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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사를 짓는 시골집으로 가자면 큰 재를 하나 넘어야 된다. 이 재를 넘기 전에 주유소가 하나 있는데, 오늘은 이 주유소 주인 부부의 사연을 소개한다.
쥔 아낙은 마흔 살 정도나 됐을까? 자그마한 체격에 착하고 얌전하면서도 곱상하게 생긴,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주유소 한 쪽에서 두세 달 전에 한 배에서 났음이 분명한 애기 진돗개 두 마리가 저들끼리 뒹굴고 깨물고 뒤 쫒고 해가면서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이 참 정겨워 보였다.
어느 날부터 주유소에 불이 꺼져 있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 뒤로 몇 달이나 불이 꺼져 있었다. 뭐 장사가 잘 안 돼 그만두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 어찌어찌 알게 된 사연이다.
* * *
어느 날 여자가 집을 나갔다. 남편이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던 중에 여자가 그 얼마 전부터 좀 멀리 떨어진 **면이나 **읍에서 누구와 같이 지나가는 걸 봤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그 남자 집에 찾아가봤더니 그 남자도 며칠 전에 집을 나가고 없었다. 남편은 온통 넋이 나가서 여기저기 찾아다니다가 **면 외곽에 있는 한 모텔에서 그 남자와 같이 있는 부인을 찾아냈다. 남편은 간통 혐의로 고소를 했지만 둘이 평생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고소를 취하했다. 그러고는 모든 것이 그 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왔다.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그 일이 있고 두 달쯤 지나서 남자가 남편을 찾아왔다. 도저히 못 잊겠다고, 한 달에 꼭 한 번만 부인을 만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남편에게 빌었다.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돌아갔다. 그러고 며칠 후 그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그리고 또 그 일주일 뒤에는 여자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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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들은 사연의 전부다. 참, 그 남자는 부인과 초등학교 동창이었고,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줄거린즉 머 흔한 치정 얘기일 수도 있고 또 생각해보면 황순원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이기도 하다. 쨌건, 줄거리의 군데군데 빈 곳을 메워 생각해보면 뭐 끝이 없다. 사건들 사이의 행간 몇 개만 짚어보자.
- 남편은 두 사람에게 어떤 다짐을 받았을까?
-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뒤로 남편과 부인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 남편은, 그리고 부인은 또 어떤 표정을 하고 서로를 대했을까?
- 그 남자는 남편에게 다시는 부인과 만나지 않겠노라고 약속을 해 놓고 어떤 심정이었을까?
- 남자가 다시 그 남편을 찾아가기까지 어떤 생각을 했을까?
- 허락받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 왜 굳이 남편을 찾아갔을까?
- 그 남자가 돌아간 뒤 남편은 부인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남자는 애인의 남편을 만나고 돌아와서 며칠간 혼자 어떤 생각을 했을까?
- 남자가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를 듣고 여자는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기분 으로 지냈을까?
- 그 남자가 자살했다는 것을 알고 남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인을 어떤 눈길로 쳐다봤을까?
- 혼자 남은 남편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웃 사람들과는 어떻게 지낼까?
지금 생각해보니 언젠가 그 집에서 기름을 넣을 때 여자가 그 전과는 달리 얼굴에 생기가 없이 축 늘어져 보였는데, 그게 이 무렵 어디쯤이었던 것 같다. 참. 지난 주말에 지나가면서 보니 주유소에 불이 켜져 있더라. 주인이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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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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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