 밑으로 둘이 무릎이 딱 스친 것이다. 나는 그때만 해도 무르팍이 그 죤(zone) 인줄 미처 몰랐다. 어쭈구리? 이 어린 츠자가 모른 척 하고 태연하게 있네? 나도 모른 척 하고 또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들을 해쌓다가 또 우연히 무르팍이 맞닿고 말았다. 그러고 또 둘이 다 태연히 ... 급기야는 둘이 양쪽 무릎을 아예 맞댄 채로 넝청스레 모른 척 하면서 술도 마시고 쥐포도 뜯고 그랬다.
그러고는 깜깜한 밤에 갈대 숲속으로 나 있는, 한 십리나 되는 길을 걸어 하단 버스종점까지 갔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겠어 ? 머, 너무 나가지는 마라. 습지라 바닥에 눕거나 앉거나 그러지는 못 한다. 걍 그 나이 어린 츠자랑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 암튼 그날 그랬다는 정도로만 알아들어라. 너덜 상상하는 그런 일은 여기 안 나온다. 그건 머 그 다음 날부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 쭉 계속되는 거니까.
나중에 애도 하나 낳고, 몇 년이나 더 지나고 우연히 내가 물어봤다.
심 플 : 니 그때 을숙도 술집에서 무르팍 스친 거, 그 기억 나나 ?
와이프 : 잉, 이기 이래도 안 넘어오능가 보자, 하고 무릎을 슬 디밀어
본 거쥐 머. 그러고 났더니 일이 술술 잘 풀리데 ?
심 플 : ......
내 얘긴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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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알이 빨개지니.. 갈대까지 빨가케 보이는구낭.. 조켓당..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